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필립 코틀러 교수는 앞으로의 경쟁 국면을 마켓3.0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마켓1.0이 제품의 대량생산, 마켓2.0이 고객 욕구 분석이 중요시되던 시대였다면 마켓3.0은 고객가치 중심의 시대다. 고객의 욕구는 점점 고도화되어 마켓3.0 시대에는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Total Solution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기업들 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네트워크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 9월 말, 우리 정부는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 방안에는 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 부여,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제 신설, 불공정거래 금지 법제화, 동반성장기금 조성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상생(相生) 대책이 생존을 염두에 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시혜적 측면이 강했다면, 이번 대책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의 동반성장, 즉 상성(相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마켓3.0 시대에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여겨진다.
정부의 적극적 대책에 재계도 적극 공감하고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1000~15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해 중소 협력사에 대한 저리 대출을 시작하고 있고, 다른 기업들도 기존의 상생협력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여러 차례의 노력에도 업계 현장에서는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고, 2~3차 협력사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한국 산업 생태계의 근본을 바꾸는 일”이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의 동반성장 대책이 마켓3.0 시대에 한국 기업 생태계의 네트워크 경쟁력 제고에 큰 전환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식 전환이다. 대기업은 협력 중소기업의 성장이 자사의 도약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인식해야 하고, 중소기업도 차별화된 독자기술 확보를 통해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근본적인 자생력을 갖춰야만 한다. 파트너십에 기반을 둔 동반성장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간의 경쟁력이 합쳐져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도요타 리콜 사태는 상성의 중요성에 대한 좋은 반증이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식 원가 절감 철학이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었고, 이는 결국 도요타 차량의 품질 문제로 이어졌던 것이다.
상성은 마켓3.0 시대를 리드하기 위한 핵심 경쟁요소다. 우리 기업들이 이번 정부 대책을 계기로 상성경영 체제를 정착시켜서 세계무대에서 대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감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