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이라는 건 이익잉여금에서 하는 것이지 순이익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사내 유보금이 풍부하다면 어느 한 해 순이익보다 배당을 더 많이 했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눈총은 받을 수 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별 도리 없습니다. 최대주주의 의지와 주총 결과에 따른 것이니까요.”
삼성코닝정밀소재(이하 삼성코닝)가 지난해 주주들에게 순이익보다 더 많은 규모로 배당한 것에 대한 한 대기업 IR팀장의 말이다. 이 팀장의 말을 간단히 풀이해보면 최대주주의 결정과 주총의 결과를 두고 왈가왈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 발전이나 회사 발전을 위한 투자금과 유사시 풀어쓰기 위해 회사에 묶어두어야 할 유보금까지 탈탈 털어 주주들에게 배당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회사로서 손쓸 방도가 딱히 없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코닝은 지난해 매출 5조4993억원에 영업이익 3조5651억원, 당기순이익 3조29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65%에 달한다는 것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 우선 놀랍다.
대부분 제조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0%대다. 20%만 돼도 영업이익률이 꽤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세계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미국 애플의 그것은 30%대다. 즉 삼성코닝의 영업이익률은 애플의 두 배가 넘는다는 얘기다.
영업이익은 원래 매출총이익(매출액-원가)에서 판관비를 뺀 것을 말한다. 따라서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판관비가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제품을 비싸게 판다는 것일 수도 있다.
삼성코닝 측은 “전 세계적으로 LCD 유리기판을 만드는 업체가 그다지 많지 않다”며 “코닝뿐 아니라 다른 LCD 유리기판 업체의 영업이익률도 대부분 높다”고 말했다. 또 “다만 코닝의 기술력이 워낙 뛰어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년간 삼성코닝으로부터 3285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br>삼성코닝정밀소재 천안사업장.
삼성코닝이 만드는 LCD 유리기판은 LCD TV, 모니터, 노트북 PC 등에 쓰이는 핵심소재다. 게다가 삼성코닝의 주 매출처는 삼성전자, 에스엘시디(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회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다. 삼성코닝이 LCD 유리기판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대부분 세계적으로 1, 2위를 겨룰 만큼 막강하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출처를 다른 회사에 뺏길 염려가 없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다.
현재 LG화학에서 신규 사업으로 이 분야에 뛰어든 상태로 내년 초 매출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지만 삼성코닝의 경쟁상대가 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만약 LG화학이 LCD 유리기판의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삼성코닝의 매출처 중 하나인 LG디스플레이는 LG화학에 뺏긴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LG화학의 상용화 판단이 이른 만큼 삼성코닝으로서는 아직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삼성코닝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매년 놀라운 실적을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핵심소재인 LCD 유리기판 제조, 공급을 국내에서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코닝 측은 “일본 아사히 등 몇 개 업체가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만큼 절대 독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주들 매년 앉아서 대박
영업이익률도 그렇지만 삼성코닝과 관련해 또 하나 경이로운 점은 배당금 규모와 배당률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난해 배당금이 순이익보다 많이 한 것을 비롯해 삼성코닝은 매년 순이익의 40%가 넘는 고배당을 해왔다. 덕분에 삼성코닝 주주들은 매년 가만히 앉아서 ‘대박’을 맞고 있는 셈이다.
현재 삼성코닝의 주요 주주는 미국 코닝(49.27%), 삼성전자(42.54%),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7.32%)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대주주인 미국 코닝사는 지난 5년간 삼성코닝의 배당금만으로 3조원 이상을 챙겼다. 지분율에서 별 차이가 없는 삼성전자 역시 그에 버금가는 배당금을 챙겼다. 비록 지분율에서는 크게 떨어지지만 홍 회장은 개인이라는 점에서 배당금이 어마어마하다. 홍 회장은 배당금으로 2009년 825억원, 지난해 2460억원 가량을 받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기순이익의 40%였던 배당률이 지난해 갑자기 100%가 넘을 만큼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이다. 이에 대해 삼성코닝 측은 “예전부터 초과 보유 현금에 대해 주주들이 특별배당을 하기로 원칙을 세워놓았고 이를 지난해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에 언급한 대기업 IR팀장의 말처럼 고배당이라고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다만 기술 개발이나 투자 목적 등으로 써야 할 사내 유보금을 들여서까지 고배당을 하거나 유보금을 쌓아두지 않은 상태에서 고배당을 고집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코닝 측은 “투자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을 정도로 유보금은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그 액수에 대해서는 “2조 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외국계 회사나 합작회사 등이 고배당을 하는 경우는 많다. 상장회사 중에서도 GS칼텍스, 동서식품 등 합작회사들의 배당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또 에쓰오일 등 외국인 지분이 많은 기업들의 배당률이 높은 것도 증권가에서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나 합작회사들의 배당이 높은 까닭은 당초 투자금액을 빨리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합작 외국 기업들의 투자금 회수 방법으로 보통 배당과 원자재 고가 공급 등의 방법이 있는데 그중 가장 손쉬운 것이 배당”이라고 귀띔했다.
홍석현 회장 개인주주로서 매년 큰 돈
삼성코닝의 고배당 정책으로 이익을 보는 ‘개인’은 홍석현 회장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홍 회장은 삼성코닝의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등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이때 삼성코닝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05년 주미대사로 내정된 당시 공개한 재산 내역에서 홍 회장은 삼성코닝 주식 17만8346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는 129만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초 삼성코닝이 탕정 클러스터 내에 제2유리기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실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의 형태로 보유 주식을 늘린 것이다.
이로써 홍 회장은 개인주주로 해마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돈이 홍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설비투자에 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회사인 삼성코닝의 기업 공개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상장해 투명하게 한다면 지금 같은 구설과 이야깃거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명확히 할 수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덜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흐름과 운영이라면 상장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상장의 목적이 대부분 큰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데 삼성코닝의 경우 실적이 우수하고 현금이 많아 회사 입장에서 굳이 상장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삼성코닝은 합작회사 형태에서 벗어나지는 못할까. 합작 형태가 아니라면 최대주주인 미국 코닝사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당금이 빠져나갈 일도 없을 테고 우리나라로서는 또 하나의 글로벌 기업을 갖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삼성코닝은 계열사로 두긴 했으나 미국 코닝사가 버티고 있어 다른 계열사들처럼 일일이 관리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오죽하면 재계 일부에서 ‘삼성코닝은 삼성그룹의 계륵’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적과 기술이 대단하고 삼성전자 등과의 관계, 그룹 이미지 등에서는 매우 유리하지만 구설에 오르거나 문제가 될 때는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다시 말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이긴 하지만 하나하나 신경 쓰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그러나 합작할 당시 합의사항이 있고 코닝의 기술력이 워낙 뛰어나다”고 털어놨다. 삼성코닝 측은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합작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