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로머 뉴욕대 교수(57)는 경제성장론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로머 교수는 1980년대 중반에 기술 혁신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주창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경제성장에 영향을 주는 기술수준이 주어진다고 본 기존의 외생적 성장이론과 달리 그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내생적 경제성장론을 처음으로 제창한 학자이다. 특히 그는 기술혁신을 연구개발과 같은 경제주체들의 인위적 활동의 산물로 봤고 수학적으로 이를 입증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항상 차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1순위로 거론된다.
신성장이론은 한계생산체감법칙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경제에서 국가나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다루고 있다.
한계생산체증의 법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전까지 경제는 생산이 계속될수록 수확이 감소한다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지배했다. 대량생산 시대에는 생산이 지속되면 그 상품 제조에 필요한 자원은 점점 고갈된다. 비용은 그만큼 증가한다. 반대로 말하면 같은 양의 자원으로 생산을 계속하면 생산량은 감소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생산이 지속되면 오히려 수확이 증가하는 한계생산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신경제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 실현한 것이 바로 지식기반 경제이다.
로머 교수는 경제와 기업 성장의 요소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와 함께 무형의 지적자산을 의미하는 웨트웨어(wetware)로 구분하는 등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지식 창조의 주체인 웨트웨어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과거 미국의 성공 요인으로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꼽는다. 조직의 웨트웨어들이 지식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한 것과 지적 자산을 특허로 보호했던 것이 미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로머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선진기술을 지속적으로 도입하는 캐치업(catch-up) 경제정책을 펼쳐야 하고, 선진국의 경우 민간 부문의 기술혁신을 자극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이론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이론을 실제로 입증해 보이려고 시도하는 학자로도 유명하다. 로머는 최근 ‘차터시티(Chater City)’란 개념을 개도국 성장의 엔진으로 도입했다. 차터시티 이론을 수립한 것은 물론이고 이를 실제로 개도국에 적용하고 있다. 차터시티는 일종의 경제특구이다. 이 특구를 통해 한 경제 전체를 개발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로머 교수는 시카고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아 UC버클리, 로체스터, 시카고대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연구활동을 하다 최근 뉴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1997년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0년에는 대학 강의 교재 인터넷회사인 ‘아플리카’를 설립한 벤처기업가로도 변신했다. 이 회사는 2007년 ‘센게이지’에 팔렸다. 그는 1955년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로이 로머 전 콜로라도주 주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