[Class] 대한항공 First Class…수평으로 펼쳐지는 ‘코스모 스위트’ 프라이버시 완벽 보장
입력 : 2011.04.14 15:42:24
수정 : 2011.08.26 16:34:59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항공업계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한 항공업체들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저마다 차별화된 시도와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대한항공의 고품격 마케팅이 돋보인다.
잔뜩 흐려진 하늘에서 끝내 비가 쏟아졌다. 비행을 나갔던 보잉 777-200이 정비소 격납고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탓일까. 마치 다정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겉모습만으로는 여느 대한항공 여객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이 야심차게 기획한 특별한 항공기가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입구로 들어서는 걸음이 빨라진다.
인적 없는 여객기에 오르다 보니 나만을 위한 전용기 같다는 착각을 지울 수 없다. 음흉한 웃음을 입가에 띠우며 퍼스트 클래스 구역으로 들어섰다. 탁 트인 실내에는 단 8개의 좌석만 자리 잡고 있다. 중앙에 두 개의 좌석이 두 줄로 배치돼 있고 양 창가 쪽으로 각각 두 개의 좌석이 한 줄로 배치돼 있다. 그냥 보기에도 단순한 좌석은 아니다. 바로 ‘코스모 스위트(Kosmo Suites)’라 불리는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좌석이다. 해외 전문 디자인업체에 의뢰해 맞춤 설계한 퍼스트 클래스의 대표 주자라고 안내를 맡은 심문만 대리가 설명한다. 마치 당장이라도 먼 여행을 떠날 것처럼 코스모 스위트에 앉았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수평으로 펼쳐지는 길이 201cm, 좌석 너비 67cm의 넓은 공간은 슈퍼 싱글급 이상의 침대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다. 긴장으로 굳어져 있던 몸에서 점차 힘이 빠져나간다. 안락한 쿠션과 이음새가 없는 원피스 좌석은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좌석 등받이와 다리 받침대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은 물론 누운 자세에서도 원터치 버튼을 이용해 각종 상황에 적합한 모드로 좌석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
깜찍한 디자인으로 좌석 손잡이에 표시된 조작 기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명 버튼을 클릭하자 어둑한 실내에 은은한 노란 불빛이 세련미를 더해준다. 포크와 나이프 버튼을 누르자 의자의 등받이와 앉는 부분이 조금 올라가며 테이블과 높이를 맞춰준다. 식사할 때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자세를 편안하게 교정해주는 것이다. 이 자세는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기에도 적합할 것 같다.
좌석 한 개당 가격이 2억5000만원에 달하는 코스모 스위트는 퍼스트 클래스 탑승고객만을 위한 맞춤형 편의시설이다. 특히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고객을 배려해 좌석 양옆으로 칸막이도 설치했다. 버튼을 이용해 칸막이를 올리자 옆 좌석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심리적으로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클래식하고 내츄럴한 나무 컬러가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좌석 정면에 장착된 23인치 와이드 모니터는 영화관을 연상시킨다. 해상도와 반응 속도를 업그레이드해 선명한 화질과 눈의 피로도를 최소화했다. 정보 전달 방식도 이전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것에서 벗어났다. 창밖 풍경을 보지 못하는 승객을 위해 모든 좌석에서 지상을 조망할 수 있는 실시간 영상이 준비돼 있다. 이를 통해 이착륙 시에는 직접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 같은 짜릿한 스릴감을 만끽할 수 있다. 다양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항공여행을 유쾌하게 만드는 ‘길동무’다.
기내식은 항공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쉽게 기내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대한항공은 제주산 명품 한우와 토종닭 등 최상의 식재료를 기내식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머큐리상 2회 수상이 대한항공의 기내식의 우수함을 증명해 준다. 특히 대한항공 국제선 전 노선의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공하는 와인은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에서 서비스하는 ‘그랑 시에클’이다. 여기에 세계 최다 판매 기록의 ‘큐베 로제 브륏’, 영국 찰스 황태자가 보증한 샴페인 ‘브륏 엘피’ 등도 맛볼 수 있다. 퍼스트 클래스를 벗어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뒤돌아 실내 전체를 다시 한번 눈에 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국제항공운송협회가 발표한 ‘2009년 세계항공수송통계’에서 수년간 17위에 머물렀던 대한항공의 순위가 13위로 올랐다.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명품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한 대한항공의 고품격 VIP마케팅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