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지역 출퇴근 30분 시대의 막을 열 ‘2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계획을 발표하며 역 신설 지역의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경기뿐만 아니라 충남과 강원도까지 서울 출퇴근 1시간 시대가 열리며 GTX를 통한 메가시티 완성을 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크게 수혜를 볼 지역은 GTX D노선이 신설될 곳으로 예상된다. GTX D는 김포 장기와 인천국제공항에서 각각 출발해 가산·강남·삼성·잠실 등 주요 업무지구를 지나 하남 교산과 강원 원주까지 각각 이어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GTX D노선은 수도권을 횡으로 통과하면서도 핵심 일자리가 포진한 강남을 거쳐간다”며 “인천 검단·계양, 강원 원주 등 외곽 지역에서 강남 접근성이 대폭 개선돼 신설역 주변 땅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도권과 별개 생활권으로 여겨지던 강원 원주·춘천과 충남 아산 등도 GTX를 통해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게 되면서 주민들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주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 씨는 “GTX를 타고 강남까지 한 번에 출근이 가능해지면 굳이 일자리 때문에 서울로 이사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GTX 개통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건 앞서 GTX A·B·C 신설로역 통과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른 전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동탄이다. 동탄은 오는 3월 GTX A 개통을 앞두고 있는데 동탄역 초역세권 단지 ‘동탄역 롯데캐슬’은 전용 102㎡가 지난해 9월21억원에 거래됐다. 이 평형대 분양가가 5억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4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다만 철도 개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보니 시간이 단축될 수 있지만 통상 철도 개통까지 최장 20년이나 소요돼 장기 계획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호재여서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GTX를 통한 수도권 확장은 서울 주택가격 쏠림 현상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겸임교수는 “수도권 외곽도 서울로 30분대 출퇴근이 가능해지는 만큼 주택가격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상권 측면에서는 서울 도심에 오히려 집중되는 빨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GTX 신설 및 연장안 발표 이후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평택이다. 매일경제 유튜브 매부리TV가 정부의 교통 분야 민생토론회 직후인 1월 25~26일 구독자 479명을 대상으로 ‘GTX 발표로 가장 기대되는 지역’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44%가 GTX 호재 지역으로 평택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GTX A와 C 두 노선이 연장되는 평택이 GTX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이 가장 기대된다고 답했다. 2위는 서울지하철 5호선이 연장되고 GTX 노선이 들어오는 인천 검단(21%), 3위는 GTX C노선 연장이 발표된 충남 천안(14%)이었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호갱노노에서도 민생토론회 직후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아파트로 수원 평택과 충남 천안 등 아파트들이 이름을 올렸다. 평택시 지제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경기 화성시 병점동 ‘병점역아이파크캐슬’, 세교동 ‘평택지제역자이’, 충남 천안시 서북구 와촌동 ‘천안역사동아라이크텐’ 등이 검색 상위권에 올랐다. 평택 지제역 역세권 아파트인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는 GTX 대책 발표 이후 매물 호가가 1억~2억원 이상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포의 경우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안까지 겹쳐 교통망 개선 겹호재를 맞게 됐다. 앞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1월 19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 노선 조정안을 발표했다. 연장 구간에는 총 10개 정거장이 들어선다. 김포 지역에 감정동을 포함해 7개 역, 인천 검단신도시 지역에 2개 역, 서울 지역에 1개 역이 들어간다. 인천 검단 소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5호선 연장이 발표되고 나서 호가가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검단 아라동과 원당동 일대는 인천지하철 1호선도 연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지하철 노선이 2개나 놓이는 터라 기대감이 더 크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김포시 아파트값은 5호선 연장안이 발표된 1월 넷째 주부터 상승(0.04%)하기 시작해 다섯째 주에도 0.05% 올랐다.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인천 서구 아파트값도 1월 다섯째 주 기준 0.02% 상승했다. 동일 기간 전국 및 수도권 아파트 값이 모두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교통 호재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GTX만 믿고 투자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GTX 요금을 잘 살펴봐야 한다.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더라도 비용을 너무 많이 쓰게 되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GTX의 요금은 40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까지 기본요금 1250원에 별도 요금 1600원, 추가요금 5㎞당 250원을 부과한다. 만약 킨텍스역에서 삼성역까지 37.4㎞ 가면 4350원을 내야 한다. 왕복 요금은 9000원으로 1만원에 육박한다. 