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시작
서울대 한국경제혁신센터·경제연구소·경제학부 엮음/ 매일경제신문사/ 1만7000원
대선을 앞두고 혁신을 다룬 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신간 <혁신의 시작>은 한국 경제호의 앞날을 예비하는 저서로 기억될 만하다. 불평등과 양극화, 전염병과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미래 한국의 어젠다를 고민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김병연·김소영·이근·이상승·주병기·이정민·안동현·이철희·박지형 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9인의 공저 <혁신의 시작>의 첫 질문은 이렇다. ‘혁신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시장이 클수록 혁신에 대한 보상은 증가하며, 이는 더 많은 혁신을 불러온다. 전 세계 인구의 0.7%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가지게 된 우리나라는 무역을 통해서 혁신을 자극하는 효과를 누려왔다. 하지만 한국은 ‘창의적 사고’와 ‘공정하고 유연한 제도’의 면에서는 다른 선진국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근 석좌교수(경제추격론)는 기술을 매개로 한 융복합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한국의 옛 기업이 내부 자원에 의존한 성장을 꾀했다면 이제 기술 융복합을 위해 외부와 연계해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이 교수에게 한국 경제의 오늘은 합종연횡의 ‘기회’다.
이상승 교수(산업조직)는 ‘자유로운 수익 추구 보장’을 기업 정책의 첫걸음으로 본다. 책에서 이 교수의 관심은 스타트업의 차등 의결권이다. 스타트업 상장 시 창업자 지분은 희석될 여지가 높다.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기업을 노출시켜 벤처 생태계를 해친다. 이 교수는 ‘1주 1의결권’의 주주 평등이 총수 일가에 적용되지 않음을 기억하면서 공정한 이익의 균형을 고민한다.
주병기 교수(미시경제·공공재정)는 혁신의 싹을 잘라버리는 불평등에 주목한다. 주 교수는 경제의 핵심 자원이 ‘사람’이므로, 공정한 분배 역시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소수가 국가 공동체의 성과를 독점하고 있으니 나눌 수 있는 몫이 줄어들었다. 계층 사다리로 여겨졌던 교육이 계층 유지 수단으로 변질됐음을 분석하면서 대안으로서의 교육을 말한다. 김소영 교수(거시경제)는 혁신 친화적인 제도로의 전환에 집중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한국형 뉴딜정책을 겨냥한다. 정부 주도의 물량 공세를 통한 저성장 구조 탈피는 불가능하며, 경제 환경과 시장 조성과 관련된 정책 방향의 제시가 결여돼 있다고 본다. “독이 되어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정책”이라는 칼날 같은 진단은 매섭다.
이정민 교수(노동·응용미시경제학)는 전체의 30%에 달하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불평등과 근로장려세제를, 이철희 교수(거시경제)는 경직적 교육 시스템이 배태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향후 방안을, 박지형 교수(국제무역)는 세계 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한 가치 중심의 통상정책을 함께 고민한다.
다크 데이터
데이비드 핸드 지음/ 노태복 옮김/ 더퀘스트/ 1만9000원
세계적인 통계학자 데이비드 핸드가 데이터 폭증의 시대 속 어디에든 존재하는 다크 데이터의 속성을 파헤친다. 책에서는 우리에게 없거나 혹은 우리가 모르는 데이터를 물리학의 ‘암흑물질(dark matter)’에 빗대어 ‘다크 데이터’라고 부른다. 데이터는 불완전하거나 일부만 살핀 것이거나, 측정 과정이 부정확할 수도 있는데, 이를 알지 못하면 상황을 매우 잘못 파악할 위험이 있다. 저자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부터 복잡한 금융사기, AI 알고리즘까지 다양한 사례를 들며 의료·제약·행정·사회정책·금융·제조업 등 여러 분야의 다크 데이터 현상을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다크 데이터의 15가지 유형과 이를 간과할 때의 결과, 어떻게 다크 데이터를 감지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전략을 다룬다. 2부에서는 다크 데이터를 활용하는 법, 또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최강 기업의 탄생
알렉산더 오스터왈더·예스 피그누어 외 지음/ 유정식 옮김/ 비즈니스북스/ 2만2000원
베스트셀러 ‘비즈니스 모델 시리즈’의 4번째 책이다. 글로벌 49개사의 슈퍼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여 혁신팀, 특히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들이 해야 할 역할을 제시한다. 경영 전략 및 혁신 컨설팅 기업인 스트래티저의 공동설립자 알렉산더 오스터왈더와 앨런 스미스를 비롯해, 경영사상가 예스 피그누어, 전략 혁신 경영도구 개발자 프레더릭 에티엠블이 함께 썼다.
이들은 방대한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등 최강 기업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재창조하고 산업의 경계를 초월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했는지 그 비결을 밝힌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탐색하는 ‘탐험’과 기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활용’ 두 가지를 조화시켜 효과적으로 관리할 ‘포트폴리오 맵’의 구축 방법을 알려주어 실제 기업의 리더들이 적용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멘탈이 무기다
스티븐 코틀러 지음/ 이경식 옮김/ 세종/ 1만8000원
한계를 뛰어넘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우리 뇌의 메커니즘, 멘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기자인 스티븐 코틀러는 예술·과학·기술·기업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이들의 성공 비결을 연구해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생물학적 공식을 ‘몰입(흐름)’이라고 요약한다. 이는 ‘가장 좋은 상태라고 느끼는 동시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의식 상태’로, 몰입의 순간에는 창의력이 600%까지 늘면서 고통과 피로에 대한 감각마저 사라진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멘탈이 흔들리지 않고, 몰입이 깨졌을 때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몰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기술(동기부여·학습·창의성) 훈련도 필요하다. 책에서는 이런 기술들이 뇌와 신체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살피고, 한계를 깨부술 수 있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미래
이성열·양주성 지음/ 리더스북/ 1만8000원
디지털 전환은 이제 모든 기업의 필수 전략이다.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은 디지털 혁신을 얼마나 앞서서 실행하는가에 달려 있고, 그중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모델을 중심으로 미래를 계획할 새로운 전략체계가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각각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경영 혁신 및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해당 분야에서 한국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 모델’이 초연결 환경, 개인들의 창의성, 고객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하며, ‘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고객, 속도’ 5가지 키워드를 통해 고객과 창조적인 혁신을 함께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야놀자, 센드버드, 플록스 등 한국형 플랫폼 기업을 분석하고, 기업의 대표들을 인터뷰해 플랫폼 비즈니스의 시작과 경쟁력, 방향성을 담았다. 스타트업은 물론 전통 기업 또한 현장에 도입 가능한 핵심 전략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