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젊다. 매끈한 외모와 단단한 이미지가 20~30대 운전자를 유혹한다면 ℓ당 21.9㎞에 이르는 연비와 3190만원(VAT 포함)의 가격 등 경제성까지 아우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 9만562대 중 2만1970대가 3000만원대였다. 그중 20대가 3528대, 30대가 1만4925대를 구입했다. 젊은 층에게 가장 사랑받은 브랜드는 폭스바겐. 차종만 놓고 보면 단연 골프(TDI)가 1위다.
올 1월5일 국내에 출시된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이러한 인기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출시 5일 만에 1차 판매분 300대가 매진됐고, 2차 출고까지 대기 기간만 2개월이 걸린다. 과연 인기비결이 뭘까.
달리고 또 달려도 연료 게이지 한 칸이 전부
기존 골프가 2.0ℓ급 디젤엔진을 사용했다면 블루모션은 1.6 TDI 디젤 엔진과 7단 DSG변속기를 적용했다. 앞서 밝힌 공인연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122g에 불과해 그 동안 폭스바겐이 국내에 출시한 모델 중 가장 친환경적이다. 도대체 체감 연비는 어느 정도인지 중구 필동에 자리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인천 차이나타운과 경기도 일산 등지를 왕복 운행했다. 도착지에서 확인한 연료게이지는 달랑 한 칸 내려간 게 전부. 시내 주행에 이어 경기도 양평으로 방향을 돌리자 두 칸이 더 내려갔다.
고연비 운행의 비결은 ‘Start A Stop 시스템’과 ‘에너지 회생 시스템’. 차가 정지하면 엔진을 멈추고 움직이면 다시 작동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이는 Start A Stop 시스템은 좀처럼 보기 드문 영특함을 발휘한다. 꽉 막힌 도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툭하고 엔진이 꺼진다. 발을 떼자 다시 작동하는 엔진, 혹여 가솔린에 비해 시동반응이 늦는 디젤 엔진의 속성이 전달되지 않을까란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일 뿐이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비축, 효율을 증가시키는 에너지 회생 시스템도 기존 모델에 비해 6%나 개선된 연비를 뒷받침하는 첨단기술이다.
시승 전 제원표만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건 최고 출력과 100km 도달시간. 국내에 출시된 동급 모델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최고 출력은 105마력(4400rpm. 신형 아반떼는 140마력이다). 최대토크는 25.5kg·m(1500~2500rpm)이며,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2초, 최고 속도는 190km/h다. 언덕길 주행에 힘이 모자라지 않을까 싶었지만 30°경사의 도로를 치고 나가는 품이 탄탄하다. 고속도로에서도 시쳇말로 ‘밟으면 밟는 데로 나간다’. 뛰어난 성능 뒤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는 역시 실내공간. 엉덩이와 등을 감싸듯 안아주는 앞좌석 시트는 편한 운전을 돕는다. 앞좌석에 비해 별다른 쿠션이 없는 뒷좌석은 보기보다 공간이 넉넉하다. 뒷좌석 뒤 트렁크 공간엔 웬만한 접이식 자전거 두어 대는 거뜬해 보인다.
문제는 너무 기본에 충실한 나머지 있을 건 다 있는데 없는 건 정말 없다는 것. 센터페시아엔 라디오와 CD플레이어, 파킹시스템 등이 전부다. 여타 전자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USB·AUX단자나 연결선은 찾아볼 수 없다. 앞좌석을 앞뒤로 이동하거나 각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은 오로지 수동이다. 스티어링휠에도 별다른 조작버튼이 보이지 않는다. 1000~2000만원대 국산 차종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기능이 맘에 들지 않았다면 더없이 좋은 사양이다.(어쨌든 사고자하는 소비자가 줄을 섰다.) 3월부터는 16인치 알로이 휠과 가죽 패키지 옵션이 추가돼 100만원 비싼 모델이 판매될 예정이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 / 사진 =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