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Inside] 1g당 10원도 안 되는 요소에 흔들린 대한민국 요소수가 뭐길래… 비료만 생각한 무방비 정부, 중국에만 의존한 공급망 깨지자 대혼란
원호섭 기자
입력 : 2021.11.29 10:52:14
수정 : 2021.11.29 10:52:37
10월 중순부터 한국을 뒤흔들었던 요소수 품귀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가수요가 붙어 시장 상황은 불안정하다. 이미 공사현장을 비롯해, 항만 등에서는 요소수 부족으로 트럭들이 멈춰선 곳도 생겼으며 원래 가격보다 10배 이상 뛰어오른 요소수라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동네방네 뛰어다녔다. 마스크 대란 때와 마찬가지로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만 했다. 사회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마따나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1g에 약 0.8원, 1㎏에 888원짜리 ‘요소’가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비경제부처질의에 출석해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요소수 부족 사태와 관련 외교부 대응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건의 시작, 중국의 수출 제한… 정부만 몰랐던 국내 요소수 품귀
지난 10월 11일, 중국 관세청(해관총서)은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를 고시했다. 15일부터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요소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수출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를 접한 기업, 정부는 처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11일부터 15일까지 큰 움직임이 딱히 없었다. 15일, 중국 항만에 적재되어 있던 한국행 요소가 수출을 멈추자 일부 물류기업들은 중국 세관에 문의했다고 한다. 일부 업체들은 “당시 중국 세관이 검사가 끝나면 수출이 가능하다고 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KOTRA(코트라) 역시 15일 이후 중국에 있는 물류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코트라는 요소를 ‘비료’로만 생각했다. 15일은 금요일이었다. 주말이 지나고 18일부터 코트라는 중국에 있는 물류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토대로 “중국이 비료 공급난 완화를 위해 수출을 억제하고 국내 시장에 우선 공급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만들었다. 10월 20일, 한 물류업체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소 수입이 어렵다”는 민원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접수했고, 산업부는 곧바로 코트라에 관련 보고서를 요청했다. 21일 코트라는 산업부에 보고서를 전달했는데, 여기에는 비료 이야기만 있었을 뿐, 요소수와 관련된 내용은 빠져 있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정부와 사뭇 달랐다. 롯데정밀화학과 같은 대기업은 중국의 수출 검사 의무화가 사실상 수출 제한임을 확인한 뒤 16일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응방안 찾기에 나섰다. 한국중부발전의 대응도 비슷했다. 10월 18일 중부발전 내부에서는 ‘탈질설비용 요소수 수급 관련 긴급 대응방안’ 보고가 이뤄졌다. 기존 요소수 납품업체가 계약 해지를 요청하면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중부발전은 19일부터 요소수 구매를 추진해 약 일주일 뒤인 25일 수의계약 형태로 ‘긴급 단가’를 주고 요소수를 조달했다. 다음날에는 요소수 공급 중단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검토했다. 다른 발전 공기업에서도 위기 신호가 감지됐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달 21일 물가 변동을 이유로 요소수 단가 계약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해 27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남부발전에서는 오염물질 감축 설비(탈질설비)에 요소수 주입량을 한시적으로 절감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한국남동발전도 28일 일부 발전소에서 요소수 긴급구매를 진행했다.
경기도 안산시의 한 요소수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뒤늦게 나선 정부
시장의 움직임도 비슷했다. 21일에는 국내 자동차, 화물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요소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25일 오전부터는 상황이 더 긴박하게 흘러갔다. 서울에 있는 주유소 사이에서 “요소수 생산업체들이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 중소 요소수 업체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기도 했다. 요소수 가격 또한 전주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 이상씩 오르면서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매일경제는 27일 오후 요소수 부족 문제와 원인,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기사화했는데 이때까지도 정부는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을 해결하려는 외교적 움직임도 찾기 힘들었다.
10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 간담회를 열었으며 28일에야 중국 실무진과 협의를 시작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올 리 없었다. 요소를 들여올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을 제외하면 러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나 카타르 등 중동 국가 일부에 불과했다. 10월 새로운 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들여오려면 최소 2~3달의 시간이 걸렸다. 러시아가 가장 첫 번째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구할 수 있는 요소의 양은 중국에서 수입하던 양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1달 반 정도의 재고물량만 남았던 요소수 생산업체들은 추가 고객을 받지 않고 기존 고객에게만 요소수를 공급했다. 재고가 빠르게 줄면서 시장에서는 요소수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재기까지 벌어지면서 10ℓ당 1만원가량 하던 요소수 가격은 10만원까지 뛰었다.
10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이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현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했으나 이 과정에서 요소수 문제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문제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회동했으나 요소수 문제는 역시 거론되지 않았다.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무역 증진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의 반응이 이상함을 느낀 정부는 11월 2일이 되어서야 관계부처 합동으로 첫 회의를 개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틀 뒤인 11월 4일에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서 요소가 논의됐으며 5일에 청와대 내에 TF가 구성됐다. 11월 7일에는 기획재정부가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개최했다. 15일 중국의 수출 제한이 시작되고 거의 한 달이 지난 11월 10일이 되어서야, 중국 항만에 묶여있던 1만8700t의 요소 수출 절차가 진행됐다.
