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정부 거시경제 정책의 주된 관심사가 성장에서 물가로 바뀐 듯하다. 지난 1월13일 내놓은 총 9개 부처 공동의 종합물가대책이나 같은 날 단행한 금리인상을 보면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뀐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움직임이나 구제역, 이상 기온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들썩이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가 잡기에 정부가 총력을 다 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양극화로 서민 살림살이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물가라도 잡아야 부담이 반감될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정부의 처방이 제대로 된 것인지는 한번 살펴봐야 할 일이다. 원인과 대책이 바르게 짝짓기 돼야 물가가 잡힐 터인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상승하는 원인을 짚어보면 해외 요인으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문제이고, 국내적으로는 과다한 통화량과 먹을거리 공급 차질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정부 대책의 핵심은 금리인상과 가격동결 조치다. 이런 정책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우선 통화량 증가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단행 시기는 당장은 아니라고 본다. 통화량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인상으로 물가는 잡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 물가상승 압력의 상당 부분은 공급 부문, 특히 해외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금리인상으로는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가계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부담이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높은 현실에서 금리인상은 안 그래도 어려운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공공요금이나 통신요금 그리고 휘발유 가격 등은 기업들로 하여금 인상을 못하도록 억누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당장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고 동결할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서 당국자의 관리가 소홀해지면 슬금슬금 올라가기 마련이다. 특히 공공요금 동결은 국민의 세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의미 없는 일이다.
공급 부문 가격상승 압력이 높아질 때는 금리 정책보다 재정(보조금)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수입관세를 낮추고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세제 정책이나 서브프라임 위기 직후에 사용한 세금환급과 같은 방법이 그것이다. 나라 살림을 맡고 있는 정부로서 올해 세수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서민을 생각한다면 물가상승 원인에 맞는 처방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가격통제정책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전시행정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자유시장이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