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5G 패권 경쟁에 뛰어든 중국, 덩샤오핑의 ‘점→선→면→전면 전략’처럼 2030년 5G 연계시장 1070조원 달할 듯
김대기 기자
입력 : 2019.05.13 10:51:13
수정 : 2019.05.13 10:51:24
지난 3월 29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전용 열차’ 구현을 위한 네트워크 정비 테스트가 시행됐다. 청두시 지하철 10호선 타이핑위안역에서 추진역까지 운행되는 열차 안에서 5G 네트워크를 통한 고속 와이파이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차이나모바일은 청두 지하철 10호선 라인에 5G 실내 분포 시스템 기술을 도입했다. 이는 5G 네트워크 신호가 사각지대에서도 일정한 강도로 유지되게 하는 기술이다.
5G 실내 분포 시스템을 설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승객이 열차를 타고 내릴 때나 열차가 운행 중일 때도 5G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1월 타이핑위안 역사에 5G 기지국을 설치한 차이나모바일은 청두시 지하철 10호선 전 구간을 ‘5G 노선’으로 확장시키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몸소 ‘5G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객실 내 5G 테마존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 쓰촨지부는 “청두를 찾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지하철에서 5G 네트워크와 연결된 VR기기로 판다 기지국, 두장옌 등과 같은 유명 관광지들을 미리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5G 시대의 태동은 지하철 내에서의 작은 변화뿐만 아니라 조만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과 연결돼 일상생활을 완전히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월 3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하며 ‘5G 시대’의 포문을 활짝 열었다. 미국,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도 앞다퉈 5G가 가져올 ‘초(超) 연결’ 세상을 대비하며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5G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결전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 역시 ‘5G 패권’을 쥐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5G 기술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5G 기지국을 전국에 구축하기 시작했다.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0년 상반기다. 5G 시대를 준비하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5G를 통해 거두고자 하는 지향점은 같다. 즉 5G라는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춰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VR 등 연계 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5G 육성 전략 측면에서 다소 다른 점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5G 산업 발전 로드맵을 그리고 재계, 학계 등과 함께 5G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017년 1월 승인한 ‘13차 5개년 국가 정보화 규획(계획)’에서 5G 육성을 핵심 목표로 지정했다. 이 규획을 바탕으로 31개 성·시·자치구의 지방정부에서는 각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5G 발전을 위한 액션 플랜’을 마련했다. 해당 지역의 기업들과 대학 및 연구기관들은 이 액션플랜을 토대로 각종 5G 사업과 연구개발(R&D)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정책자금 보조 등과 같은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청두시 5G 지하철 노선 구축 예시도 쓰촨성 정부의 승인과 지원 하에 차이나모바일과 화웨이가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화웨이와 연계된 5G 연구기관들이 개발한 실내 분포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다.
5G가 이제 막 태동했기 때문에 5G 지하철 구축 사례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자율주행차 안에서 VR 기기를 착용하고 먼 나라에서 진행 중인 컨퍼런스에 실시간 참여하거나 의사가 5G 원격 로봇을 통해 타지에 있는 환자를 수술하는 것이다. 사실 자율주행차 운행 테스트는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계속 진행 중이고, 지난 4월 초에는 광둥성 인민병원이 5G를 이용한 원거리 흉강경 수술을 실시하기도 했다. 비록 5G를 통해 수술 장면을 고화질 영상으로 송수신하는 초보 단계의 실험이었지만 향후 원격 로봇수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 광둥성 심천에있는 화웨이 5G 연구소에서 5G 네트워크에 연결된 가상 현실 안경을 체험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5G 발전 전략은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 다양한 첨단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균형 국가발전 전략 중 하나인 ‘점(點)-선(線)-면(面)-전면(全面)’ 전략을 5G 육성에도 차용하고 있다.
덩샤오핑 주석이 4개 경제특구를 ‘점’으로 삼아 성장을 유도한 것을 시작으로 점을 이은 선(동부 연안), 면(상하이 푸동·서부 대개발 등), 전면(전 중국)으로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5G 육성 구상도 이와 유사하다. 각 거점 지역별로 5G 인프라를 구축하고, 초고속 통신망과 첨단 산업을 연계시킨 뒤 지역 간, 산업 간 융합을 꾀하면서 5G 생태계를 전 중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수도 베이징은 2022년까지 5G 산업 분야에 300억위안(약 5조1000억원)을 투자해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상하이는 5G 우선 시범 도시로 지정돼 중국에서 가장 빨리 5G 스마트시티로 거듭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청두시는 50억위안(약 8500억원) 규모의 5G 산업 펀드를 조성해 관련 기업 지원에 나섰으며, 항저우시는 ‘5G 이노베이션 파크’에 입주한 5G 기술 기업과 연구기관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 아이미디어 리서치(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중국의 5G 연계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위안(약 340조원)을 돌파해 2025년 3조3000억위안(약 560조4700억원)을 거쳐 2030년에는 6조3000억위안(약 107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5G가 창출할 부가가치 규모까지 합산한 5G 관련 시장 규모는 2030년께 10조6000억위안(약 18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이미디어 리서치는 “중국은 단순히 5G 기지국 수를 늘리는 양적 성과보다는 5G를 통한 첨단산업 육성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국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5G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는 다양한 분야의 미래 산업이 상호 융합해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연결 시대 여는 5G
5G의 영문 정식 명칭은 ‘5th 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이다. 말 그대로 ‘5세대 이동통신’을 뜻한다. 그동안 이동통신은 1G부터 4G LTE까지 발전해오면서 통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또 통신 인프라스트럭처(인프라)의 개선은 이에 걸맞은 통신수단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2G 때까지는 피처폰의 시대였고, 3G와 4G로 넘어오면서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동통신이 매번 진화하면서 인류는 빨라진 통신 속도와 편리해진 일상에 열광했기 때문에 4G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5G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5G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20Gbps에 달하는데 4G보다 20배 빠르다. 4G에서 3GB(기가바이트) 영화를 내려 받는 데 17초가량 걸린다면 5G에서는 단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5G는 초고속과 함께 초저지연, 초연결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초저지연은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 지연 시간이 극히 짧아 사실상 끊김 현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4G LTE의 전송 지연(Latency)이 100분의 1초(10ms)였다면 5G는 1000분의 1초(1ms)로 4G의 10분의 1 수준이다. 초연결성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의 수가 많아지는 것을 뜻하는데 5G의 최대 연결 기기 수는 4G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5G가 지니고 있는 이 같은 특징들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서비스 등을 실시간 멈춤 없이 구현할 수 있도록 환경적 지원을 하기 때문에 5G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혁신적인 통신 인프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