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익증가와 AI투자 사이클을 전제로 국내 증권가는 2026년 코스피가 4000~5000 포인트 사이 밴드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11월 20일 기준 대부분 증권가에서 발표한 2026년 코스피 예상밴드는 3200~5000으로 나타났다. 상단과 하단의 차이는 1800포인트로 2025년 2100~3206사이 예상밴드보다 더 큰 격차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지수의 급등락이 자주 나타나겠지만, 전반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KB증권은 2026년 하반기까지 5000 포인트, 2027년 상반기에는 7500포인트까지 상승할 거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30년간 한국 증시의 세차례 강세장(1998년, 2009년, 2020년) 시기에도 정확히 200일이 경과한 시점에 단기 조정이 진행됐으며 단기 조정 폭이 컸던 만큼 이후 코스피는 급반등했다”며 장기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75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B모건도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제시했고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6000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이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단기 조정을 틈탄 매수를 권고한다“고 전했다.
메리츠증권은 4000~5000포인트를 제시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익은 더 늘고, 멀티플은 유지·소폭 개선될 것”이라며, AI연산이 훈련에서 추론으로 확장되면서 HBM뿐 아니라 일반 DRAM·낸드까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3700~5000을 제시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까지 두 자릿수 이익 증분 속도, 한국 밸류체인의 전략적 중요도 확대,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 강세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핵심 변수는 환율”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한화투자증권으로 3200~4000선을 제시했다. 반도체와 헬스케어가 주도하는 강세장이 여전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과 내수 회복세 등 긍정적 요인으로 4000포인트를 상단으로 예측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부담 때문에 12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미국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금리 인하를 계속 미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유동성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10월 공개한 ‘2026 주식전망’ 보고서에서 “각 정권의 2년차는 주식시장의 성과가 좋고 주도업종이 드러나는 시기”라며, 정부가 지난해부터 AI R&D예산을 늘린 만큼 반도체에서 AI 관련 소프트웨어 등으로 시장을 넓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4년 밸류업 정책, 2025년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이르기까지 규제 환경의 변화로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봤다. 이에 반도체와 헬스케어 뿐만 아니라 “자본 배분이 달라지는 업종과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상상인증권은 상단 4350 포인트로 예상했다. 과거 반도체 업황 호황 시 코스피가 90% 상승한 경험을 근거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 연간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증권, 은행, 조선 등을 반도체를 이을 저평가 매력주로 분류했다. 코스피 상승을 견인할 핵심 동력으로 AI반도체를 꼽으며, ‘상반기 강세 후 하반기 변수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전망했다.
낙관적인 전망만큼 리스크도 분명하다. SK증권, 흥국증권, 키움증권 등에서 3500선을 최하단으로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는 신성장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전통 제조업 부문은 부진해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라며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뚜렷하지만 아직 목표 수준 아래로 안정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상품 가격 상승·무역 마찰·공급 제약 등 외부 악재들이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SK키움증권, 흥국증권은 최대치를 4800포인트로 내다봤다. 유동성 확장, 주식 희석 최소화, 주주 권한 보호 등을 긍정 요인으로 꼽으며 변동성이 크더라도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은 10월까지 코스피 상단을 4350으로 제시했으나, 최근 미국발 AI버블론에 잠시 지수가 4000 이하로 하락한 이후 전망치를 3700~4750으로 조정했다. 2025년 3분기 말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해온 만큼 대형주 위주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도 3300~4000사이였던 전망치를 3800~4600으로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11월 중순에 열린 리서치포럼에서 기존 5000포인트였던 코스피 목표치를 5500포인트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과 함께,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AI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상법 개정안 등 모멘텀이 더해지며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2025년 4분기 코스피 목표치를 3850에서 4100으로 상향조정한 데 이어, 2026년 4000선 중후반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러 증권사에서는 반도체 및 IT 성장주 중심을 투자전략을 제안했다. DS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코스피 전체 순이익 전망치에서 반도체 분야가 약 50조원가량 기여하며 이익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가 촉발한 데이터센터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 수출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AI, 반도체, 양자컴퓨터, 가상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등을 전략산업으로 꼽았다. 한화투자증권은 “AI 산업에 대한 주목도는 AI 반도체에서 AI 모델을 거쳐 결국 디바이스로갈 것”이라며 “핸드셋, 소부장 등 하드웨어의 반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외 삼성증권, KB증권도 AI반도체를 유망종목으로 제시했다.
[박수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