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eason For Flowers’란 슬로건으로 꽃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플라워 버티컬 플랫폼 ‘꾸까(KUKKA)’의 알림장에 나열된 문구들이다. 2014년 창업하며 꽃의 정기구독 시대를 선언한 꾸까는 현재 B2B 시장과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 국내 최대 플라워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복궁 옆 아담한 빌딩 2층에 자리한 ‘테라스 꾸까’에서 만난 박춘화 대표는 “꽃에 대한 막연한 가능성을 보고 창업에 나섰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특별한 날이 아니면 꽃을 사지 않지만 정기구독을 통해 꽃을 즐기게 되면서 기존 꽃집과 차별화가 됐다”고 소개했다. 막연한 가능성에 모든 걸 걸었다지만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는 품은 꽤 논리적이고 확정적이었다. 핀란드어로 ‘꽃’이라며 꾸까의 의미를 설명할 땐 차고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총아의 면면도 엿보였다.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아모레퍼시픽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독일계 IT 인큐베이터 기업 로켓인터넷에서 정기구독 관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4년 꾸까를 창업했다.
Q 카페가 아늑한데요.
A 경복궁 바로 옆이라 아마도 이 건물은 아실 텐데 플라워카페가 있는 줄은 모르셨을 거예요.
Q 직접 직영하는 매장인가요.
A 2016년에 문을 열었어요. 지금처럼 플라워 클래스를 진행한 건 2년 정도 됐네요. 카페와 클래스,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Q 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이 이곳 말고 또 있나요. 매출이 궁금한데요.
A 현재 9곳이 있어요. 꽃집이죠. 여기까지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곳은 2곳이에요. 꽃꽂이 클래스를 겸하는데, 예를 들어 이곳에선 150석이 판매됩니다. 한 달에 25만원, 4번 참여하는 수업이죠. 만석일 때가 많아요. 꾸까 플랫폼에선 식사권도 판매합니다. 매출이 나쁘지 않습니다. (웃음)
Q 꾸까는 국내 유일의 화훼 플랫폼인데, 이제 오프라인으로도 영역을 확장하는 건가요.
A 시작이 온라인이어서 오프라인과의 접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년 내에 인천 송도, 부평·부천, 서울서부와 남부, 경기도 남부 지역에 20개의 거점형 도매 꽃집을 열 계획이에요. 지난해 4월과 11월에 인천 연수와 시흥 배곧에 매장을 열었는데, 연수는 월 매출 5000만원(올 5월 기준), 배곧은 3000만원을 넘어섰어요. 동네(지역)에서 1등하는 게 목표죠.
Q 2014년 창업 당시 정기구독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무모하단 시선도 있었는데요.
A 공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2011년 무렵에 독일계 IT 인큐베이팅 기업인 ‘로켓인터넷’에 다니고 있었어요. 어떤 분야가 유망할지 살피다 보니 꽃은 아무도 안 하고 있더라고요. 20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2014년에 발을 딛게 됐어요. 꽃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외국 영화에서 보듯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을 주고받는 일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죠. (웃음) 마침 로켓인터넷에서 배운 업무가 정기구독 서비스여서 그 분야의 커머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꽃을 접목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순서로 보면 처음엔 정기구독만 하다가 그 다음에 꽃다발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클래스도 진행하게 됐네요.
Q 당시 반응은 어땠습니까.
A 저희 부모님도 말리셨으니.(웃음) 여행을 좋아해서 해외에 나가보면 유럽이나 하다못해 일본도 백화점 1층에 무조건 꽃집이 있어요. 미국 마트엔 꽃집이 손님을 맞습니다. 언젠간 우리도 그렇게 될 거란 생각에 막연하게 시작했어요. 처음엔 투자 없이 페이스북에 ‘꾸까’란 페이지를 만들고 매일 글 하나씩을 올렸죠. 제가 이런 사람인데, ‘꽃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꽃을 즐기는 정기구독을 만들고 싶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남기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더라고요. 한 달 동안 1만 명이 모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플루언서 같다고 할까요. 꽃 사진을 하나 올리고 ‘이 꽃을 택배로 보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 답변을 올렸어요. ‘홈페이지 만들었으니 오류 잡아주세요’라고 올리면 빠르게 조언해주시고. 아마도 저희가 하는 일이 기특해보였던 것 같아요. 처음 구독자를 모집할 땐 혼자 작업하다 보니 100개 정도가 최대인 것 같아서 그렇게 공지했더니, 2분 만에 150명이 신청해서 바로 끊기도 했습니다.