다만 정부는 일반 직장인이나 청년,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20~53% 할인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개통 시기도 눈여겨볼 점 중 하나다. 정부는 GTX D·E·F는 내년 5차 철도망계획에 반영하고 2035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GTX A·B·C 노선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게 2009년인데 개통까지 15년이 넘게 걸린 점을 고려하면 D·E·F 노선도 개통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3대 교통혁신 패키지를 위해 약 134조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예산안이 계획대로 수립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GTX 신설역이 놓여도 일자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에 크게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설 철도가 강남과 여의도 등 핵심 일자리 지역을 관통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지하화 대상 노선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6대 특별시, 광역시 노선이다. 현재 서울(경부선·경인선·경원선·경의선), 부산(경부선), 대구(경부선), 인천(경인선), 대전(경부·호남선)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는 아예 예시를 들어 서울역~구로역 구간을 ‘서울국제업무축’으로, 구로역~석수역 구간을 ‘신산업경제축’으로, 청량리역~도봉역 구간을 ‘동북생활경제축’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의 경우 동대구역과 동대구벤처벨리 등을 연계 개발하고, 부산은 가야역~서면역 일대를 새로운 광역 클러스터로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여러 노선 중 부동산업계에서 지하화 1순위로 꼽는 노선은 경인선이다. 이 노선은 서울 구로역과 인천 도원역을 잇는 총 22.8㎞ 길이 노선이다. 현존하는 국내 철도 노선 중에 가장 오래됐다. 오래된 만큼 시가지가 무질서하게 개발된 곳이 많다. 도로까지 단절돼 주민들의 지하화 요구가 높다. 수도권을 균형개발하자고 명분을 내세우기도 좋다. 만약 지하화가 이뤄지면 구로역과 도원역 사이 아파트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성 측면에선 지하철 1호선 경부선이 유력한 지하화 후보다. 특히 서울역~용산역 구간이 많이 언급된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알짜 땅이면 아무래도 비싸게 팔 수 있어서다. 구로역~석수역 구간도 마찬가지로 거론된다.
다만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자극하는 걸 우려할 수 있다. 다른 수도권이 걸쳐 있거나 지방에서 먼저 사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으로 상부공간이 공원화되면 서초구 반포동과 서초동 일대 단지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 측은 “고속도로와 인접한 단지는 서초롯데캐슬프레지던트, 서초래미안, 반포써밋, 서초푸르지오써밋, 반포자이 등이 있다”고 했다.
[김유신 기자]
올해 상반기 GTX A 수서~동탄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제1기 GTX A·B·C 사업이 본격화되며 관련 수혜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수십조원 단위의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만큼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늘어날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기대감에서다.
부동산업황 둔화에 노출된 건설사, 철도업체나 레미콘 등 건설자재업체, 프로젝트 관리를 맡을 엔지니어링업체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GTX역 주변 사업부지를 보유한 건설사의 경우 땅값 상승에 개발지구의 분양가도 오르며 개발이익도 증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2018년 GTX C노선 사업논의가 본격화돼 관련주들이 상승하는 모습과는 달리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모습이다.
▶ 사업수주 분산과 발주기간 고려해야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자금 조달 어려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GTX 사업 기대감이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 세미나를 통해 “GTX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며 “올해 은행의 대출 태도가 강화되는 한편 시장 기대에 비해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수 있어 부동산 시장으로 추가 자금 유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주택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GTX A노선 사업을 수주한 DL이앤씨(옛 대림산업),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등의 주가 흐름은 큰 시세를 주고 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철도 사업을 수주한 도화엔지니어링도 마찬가지로 평탄한 주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과 과거 사업계획 발표 이후 발주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는 학습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기 GTX라고 할 수 있는 D·E·F 노선은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거쳐 준비하면 1단계 사업은 늦어도 2035년 개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기 GTX 격인 D·E·F 사업 수주에 있어 기존 선정 업체들이 추가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주가 변동폭이 낮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으로 GTX 사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나 업체 선정은 현실적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고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시간을 거쳐 실제 발주가 나오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GTX 추가 노선에 대한 사업 수주와 발주 역시 다소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