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다보스포럼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4차 산업혁명은 세계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4차 혁명에 대한 모습이나 방향에 대하여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논의와 논란의 대상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에 대한 구분이 아직 모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과 분명하게 다른 점은 인류가 그 방향과 변화를 제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힘, 그 자체가 새로운 혁명의 원천이자 시작이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자율주행 자동차, 3차원 프린팅(3D 프린팅)과 같은 정보통신기술과 바이오기술, 나노기술과 같은 기초과학기술 등이 어우러져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다 그 변화의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일반적인 예측은 분명하다. 기업·정부·개인의 변화로 함축된 것이 그것이다. 수요와 공급으로 이분화된 체계에서 기업에게 주는 가장 큰 변화는 수요와 공급이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체계로의 전환이다. 이로 인해 기존 제품의 생산과 서비스의 공급 방식은 철저하게 수요에 이끌리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동질의 특화된 수요자 집단이나 거대한 수요자 집단이 개별 기업들의 생산과 공급을 통제하는 시대로 전환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생산과 공급을 통제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정부의 변화 또한 유사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정부가 경제 정책을 만들고 국민을 보호하는 전통적인 측면의 역할이 줄고, 소규모 집단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를 중재하고 보호하는 역할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안전이나 치안에 대한 수요가 커지지만 그 체계는 국가와 특정 집단의 합의된 역할에 한정될 가능성도 있다. 국가에 의지하지 않으며 국가라는 틀 속에서 살아가려는 국민들이나 다른 국적을 보유한 외국인들에 대한 국가 권력의 행사 갈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다만 국가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거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하고 강력한 통제력을 갖고자 할 것이다.
개인에게 가져다 줄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은 보다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국가라는 틀 속에서 보호받던 개인이나 국민이라는 개념이 지금보다 크게 약화될 것이다. 여기에다 정보통신기술이나 바이오기술에서 나오는 각종 개인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세밀한 통제를 하려는 국가의 예속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은 이를 더 복잡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농업혁명이든 산업혁명이든 그 자체가 부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들어 왔듯이 4차 산업혁명은 그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의 격차 문제는 지금보다 더 큰 사회적 갈등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나 국제 사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소득의 양극화, 고령화 문제, 실업 문제 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 이유는 산업혁명이 물질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데서 온다. 산업혁명은 특정집단이나 개인들에게 부의 축적을 심화시켜 왔다. 농업혁명에서는 토지의 축적을, 산업혁명 이후에는 자본의 축적을 이끌어 온 것은 명확하다. 다만 이러한 부분들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었거나 제도적인 틀 속에서 해결하려는 힘의 작동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이러한 문제가 세계 곳곳에서 노출되는 시점에서의 새로운 혁명은 이들의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이 궤도에 오르게 되면 가장 심각하게 대두될 문제는 실업의 증가이다. 대부분의 제조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컴퓨터가 산업 로봇을 통제하게 되면 사람이 하던 일자리가 줄어든다. 여기에다 사무직의 대부분도 인공지능 컴퓨터가 일을 대신 처리하게 되면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자동차 생산 공정의 상당 부분에서 산업로봇이 자동차 조립을 대신하게 되어 새로운 인력의 채용이 없더라도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생산 공정에서 산업로봇이 모든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이 현실화되는 것은 다른 제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전개될 것이다. 한마디로 제조업의 일자리가 예상치 못한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다 과잉 생산이 사라지는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잉여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잉여 생산이 감소하는 것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공급자 중심의 생산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생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생산이 줄고 생산성이 늘게 되는 구조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답은 간단하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지금보다도 일하는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할 것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개인 소득이 줄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지금보다 더 높은 소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대폭 늘어날 것이다. 기계나 로봇이 할 수 없는 분야는 대부분 공공분야이다. 물론 공공분야의 일자리 중 많은 부분은 기계나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나 의료 분야, 육아, 양로 등 분야는 일자리는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없다면 일하지 않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분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야가 바로 문화나 예술과 관련된 분야이다. 일하지 않는 시간을 인간이 가장 유익하고 원하는 방법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이 풍부해지거나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인간은 저마다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릴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발명을 할 수도 있고 자연을 관찰할 수도 있으며 음악이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나 예술 활동의 참여는 그동안 물질적인 것에 매몰된 산업사회를 변화시켜 줄 것이다. 어쩌면 제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인간의 가치를 찾아주는, 즉 인간 본성을 찾아주는 인문혁명이 될 수도 있다. 문화를 융성하게 하는 것이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을 완성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 문제, 고령화 문제를 가장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누구에게나 원하는 생산품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인간에게 가져다 줄 가장 큰 가치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지 않다.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제 그 방향을 잡고 있는 단계이며 어쩌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통해 물질 중심의 세계를 벗어나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