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정부의 신장지역 인권탄압을 이유로 올 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서방 국가들의 동참이 잇따르고 있다. 선수단을 베이징올림픽에 파견하더라도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단체행동으로 중국 인권문제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인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중 견제를 위한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영미권 정보동맹 파이브아이즈(Five Eyes), 군사기술동맹 오커스(AUKUS) 등을 통해 서방국들을 규합하며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최대한 우군을 확보해서 미국에 도전하는 권위주의 국가를 억누르는 상황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 스포츠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면서 강력히 반발한다. 또 미국의 동맹 그룹화를 ‘배타적 패거리’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시선을 러시아로 돌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의 회동을 재확인하면서 반미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과 서방국, 중국과 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어 패권전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외교적인 마찰을 넘어 군사적인 긴장상태까지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대대적인 핵무기 증강에 나서면서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의 경쟁 틈바구니 속에서 대만과 우크라이나가 가장 위태롭게 놓여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면서 대만 통일을 추구하고 있고, 미국은 대만 방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맞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군병력 10만 명과 무기들을 배치해서 위협하고,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군사행동 강행 시 강력히 경제 제재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억눌렸던 국가별 에너지가 2022년 새해를 맞아 신냉전 형태로 분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화상을 통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신냉전 대결 구도 고착화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2월 9~10일 전 세계 110개국 정상을 화상으로 초청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라는 명분 아래 지구촌 절반에 해당하는 국가 정상들이 모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외부 독재자들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해서 힘을 키우고 억압적인 정책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세력 확장에 나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사들이 필요하다며 서방국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4억20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에는 대면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해 직접 소통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민주주의 진전 사항을 점검하고 동맹국과의 연대의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을 구분하면서 “미국 편에 서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초청 대상 선정 기준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미국에 도전적인 국가들이 빠진 가운데 민주주의 수호에 논란이 있는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폴란드, 이라크 정상들이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미국이 전략적인 안보이익을 감안해서 참가국을 구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에 특별히 초청된 대만 대표인 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은 화면 슬라이드에 대만과 중국을 다른 색깔로 구별한 지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영상 통편집’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백악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기 위해 중국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을 듣고는 “미국이 패권을 수호하려고 민주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분열을 선동한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국제법에 뿌리를 둔 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美 인도태평양 전략 총력… 대만해협 긴장 고조
바이든 행정부는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완전 철군 이후 인도태평양 안보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주둔 미군병력 태세검토(GPR)를 최근 마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최우선순위를 뒀다. 예를 들어 호주에 공군부대를 신규 순환배치하고 호주와 괌 군사기지 인프라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또 그동안 한반도에 순환배치했던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와 포병여단 본부를 상시 주둔시켜서 중국·북한 위협에 실시간 대응한다.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기여하고 중국의 잠재적인 군사적 공격과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의 한 강연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발전, 강력한 동맹 네트워크 구축, 경제번영 증진, 전염병과 기후변화 대응, 안보 강화 등 5가지를 손꼽았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대만해협 평화를 위한 인도태평양 군사력 강화방침을 설명한 것이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를 견제하던 나토가 2022년에 설정하는 향후 10년 전략개념에 중국의 위협을 추가하면서 인도태평양으로 영역을 확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은 디지털 경제,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 노동 기준 등의 공동 목표를 추구하면서 규칙에 기초한 무역질서를 강화하는 등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경제 틀도 마련하고 있다. 경제안보를 보다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5일(현지 시각) 화상 전화를 통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할수록 중국과 건건이 부딪히고 있다. 그 중심에는 대만이 있다. 이른바 서로 결코 양보할 수 없어서 넘어서는 안 된다고 설정한 레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전투기를 동원해 수시로 대만해협 상공을 비행하며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은 대만 방어 지원에 나서는 등 접촉 빈도를 늘리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초긴장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예상치 못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오는 11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상원의 3분의 1과 하원 의원 전원을 교체하는 중간선거를, 시진핑 주석은 비슷한 시기에 세 번째 연임 결정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각각 앞두고 있는 만큼 분쟁보다는 서로를 적절히 견제하면서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화약고 우크라이나는 전쟁 위기
러시아가 병력 10만 명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하면서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올 초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라며 “중무장한 17만5000명으로 구성된 100여 개 대대 전술단의 광범위한 작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주요 7개국과 공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방부는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공세에 맞서는 차원에서 미국 전투 억지력을 높이고 나토 군대가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독일주둔 현역 병력 2만5000명인 상한선도 폐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의 최종 승인을 보류해서 러시아 돈줄을 막겠다는 의지도 직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제재에서 나아가 최악의 경우 국제 결제망에서 러시아 루블화 퇴출까지 옵션으로 검토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지역 병력배치가 나토의 ‘동진’을 막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적극 설명한다. 이어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시스템을 배치하지 않도록 미국에 법적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기습적으로 강제 병합한 러시아의 전례를 볼 때, 이번에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도 적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회담으로 밀월관계를 지속하면서 반미 연대에 의기투합했다. 또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그룹구성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훈련도 확대하면서 전략적인 공조를 강화하는 중이다. 또한 양 정상은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서로의 지지를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