Q 정기구독 관련 시스템은 꽤 갖춰야 할 게 많고 복잡하다던데.
A 정기구독은 수량을 파악한 후 꽃을 구할 수 있어요. 소비량이 명확하죠. 반면 주소가 바뀌거나 배송에 문제가 생겨 꽃이 시들었거나 결제했지만 취소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다행인 건 2011년에 제가 이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당시 같이 개발하던 동료에게 부탁해 알바비 주고 싸게 구축했습니다.
Q 꽃을 택배로 보내는 것도 리스크가 있을 텐데.
A 꽃의 유통기한은 이틀이에요. 배송이 쉽지 않죠. 여름에는 꽃이 녹고 겨울에는 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패키지에 특별한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매일 온도를 체크하고 포장하죠. 일반상품을 배송할 때 폐기율이 아마도 1% 아래일 텐데, 저희는 0.8정도 됩니다.
Q 현재 정기구독은 얼마나 늘었습니까.
A 정확히 밝힐 순 없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훨씬 많아졌습니다. 현재 꾸까의 온라인 고객은 약 70만 명, MAU(월간활성이용자 수)는 약 34만 명에 이르고 있거든요.
Q B2B 비중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온라인을 통한 B2C 매출이 약 70%, 오프라인과 B2B 매출이 각각 15% 정도에요. B2B 사업을 진행한 건 6년 정도 됐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사 직원들을 위한 기업의 복지이고, 또 하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죠. 입사했을 때나 승진, 생일 등 특별한 날에 가족에게 꽃다발을 보낸다거나 VIP고객을 챙기는 일등이 해당되는데요. 방배동에 있는 600여평의 작업장에서 하루 3000~4000개의 꽃다발을 만들어 배달하고 있습니다. 현재 700여 개 기업이 고객사죠.
Q 작업장에 근무하는 인원이 꽤 많겠습니다.
A 어버이날 같은 피크타임에는 하루에 약 6000다발을 작업해야 하거든요. 유동적이긴 한데 80~100여 명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절반은 플로리스트죠.
Q 꾸까를 통해 동네 꽃집에 규모의 경제가 생긴 셈이네요.
A 그렇죠. 일례로 1980~1990년대에는 그 동네에만 있는 빵집이 하나씩 있었잖아요. 동네 슈퍼마켓도 그랬고. 매출이나 수익을 늘리기 위해선 구조적으로 기업화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바로 그런 일들을 저희가 하고있는 겁니다.
Q 꽃집은 동네 소상공인들을 위한 업이란 시선도 있는데요.
A 대기업이 진출할 순 없더군요. 꾸까는 중소기업이고요. 그런데 전 오히려 대기업이 진출해야 업의 규모가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꽃집은 99%가 1인 기업이에요. 특이한 업종이죠. 시장이 발전하고 커져야 매출도 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0개의 꽃이 팔리면 그 중 90%가 경조사에요. 그냥 사진 않는 거죠. 유럽이나 미국, 일본은 60%가 즐기기 위해 그냥 삽니다. 경조사는 점점 간소화되고 있잖아요. 이게 뚫리지 않으면 업계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어요. 일단 저희 매출의 약 80%는 아무 이유 없이 꽃을 사는 분들이세요. 서서히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꽃을 사는 데 주저하는 건 가격 때문이기도 한데요.
A 꾸까를 찾는 분들이 많아진 이유이기도 한데, 저희는 경매를 통해 구매하고 투명한 가격으로 승부합니다. 최대한 원가에 맞추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싸죠. 한여름엔 대부분 국내산이 많고 네덜란드, 콜롬비아,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기도 합니다.
Q 결국 꽃 산업을 키우는 건 일종의 문화일 수 있겠군요.
A 그게 핵심이자 목표에요. 부담없이 꽃을 사고 나누는 문화가 일상이 되지 않으면 매출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거든요.
Q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최종 종착지는 엑시트 혹은 상장이라고 하던데요.
A 창업자의 입장에선 엑시트를 꿈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죠. 상황이 된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고, 우선은 상장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화훼업계에서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미국의 경우 플라워스닷컴(FLWS)이란 상장사가 있는데 매출이 조 단위에요. 중국도 매년 15%씩 시장이 성장하며 이커머스 중심으로 기업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화훼시장도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Q 현재 투자 상황은.
A 2019년에 시리즈A, 2021년에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해 총 16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현재 새로운 투자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7호 (2024년 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