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터진 홍시가 질퍽하게 스며든 오렌지 빛 석양을 마셔본 적이 있으신지.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선셋타임에 맞춰 그 유명한 발리 아야나 리조트(AYANA Resort)의 록바를 예약한다. 담백한 칵테일 한잔 주문. 잠깐 하늘 한번 쳐다본 뒤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태양이 홍시 빛으로 타들어 갈 때 즈음 칵테일 잔을 들어 해를 정확히 겨냥한다. 유리잔 너머 해가 비치게끔 시선을 맞춘 뒤 그대로 원 샷(반드시, 꼭 원 샷이어야 한다). 어떤가. 식도를 타고 거칠게 넘어가는 석양의 뜨거운 맛이 느껴지시는지. 산스크리트어로 ‘신(神)의 섬’이란 뜻의 발리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석양의 맛이다. 도대체 어떤 맛이냐고. 궁금하면 발리로 떠나보자. 늦지 않게 빨리.
神이 놀라버릴 발리 아야나 리조트
신도 놀랄 첫 번째 호사. 아야나 리조트다. 우선 천혜의 위치. 뒤로는 신성하고 장엄한 느낌의 아궁 산(Mount Agung)을 끼고 앞으로는 인도양을 품은 절벽에 둥지를 트고 있다. 그야말로 천상의 분위기다. 방은 모두 368개. 이곳에서 만큼은 자쿠지가 딸린 풀빌라(77채)에 묵는 게 좋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아궁 산 절벽을 따라 들어선 클리프 빌라(cliff villa, 38채)다. 풀빌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개인용 프라이빗 인피니티 풀(infinity-edged pool). 수영장의 끝선이 정확히 수평선과 맞닿아 있다. 가만히 몸을 둥둥 띄워 놓으면 마치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듯한 묘한 기분에 빠진다. 바로 옆엔 달콤한 오수를 위한 선 베드와 부드러운 피부(?)의 데이 베드가 주인을 기다린다. 방이 좋다고 마냥 방에만 머물 순 없는 법. 스타일리시한 내부만큼이나 아야나 리조트의 바깥 세계도 특별한 맛이다.
수중 정원 옆에서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명품 레스토랑 다바(Dava)는 기본. 신들의 향연이 궁금하다면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에서 전통 발리의 전통 공연을 보며 기분을 낼 수 있는 랑깃 극장(Langit Theatre)이 포인트다. 저칼로리 유기농 요리를 배터지게 맛볼 수 있는 스파카페(Spa Cafe) 역시 인기. 또 있다. 절벽 끝 전망대에서 평생에 단 한 번뿐인 특별한 결혼을 할 수 있는 발레 칸차나(Bale Kencana)는 1년 내내 예약이 꽉 차 있단다.
인도양의 노을을 마시는 록바
신들이 깜짝 놀랄 두 번째 호사는 록바(Rock Bar). 아예 신을 향해 보란 듯이 뚜껑까지 날려버린 에지 있는 레스토랑이다.
인도양 바로 위 14m 높이 기암괴석이 만들어 낸 아찔한 절벽. 그 바위더미 절경 사이로 지붕 없는 오픈 톱(Open-top) 구조의 록바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전 세계 유수한 리조트 잡지가 선정하는 디자인상을 싹쓸이한 아야나 리조트 최고의 명물이다.
특별한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도 아찔하다. 천상으로 걸어서 갈 수는 없는 법. 절벽을 사선으로 오르내리는 리프트(인클라이너터·inclinator)를 타고 가야 닿는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은 성인 4~5명 정도. 관람객이 몰리는 선셋타임엔 30분 이상 줄을 서는 건 예사다. 이 시간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바’로 선정되는 등 록바가 받은 상을 적으면 종이 한 장이 넘칠 정도. 작년 10월엔 ‘발리날 국제영화제’가 열리기도 한 명소다.
이 바의 설계자는 명성이 자자한 야스히로 고이치. 홍콩과 도쿄의 노부를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이곳이 바로 오렌지 빛 석양을 마실 수 있는 곳. 석양이 질 무렵 색이 짙은 칵테일 한잔을 주문한다. 홍시가 터진 듯 진한 오렌지 빛의 석양이 칵테일 표면에 비친다. 그 다음은 볼 것 없다. 원 샷. 식도를 거칠게 긁고 내려가는 강렬한 맛. 신도 군침을 흘릴 달콤 상큼한 오렌지 향이다.
록바만큼이나 정열적인 스파도 기가 막힌다. 스파 온 더 록스(Spa on the Rocks). 바닷물 튀는 기암괴석 위에서 스파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러니 아무나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특별한 스파는 하루 딱 여섯 쌍에게만 허락된다.
발리의 가로수 길 스미냑
신들이 부러워 거품까지 무는 두 곳이 더 있다. 바로 우붓과 스미냑이다. 우붓은 예술촌이다. 발리의 몽마르트르로 불리는 곳. 발리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곳을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우붓을 꼽는다. 우붓엔 네카 미술관, 아궁라이 박물관 등 대형 미술관을 비롯해 50곳이 넘는 갤러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코끼리 조각이나 그림을 파는 작은 상점까지 포함하면 마을 전체가 거대한 갤러리인 셈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네카 미술관(Neka art museum)이다. 총 6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졌다. 발리 회화의 대표작가인 램팟, 바구스 라이, 케둣 코봇의 작품을 비롯한 명작들이 줄줄이 걸려 있다. 아궁라이 박물관(Agung rai museum of art)도 손꼽히는 우붓의 명소다.
주의할 것 하나. 절대 이들 그림은 눈으로만 보자. 가격이 상상초월이다. 기어이 그림이 탐난다면 길가에 늘어선 판매점을 둘러보면 된다. 명품 갤러리에서 봤던 그 그림의 이미테이션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착한 가격인데 질이 좀 떨어지면 어떤가.
우붓 감상이 끝난 뒤 꼭 둘러봐야 할 곳이 스미냑 스트리트다. 마치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다. 첨단을 걷는 튀는 감각의 부티크에서 트렌드 세터들에게 각광받는 브랜드까지 없는 게 없다. 지름신이 불쑥 달려드니 조심할 것.
마타하리 백화점에서 쿠타 비치에 이르기 전까지의 거리는 쿠타 스퀘어라 불린다. 호주의 서퍼 브랜드 퀵실버와 미국 여성 브랜드 록시 등 익숙한 브랜드숍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 끝엔 스타일리시한 바(Bar)들이 밤늦게까지 문을 연다. 제발 너무 늦게까지 기분 내지 말자. 부러움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신이 번개를 날릴지 모르니까.
발리 가는 길 & Travel Tip
1. 외항사가 낫다 대한항공,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에서 인천-발리 덴파사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 약 7시간. 대한항공 이코노미석 가격이면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으니 차라리 이편이 훨씬 낫다. 아야나 리조트는 공항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문의 02-6323-5080.
2. 머리를 쓰다듬지 말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머리를 신성시 한다. 영혼이 담긴 곳이라 여겨서다. 아이가 귀여워도 절대 머리를 쓰다듬지 말 것.
3. 오른손잡이의 천국 인도네시아인들은 왼손과 오른손을 정확히 구분해 사용한다. 지저분한 것을 다룰 땐 왼손, 깨끗하고 신성한 것은 오른손을 쓴다. 당연히 화장실에선 왼손이다. 오른손잡이여, 불편하더라도 참자.
[발리(인도네시아) = 신익수 매일경제 여행전문 기자 soo@mk.co.kr / 취재 협조 = 아야나 리조트(AYANA Res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