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심리학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1만8000원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1887년 영국 액턴 경이 편지에 쓴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궁금해진다. 과연 뭐가 문제일까. 권력일까, 권력을 잡은 사람일까.
신간 <권력의 심리학>은 인간행동에 관한 이론을 토대로 이 같은 질문에 답변을 시도한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국제정치학과 부교수인 저자는 쿠데타로 쫓겨난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전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제국’으로 선언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장 베델 보카사의 딸 등 수백 명을 인터뷰해 권력의 작동 방식을 연구했다.
책은 작고 평평했던 인간 사회가 전쟁과 농경으로 크고 복잡한 위계질서로 나아가는 지점에서 출발해, 사이코패스적 성향의 개인이 조작과 위협으로 권력을 손에 넣는 과정, 문화적 배경이 개인과 국가 시스템의 부패에 미치는 영향, 잘못된 권력 부여가 촉발한 주요 사건 등 권력의 본질을 다양한 측면에서 면밀히 살펴본다. 권력과 권력자의 문제는 결코 개인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수백 명의 사례를 통해 권력의 본질을 파헤친 기록인 이 책은,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집착한다. 그 결과 권력을 얻는 데 능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악한 리더’에게 더 끌린다. 권력자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이유도 스스로가 악인인 경우가 많아서라고 말한다. 타인의 환심을 사고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일수록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격 없는 자들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우리의 삶은 폐허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부패한 이의 손에 권력을 쥐어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월드의 ‘생존자 편향 오류’를 참고하라고 말한다. 월드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전쟁 중 생존한 전투기를 보강하기보다 격추된 전투기를 분석해 이를 개선하는 전략을 짰다. 저자는 현재의 권력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격추된 전투기처럼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다시 말해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를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원자 풀을 늘리고 다양화하는 것을 비롯해 대안을 제시한다. 제비뽑기, 즉 무작위 선출로 권력을 억제하거나 권력자에 대한 감시 등도 있다. “권력이 사람을 더 선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연구는”(287쪽) 거의 없단다.
배틀그라운드
H. R. 맥매스터 지음/ 우진하 옮김/ 교유서가/ 3만8000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H. R. 맥매스터가 국제 정세 속 미국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그는 이 책에 30년 이상 군에 복무하고 13개월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겪은 실질적인 경험들을 담았다. 또 군사 역사학자로서의 안목을 바탕으로 국제 지정학적 풍경을 분석하면서 미국의 각성과 해결을 제안한다.
미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 요소들을 ▲미국을 적대시하는 러시아, 중국 ▲국경을 초월한 테러조직 ▲북한과 이란의 상황 ▲사이버정보전, 기후변화, 식량과 수자원 안보 등 새로운 문제의 범주로 정리하고, 외교 정책과 국제 질서 속 미국의 위치,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점검한다. 그리고 자유와 번영의 확보를 위해 세상을 미국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전략적 자아도취’와 이로부터 비롯된 지나친 자신감, 체념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이언스 픽션
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 더난출판/ 1만7000원
영국의 심리학자 스튜어트 리치가 전 세계적으로 학계에 만연한 부정행위와 불량 논문의 실태를 밝힌다. 그는 조작, 편향, 부주의, 과장 등 현재의 과학 시스템이 심하게 망가져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학계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연구 결과에 손을 대거나 숨기기도 하며 대중 과학 베스트셀러 저자들도 연구 성과를 부풀려 발표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으로 인해 연구 시간과 자금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과학 문헌이 오염되고 의학, 기술, 교육 방법과 정부 정책까지 훼손된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연구가 이루어지는 환경, 논문 평가 방식의 문제, 잘못된 관행으로 연구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무너지는 현실을 비판한다. 저자는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의 근본적인 정신을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며, 과학의 원래 목적에 집중하도록 이끌기 위한 개혁 방안들을 제안한다.
늙는다는 착각
엘렌 랭어 지음/ 변용란 옮김/ 유노북스/ 1만7000원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엘렌 랭어는 시골 마을에서 75~80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 실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세계적인 심리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늙는다는 착각>에서 엘렌 랭어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와 광범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관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며, 노화와 육체의 한계에 수긍하는 삶이 아닌, ‘마음먹기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여 주체적으로 사는 삶을 권한다.
노화는 필연적이지만 고정관념과 사회적 통념을 버리고, 불확실성과 한계성에 대한 전반적인 의문을 받아들인다면 늙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능성에 좀 더 의식을 집중해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뿐 아니라 건강과 행복에 대해 자신이 설정해놓은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장동선 지음/ 김영사/ 1만1500원
뇌과학자이자 궁금한뇌연구소 대표인 장동선 박사가 소개하는 AI 개론으로, 모든 영역에서 일상화된 인공지능 기술을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인공지능의 시작점부터 역사와 개념, 사회적 이슈 등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다.
먼저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하는 미래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인간을 넘어서는 초지능 출현의 위험성, 인간과 상호보완하며 진화하는 인간증강 등을 상상해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계산 기계부터 컴퓨터, 소프트웨어까지 발전해온 과정과 AI의 현대적 개념까지 짚어준다.
안정성·보안·공정성·투명성·불평등 면에서 인공지능 윤리가 필요한 이유, 무엇이 인간을 더욱 행복한 미래로 이끌 수 있을지,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