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경우 정관에 임원의 선임에 관한 규정을 두고, 별도의 규정을 두어 임원의 종류와 그 처우에 관하여 정하는 것이 통례다. 이에 따라 주식회사에서는 등기이사에 대하여 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관리이사 등의 다양한 직함을 붙여 회사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게 해왔으나,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는 등기이사의 수를 줄이는 대신 등기이사와 유사한 지위와 권한을 갖는 비등기임원을 선임하고 앞서 본 여러 직함을 붙여 임원으로서의 회사의 중요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임원의 선임 단계에서는 회사와 해당 임원 사이에 마찰이 발생할 요인은 적다. 그런데 회사가 임원에 대해 정관, 계약에서 정한 사유를 이유로 해임 또는 해고를 하여야 할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임원에 대한 해임 또는 해고에 어떠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야 하는지, 회사가 임원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등을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문제는 회사의 임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회사의 임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요하고, 해고의 예고나 서면통지 등 해고절차를 준수해야 하며, 근로관계 종료 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대법원은 “회사나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즉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임원이 근로자인지 여부는 등기 여부나 계약의 형식보다는 최고경영자 등의 지휘, 명령에 따르면서 노무를 제공하는지 여부 등 사용종속관계에 기초해 판단되는데, 이러한 사용종속성 여부는 결국 해당 임원이 ‘업무집행권’이나 ‘업무대표권’을 보유하는지 여부, 업무수행방법의 형태, 특히 그 임원이 독자적인 업무집행권과 재량권을 갖는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판례는 이와 같은 기준에 입각하여 등기임원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반면, 비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 업무수행권한 등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구체적인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고용계약에 의한 근로자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대규모 회사의 비등기임원에 대해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이는 기존의 임원의 근로자성에 관한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예외적으로 임원을 근로자로 볼 수 없는 경우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대규모 금융회사인 갑 보험회사에서 미등기임원인 상무로 선임되어 ‘방카슈랑스 및 직접마케팅(Direct Marketing)’ 부문을 총괄하는 업무책임자(Function Head)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해임된 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를 가려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갑 회사의 규모, 경영 조직 및 대규모 금융회사로서의 특수성, 갑 회사의 경영목적상 필요에 의하여 을이 외부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경위, 그 과정에서 고려된 을의 전문적인 능력 및 담당 직위와의 상관관계, 을이 실제로 담당한 포괄적인 권한과 업무수행 실태, 갑 회사의 의사결정·경영에 대한 을의 참여 정도, 갑 회사의 임원과 직원에 대한 구분 및 분리 임용, 직원보다 현저하게 우대받은 을의 보수 및 처우, 해임의 경위와 취지 등에 관한 여러 사정’ 등을 근거로 “을은 갑 회사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제공하였다기보다 기능적으로 분리된 특정 전문 부분에 관한 업무 전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처럼 대규모 회사의 비등기임원의 경우 독자적인 재량권을 부여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넓고 대외적인 업무집행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거나, 하나의 사업부문, 사업부, 사업장 등의 경영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사업계획, 예산계획, 인사계획 등 여러 분야에서 정책적인 결정을 하여 ‘사업 경영담당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나, 반대로 이와 같은 특수한 사정이 없는 비등기임원이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해고 시 근로기준법의 요건과 해고 서면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고 근로관계 종료 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반직원이 승진을 통해 임기를 정한 비등기임원으로 전환된 경우 종전 근로관계는 종료되고 새로운 기간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일까, 아니면 기존의 근로관계가 정년까지 유지되는 것일까. 회사가 정년 연령이 도달하지 않은 비등기임원에 대해 임기(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임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직원이 회사와 임기를 정한 임원계약 체결을 통해 고용상태를 ‘정규직 근로자’에서 기간에 정함이 있는 ‘계약직 비등기임원’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 등으로 회사와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적법하게 종료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또한, 비등기임원의 근로소득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5호 소정의 근로소득 상위 100분의 25에 해당할 경우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 해당하므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무기계약직 전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