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中정부, 공급과잉 산업 정비작업 돌입… 공유자전거 난립에 3년 새 56社 폐업 간판업체 오포, 경영난에 쇼핑몰 진출
김대기 기자
입력 : 2019.04.08 14:13:45
수정 : 2019.04.08 14:17:41
요즘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ofo)의 모습은 사면초가(四面楚歌)를 연상케 한다. 오포는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었던 업계 1위 업체다. 중국 언론들은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오포를 ‘혁신(촹신·創新) 경제의 아이콘’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이제는 ‘혁신 경제가 만들어낸 폐물’이라는 혹평까지 쏟아내고 있다.
중국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였던 오포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포는 현재 ‘보증금 반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포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곧 파산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오포가 보증금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단순 사실을 넘어 더욱 주목할 대목이 있다. 우선 보증금 반환 이슈가 앞서 수많은 공유자전거 업체들을 줄도산의 늪에 빠뜨린 뒤 이제 ‘1위’ 업체마저 옥죄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당국의 초기 정책 부재와 관리 소홀, 소비자의 도덕성 결여 등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업계 전반을 망가뜨렸다는 ‘자성론’이 중국 사회에 대두하고 있다.
오포의 사례는 중국 공유자전거 업계의 암울한 자화상이다. 새해가 밝은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17일 오포 베이징 본사 앞에는 약 700여 명의 오포 고객들이 몰려 줄을 서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이들이 오포 본사를 찾은 이유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려면 회원 가입과 보증금 선납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오포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오포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한 뒤 자신의 신분증을 촬영해 업로드를 한 다음 99위안(약 1만7000원) 혹은 199위안(약3만4000원) 상당의 보증금을 내면 정식 회원으로 등록된다. 자전거 이용료는 저렴하다. 약 170원인 1위안을 결제하고 30분을 탈 수 있다. 다른 공유자전거 업체들은 오포의 서비스 가격 산정 방식을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이면서 보증금 제도는 이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2016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보증금 제도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다.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 파산 및 도산을 하는 곳들이 생겨나자 부작용을 인식하기 시작한 업체들이 하나둘씩 보증금 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오포도 이 무렵 보증금 제도를 없애면서 현재 소비자들은 회원 가입에 이어 이용료만 지불하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문제는 기존에 보증금을 냈던 소비자들이 오포 측에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면서 회사가 느끼는 자금 압박과 비난 여론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중국 소비자들은 오포에 앞서 수많은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보증금 반환을 하지 않은 채 경영난 등을 이유로 파산 신청을 하는 사례를 목격하며 공분했다. 즈마신용에 따르면 2016년 1월 초 133개에 달했던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는 올해 2월 말 기준 77개로 최근 3년 새 56개가 사라졌다. 퇴출된 56개 기업의 보증금은 못 받는다고 가정하고 현재 중국 공유자전거 업계의 보증금 총액은 약 120억위안(약 2조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반환 요청이 들어왔지만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보증금은 70억위안(약 1조1900억원)에 이른다. 오포의 경우 보증금 환불을 신청한 소비자 수가 1200만 명 정도다. 1인당 보증금 199위안을 가정해 계산한 반환해야 할 최대 보증금 규모는 23억8800만위안(약 4060억원)에 달한다.
▶오포, 소비자 보증금 반환 요구액만 최대 4000억원 넘어
상황이 수습하기 힘든 단계에 치닫자 오포 창립자 다이웨이는 한때 심각하게 사업 포기를 검토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 하이뎬구 법원은 ‘지불 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다이웨이에게 ‘소비제한령’을 내렸다. 다이 대표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난에 보증금 반환 문제까지 불거져 하루에도 수십 차례 파산 신청을 고민했다”며 “하지만 1위 사업자인 오포가 다른 업체들처럼 무책임하게 고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오포는 보증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2일부터 오포 앱에서 ‘코인 쇼핑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전자상거래 쇼핑몰 콘셉트를 차용했다. 오포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전자 코인’ 형태의 할인쿠폰을 증정하고, 고객들은 이 코인을 이용해 쇼핑몰에서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인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가 적고, 위안화로 추가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꼼수’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지만 대체로 여론은 긍정적이다. 다이 대표가 보증금 반환을 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응원을 하는 분위기다.
화려한 비상 이후 위기에 빠진 오포의 모습은 현재 중국 공유경제 업계가 당면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중국의 공유경제는 사전적 정의의 공유경제가 아니라 렌털 방식을 취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중국의 특수성과 맞물려 성장 한계와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공유경제는 개인이나 법인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현재 사용하지 않는 ‘유휴 자원’을 제3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유경제 사업자는 유휴 자원을 재배치하거나 중개하는 ‘연결형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 반면 운용 리스는 리스 제공자가 시장 수요에 맞춰 ‘자산을 확보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에 투입될 자원(예: 자전거)과 유통 채널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사업비용이 많이 든다. 소유권은 운영리스 제공자가 가지고 있다. 중국 공유경제 시장에서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이 그나마 공유경제 정의에 부합하는 사업자이고, 나머지 대부분 기업들은 운용 리스 방식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포와 모바이크 역시 자전거를 대량으로 시중에 풀고 고객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진정한 공유경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에서 소위 ‘공유기업’이라고 불리는 운용리스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운용리스 모델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성장의 한계성 때문이다. 공급자가 시장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과잉공급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자원 낭비의 늪에 빠지고 투입했던 자원은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 공유경제처럼 유휴 자원을 가지고 제3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공유자전거 업계만 보더라도 한때 130여 개의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은 포화 상태로 접어들었다. 자전거를 빌리려는 수요보다 투입이 많은 초과 공급 현상이 빚어지면서 자금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이 낮은 업체부터 파산, 도산 등 시장 퇴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보증금 반환 요구 러시(Rush)는 자전거 투입을 위해 설비 투자에 나선 공유자전거 회사들이 대여료(자전거 이용료) 외에 마땅한 수익원이 없자 건드리지 말아야 할 보증금에 손을 대면서 자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초기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았던 중국 당국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 정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5일 열렸던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우제좡 정협 위원은 “중국 공유경제는 과도기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공유자전거에 대한 통합 감독시스템 구축을 통해 자원(자전거) 배치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증금 제도 완전 폐지 등을 통해 시장 전반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