▶2011년 이후 요소 생산 안 해
요소수에 쓰이는 요소는 공기 중의 질소, 천연가스에서 만들어진 수소, 그리고 석탄이나 천연가스 연소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결합해서 만든다. 요소 생산 시 고온·고압의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 내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기 생산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요소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중국은 자국에서 쓸 요소가 부족해지자 서둘러 수출 전 검사를 통해 수출 제한에 나섰다.
요소수가 부족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요소수는 디젤차에 탑재된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쓰인다.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NOx)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바꿔준다. 트럭과 버스 등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 디젤차에는 SCR가 의무 장착된다. SCR 장착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제한돼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SCR가 필요한 환경규제는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도입됐지만 엔진 배기량이 2500㏄ 미만인 경우 SCR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SCR를 부착한 차량은 승용차가 133만 대, 승합차 28만 대, 화물차 55만 대다. 하지만 환경부가 그동안 SCR가 없는 화물차를 대상으로 SCR를 탑재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던 만큼 실제 요소수를 쓰는 차량은 이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는 차량 종류, 연비에 따라 다르지만 트럭의 경우 일반적으로 600~700㎞를 이동하는 데 요소수 10ℓ를 사용한다. 서울·부산을 왕복해야 하는 화물 트럭은 한 달에 수차례 요소수를 채워야만 운행이 가능하다. 디젤 차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요소수 판매량도 빠르게 증가해왔다. 2015년 국내 요소수 판매량은 6252만ℓ에서 지난해 2억2000만ℓ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무엇보다 소방차를 비롯해 견인차, 크레인 등 화물차와 기타 건설장비 특수차도 요소수를 사용하는 만큼 요소수가 부족하면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트럭 운행이 어려워지면 국내 물류가 마비되면서 그 피해는 유통업으로 전이된다. 트럭이 멈췄을 때 피해 추산은 과거 화물파업 당시 발생한 경제적 손해 분석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화물파업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운송차질률을 20%로 감안했을 때 하루 112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운송차질률 60%인 전면파업의 경우 하루 336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통계에 잡힌 350만 대 화물차 중 54만 대는 15%인 만큼 해외 트럭까지 포함하면 대략 20% 이상 운송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할 수 있다.
한국도 과거 요소를 만들었지만 값싼 중국산에 밀려 2011년 이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요소는 상당히 가격이 싼 만큼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생산한다.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처럼 화학강국은 여전히 요소를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만드는 산업용, 비료용 요소가 아니라 의료용 등 특수용도로 사용되는 요소를 주로 만든다. 가격도 중국산과 비교했을 때 최소 2배에서 최대 30배 가까이 비싸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현실적으로 산업용, 비료용 요소는 개발도상국에서 만든 값싼 제품을 들여오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요소 전환
국내에서 요소수를 만들 요소가 부족해지자 인터넷 등에서는 비료용 요소로 요소수를 만드는 방법도 공유됐다. 또한 일부 중소 요소수 생산 업체들 사이에서는 차량용 요소수 설비에 비료용 요소를 넣고 돌려도 요소수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비료용 요소로 요소수를 만들면 발암물질이 대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비료용 요소는 서로 뭉치지 않게 하기 위해 ‘알데하이드’ 코팅을 한다. 이 알데하이드는 SCR를 거쳐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데, 이때 농도가 약 2000PPM으로 차량용 요소수의 400배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요소수가 많이 필요 없는 승용 디젤차의 경우 배출량이 미미할 수 있지만 수시로 요소수를 채워줘야 하는 화물차에 이 요소수를 넣으면 도로를 달리며 발암물질을 공기 중에 내뿜는 수준이 된다.
이후 논란이 된 것이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요소 전환이다. 업체들은 “해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과학기술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이덕환 교수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했을 초기부터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요소는 촉매제라기보다는 환원제의 역할을 한다”며 “요소수의 종류는 품질이 아닌 농도에 따라 구분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황(sulfur)’ 불순물은 SCR의 촉매로 사용하는 제올라이트나 바나디아(바나듐 산화물) 촉매의 표면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며 “요소수는 경유 소비량의 1% 수준밖에 사용하지 않으며 요소수에 포함된 요소 농도는 32.5%인 만큼 요소에 포함된 불순물의 양은 무시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CR 장치 또한 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경유가 연소될 때 나오는 다양한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만큼 요소에 있는 극미량의 불순물에 의해 영향을 받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안양시 내 한 레미콘 공장에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하지 못하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11월 4일 환경부는 급히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요소 전환 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혔고 16일 발표된 결과는 이 교수의 말과 일치했다. 산업용 요소로 차량용 요소수를 만들어도 배출가스에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환경부는 SCR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히 파악하기 위한 추가 실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갈등을 언급하면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2년 뒤인 올해 7월 열린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성과 간담회에서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협력의 방법을 알게 되는 등 위기 극복의 성공 공식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뒤 불화수소와 같은 첨단 화학제품이 아닌, 기초화학 제품 요소에 대한민국이 흔들렸다. 중국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음에도 차량용 요소가 부족할 경우 행할 수 있는 대책은 전혀 없었다. 코트라를 비롯해 청와대는 요소를 ‘비료’로만 인지해 화를 키웠다. 정부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 가능성이나, 요소 우회 수입국을 찾아놨더라면 국민들이 겪은 혼란을 줄였을 수 있다. 이덕환 교수는 “특정 국가에 높은 의존도,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며 “세계 10대 강국이 값싼 요소에 흔들리는 현실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