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숏폼(짧은 동영상) SNS 서비스 ‘틱톡’의 미국 시장 퇴출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 10억 명이 사용하고 미국에서만 1억 5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한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이 미·중 정부 간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지며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면서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4일 틱톡의 강제 매각 법안에 서명했고 틱톡은 이에 미 헌법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내며 법적 분쟁이 본격화됐다.
앞서 미국 상원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360일 이내에 강제 매각토록 하는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곧바로 이 법안을 통과시키며 확정됐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틱톡 데이터가 미국민을 감시하거나 대선 등에 정치적 선전도구로 악용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원안은 미국 내 사업권을 6개월 내에 매각토록 했지만 여론 수렴을 통해 1년으로 완화한 수정 법안을 가결시킨 셈이다. 만약 1년 이내에 서비스 매각이 안될 경우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틱톡 서비스 제공이 금지된다.
틱톡은 미국 의회와 정부의 서비스 금지 전방위 압박에 대해 추쇼우즈 CEO가 전면에 나서 여러 루머에 반박하고 직접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사안에 대한 해명에 나섰지만 미 의회와 행정부의 규제 의지를 막지 못했다.
틱톡 강제 퇴출은 주 정부 차원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몬태나주에서는 올해 1월부터 주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 주 정부의 결정을 예비 중단했다. 틱톡 서비스 사용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의거해 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몬태나주는 현재 이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며 주 차원의 규제를 진행 중이다.
사실 틱톡에 대한 규제는 시간을 거슬러 2020년 트럼프 정부로 되돌아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틱톡 판매를 금지하려 했지만 연방 법원은 ‘수정헌법 1조’를 이유로 제동을 건 바 있다. 이후 정권이 교체되며 틱톡 규제가 흐지부지되는 모양새였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결국 서비스 금지 법안이 통과까지 된 상황이다.
당연히 틱톡 역시 곧바로 대응에 나선 상태다. 지난 5월 틱톡은 미국 컬럼비아특별구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소송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이 ‘수정헌법 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틱톡은 67페이지에 달하는 소장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의회는 하나의 플랫폼을 영구적·전국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면서 “전 세계 10억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플랫폼에 모든 미국인이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법안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책임은 연방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틱톡은 중국계 서비스인 틱톡이 미국 사용자 정보를 수집해 언제든지 중국 정부에 제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2022년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인 오라클이 소유한 서버에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옮기는 등의 정보 보호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사업 강제 매각 명령에 대해서도 틱톡은 “상업적으로, 기술적으로, 법적으로도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틱톡의 핵심 기능인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엔진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틱톡은 사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틱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소프트웨어에 접근해야 하는데, 법안에서는 바이트댄스와 틱톡 간의 연결을 금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는 기업가치가 2250억달러(약 308조원)로 추정된다. 미국 사업 매각 가격은 수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구매자는 대기업으로 제한되는데, 메타나 구글 등 빅테크는 반독점법에 저촉돼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틱톡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는 사실상 평행선을 그리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사실상 봉쇄하는 것과 이번 틱톡 규제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테크 기업이 미국 정부와 정면 충돌을 선언한 이번 소송은 결과에 따라 미국 대선과 미·중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느 쪽이든 이번 소송의 성패에 따른 충격이 클 것인 만큼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틱톡의 위기를 촉발한 것은 미국의 규제지만 이뿐 아니라 미국 시장의 성장 둔화 가능성 역시 악재로 평가받는다. 제로금리 시대의 유동성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소비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던 것과 달리 이제부턴 본격적인 시장 위축 및 소비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간 미국에서의 성장 기회가 타이밍의 승리였다면 앞으로는 시장 구매력 자체도 줄어든다는 점은 틱톡의 분명한 한계로 언급된다. 실제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인 글로벌 소비기업들 상당수가 최근 들어 성장세 둔화에 직면하며 이에 대한 타개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 만큼 틱톡 역시 규제가 아니더라도 시장 다변화 전략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미국에서 틱톡 갈등이 폭발하며 유사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틱톡과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인 테무는 규제 우려와 성장 둔화 우려를 이유로 그간 힘을 집중했던 미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미국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테무는 미국 정부가 틱톡 강제 매각 법안을 통과시키며 미국 내 성장이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시장 우선순위 조정에 나섰다.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의 자회사인 테무는 중국 현지 생산업체와 세계 소비자를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연결시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다. 생산자가 자사의 상품을 테무 물류창고로 배송하면 테무가 직접 이를 포장하고 배송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위탁 유통 방식을 채택해 크게 인기를 모았다. 2022년 9월 설립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기준 5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만큼 급성장했다. 특히 슈퍼볼,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 북미 시장에서 공격적인 광고 캠페인을 펼쳐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했고 미국 출시 6개월만에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북미뿐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 쇼핑 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테무는 지난해 말 기준 48개국에 진출하며 대부분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테무가 중국을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을 보유한 북미 시장 공략을 목표로 막대한 자금 투자를 실행했고 곧바로 성과로 이어진 모습이 틱톡과 상당히 닮았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틱톡에 대한 화살이 추후 테무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테무는 선제적으로 북미 대신 유럽 등 기타 국가로 관심을 돌리는 셈이다. 실제 미국 현지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해 테무 매출의 3분의 1 미만이 미국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60%가 미국에서 나온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것보다 신규 시장 진출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는 편이 훨씬 더 이익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테무와 유사한 패스트패션 유통업체 쉬인 역시 테무와 마찬가지로 북미 시장 영향력을 축소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경영 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쉬인은 미 증시 상장 계획이 계속 지연되면서 북미 시장 로비 활동에만 340만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틱톡 역시 2022년부터 미국 정치권에 로비 비용으로만 1640만달러를 사용하며 북미 시장 달래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테무는 북미 시장에 올인하는 전략 대신 현지 정치권 로비를 포기하며 다른 시장 공략에 만전을 기하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대중 규제 움직임은 일회성에 그치거나 간단히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라며 “테무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는 만큼 제2의 틱톡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전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는 모양새다”라고 분석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포털 기업 네이버 역시 일본에서 틱톡과 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 네이버가 일본에 내놓아 시장 지배적 서비스로 자리잡은 SNS 서비스 ‘라인’의 경영권을 놓고 일본 정부와 네이버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현재 네이버는 일본의 대기업 소프트뱅크와 함께 50 대 50으로 투자한 ‘라인야후’라는 지주사 형태로 라인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인 네이버 입장에서 일본 현지 공략을 위해 일본 기업과의 제휴가 불가피했고 이를 위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것이다. 현재 과점 서비스로 사실상 일본판 카카오톡이라 불리는 라인은 일본에서도 자국이 아닌 외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외국 서비스라는 점에 있어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결국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 삼아 일본 정부는 올해 2차례의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그 핵심이 바로 지배구조 개편이었다. 즉 한국 기업인 네이버의 지분을 사실상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로 넘길 것을 종용하며 네이버의 지배력을 상실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수년간 글로벌 패권 경쟁을 이유로 치열한 갈등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일본과 한국은 최근 미국과 더불어 삼각 동맹을 강화하겠다며 경제 협력을 강조한 상황에서 이번 라인 서비스에 대한 강탈적인 일본 정부의 모양새는 국내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네이버와 한국 정부는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내놓기 위한 장고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이 역시 외국 기업에 배타적이고 자국 기업에 친화적일 수밖에 없는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 프레임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네이버 역시 틱톡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으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유사 사태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틱톡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사실상 라인을 바라보는 일본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며 “결국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자국 기업 보호 및 외국 기업 배척 분위기는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