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아프리카 출장 때입니다. 탄자니아 아루사를 출발한 4륜구동 자동차는 무려 4시간을 달려 응고롱고로에 도착했습니다. 졸다간 여지없이 자동차 유리창에 머리를 찍히고 마는, 돌멩이가 널브러진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도시를 지나칠 때 잠깐씩 만난 포장도로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운전을 했던 마닝고는 포장도로를 달갑지 않아 했습니다. 오히려 자국 자본이 아닌 선진국의 무상 SOC건설을 마뜩찮아 했습니다. 겉으론 바라는 것이 없다 하지만 절대 공짜일 리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문명의 이기 유입에 따른 삶의 파괴도 염려했습니다. 마닝고의 거부감을 이해하는 데에는 수년이 걸렸습니다.
요즘 아프리카가 주요 뉴스의 중심에 있습니다. 민주화 요구로 들끓고 있는 이집트와 해적의 거점이 된 소말리아 그리고 정부와 대기업들의 자원외교 등등 아프리카는 우리의 이해관계와 맞물릴 만큼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아프리카라는 존재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식민지배에 나섰던 유럽 국가들은 차치하더라도 일본은 이미 1990년대부터 무상 SOC사업에 참여했고, 불과 3~4년 전 중국도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을 불러들여 차관과 무상원조를 약속하는 등 한 발 앞서갔습니다. 한결같이 아프리카의 자원 확보를 위한 행보였습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로 불립니다.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1256억 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10%에 달합니다. 천연가스 역시 전 세계 매장량의 8%에 해당하는 6조5000억 입방미터가 잠자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이아몬드와 크롬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이 넘고 코발트, 금, 우라늄, 망간 매장량도 세계적인 규모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풍부한 천연자원은 아프리카 비극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1999년 아프리카 서부의 시에라리온에는 다이아몬드 지역 지배를 둘러싸고 내전이 벌어졌습니다. 수천명이 죽고 수만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1990년대에만 콩고에서 300만 명, 수단 150만 명, 르완다 80만 명, 앙골라 50만 명이 천연자원 개발권을 둘러싼 내전에 희생됐습니다. 콩코, 수단, 우간다, 부룬디, 알제리 등지에서는 지금도 유혈분쟁이 그치질 않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내전의 특징은 서방 열강의 대리전입니다. 위정자의 손에 총을 쥐어주고 권력을 장악케 한 후 그 대가로 천연자원 개발권을 확보하려는 서방 열강의 탐욕이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을 내전의 희생자로 만들었습니다.
케냐 나이로비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사파리 전문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마닝고에게 천연자원 보유로 오히려 비극의 대륙이 되어버린 아프리카의 희망은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앞에서는 무상원조, 뒤에서는 내전 지원이라는 열강의 이중성에서 벗어난 ‘정당한 거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