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제품을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가 유통업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즐겨 찾는 제품을 정가보다 적게는 5%에서 많게는 8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업체들은 일정 기간 동안 고정 고객과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 중이다. 매일 접하는 데일리 아이템인 커피, 빵, 김치 같은 식료품에 이어 최근에는 양말, 화장품, 꽃, 그림까지 구독 서비스가 나왔다. 여기에 ‘할인쿠폰’까지 구독 품목으로 등장하면서 유통업계 구독경제가 성장기를 넘어 정착기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독’의 사전적 의미는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정기배송 서비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일종의 언어유희다.
앞서 지난 4월 신한은행이 펴낸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소비자의 29.9%가 정기배송(구독 서비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소비자는 24.1%, 5060세대 소비자는 21.7%가 하나 이상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또 신한은행이 ‘정기배송 서비스 신규 이용 의향 제품’을 설문한 결과, 식료품 생필품 유제품 음료 커피 주류 화장품 세면용품 등 8가지 카테고리에 대한 이용 의향이 20%를 넘겼다. 2030세대 소비자의 17.6%는 꽃이나 그림, 취미 용품 관련 구독 서비스도 기꺼이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신한은행은 이 보고서를 통해 “개인의 생활패턴과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이용 니즈(욕구)가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니즈에 맞춰 다양한 영역에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정기배송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반기고 있다. 업계는 구독 서비스가 매출을 중장기적으로 지속 확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구독경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배송 시스템도 과거와 달리 정교하고 빠르게 진화해 구독 서비스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프링온워드, 커피 정기구독 서비스 ‘원두데일리’
▶매일 마시는 커피, 원두까지 구독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는 ‘구독’에 가장 최적화된 아이템이다. 대부분 동선에 따라 단골 가게가 정해져 있고 마시는 메뉴도 일정하기 때문이다. ‘구독’의 개념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
실제로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지난 7월 직영점을 중심으로 시범도입한 ‘월간 커피 정기구독 서비스’가 좋은 호응을 얻자 지난 9월 가맹점으로도 확산했다. 뚜레쥬르의 월간 커피 정기구독 서비스는 1만9900원을 내면 한 달간 아메리카노를 하루 1잔씩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정가 대비 80% 싼 700원에 불과해 할인폭이 크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서비스 도입 이후 식빵·모닝세트·커피의 매출이 30%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며 “뚜레쥬르의 경우 커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고 매장을 방문해 가져가야 하는데, 커피를 받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추가로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도 커피, 샐러드, 샌드위치를 구독해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가맹점 확대 운영을 시작했다. 파리바게뜨의 구독 서비스는 2가지로, ‘커피 구독 서비스’와 ‘샐러드&샌드위치 구독 서비스’다.
‘커피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한 달(30일)간 20회(1만9800원) 또는 30회(2만9700원)로 이용횟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최대 67%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샐러드&샌드위치 구독 서비스(6만원)’는 한 달, 15회 이용 시 최대 33%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한 방식으로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파바 딜리버리’, ‘갓구운빵’ 서비스에 이어 구독 서비스를 가맹점으로 확대하게 됐다”며 “앞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베이커리로서 편의성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두 구독’ 서비스도 나왔다. 스프링온워드가 운영하는 원두데일리(ONEDO DAILY)는 B2B(기업) 고객 대상으로 제공하는 커피 정기구독 서비스다. 고급 커피머신 무료 설치와 함께 국내 최고 바리스타들이 만든 로스팅 원두를 정기적으로 배송 받을 수 있어, 사내 복지를 생각한 기업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원두데일리 서비스는 회사에서 5㎏ 정기구독을 신청할 경우 프리미엄 원두커피 한 잔을 300원 미만에 마실 수 있으며,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잔당 단가가 낮아진다. 또한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월 평균 1회 정기 방문해 커피머신 청소 등 사후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일반 소비자(B2C)를 위한 커피 구독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내놨다 하면 완판 행진… 과자 정기구독 서비스
과자 구독 서비스도 인기다.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롯데제과가 선보인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는 신청자 모집 때마다 신청자들이 몰려 순식간에 완판되는 실정이다.
‘월간 과자’는 롯데제과가 임의로 선정한 과자를 매월 정기적으로 배송 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다. 지난 6월 선보였던 롯데제과 ‘월간 과자’ 1차(200명)는 오픈한 지 3시간 만에 마감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8월 인원수를 500명으로 늘린 2차에서는 서비스 종류를 소확행팩(월 9900원), 마니아팩(월 1만9800원)으로 이원화했으며, 6일 만에 완판됐다.
롯데제과는 지난 16일 3차 모집을 시작했으며 3차에서는 인원수를 더 늘려달라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소확행팩 600명, 마니아팩 400명 등 총 1000명으로 확대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킬러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 ENM 오쇼핑부문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펀샵’도 지난 8월 세계과자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한 달에 한 나라씩 매월 새로운 국가의 대표 간식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평소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스낵을 손쉽게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흥미를 끈다. 배송되는 모든 간식은 정식 수입신고가 완료된 상품이다.
간식은 기본박스 기준 약 6개가량의 스낵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태국이 그달의 테마라면 태국 역사와 간식을 설명한 책자와 함께 대표 간식인 엑스오 버터캔디·대니쉬 버터쿠키·젤리벨리 후루츠믹스·바닐라 웨이퍼 등을 받는 식이다. 최진표 CJ ENM 오쇼핑부문 펀샵사업팀 부장은 “펀샵의 모토가 ‘재미(Fun)’인 만큼 일상에 지친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드리고자 세계과자 구독 서비스와 재미지원금 프로모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CU 구독 쿠폰
▶편의점서 한 달 내내 할인받는 ‘쿠폰’도 구독
편의점 CU는 매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한 달 내내 상품을 할인 받을 수 있는 ‘구독 쿠폰 서비스’를 이달 처음으로 선보였다. 고객이 할인 받고 싶은 카테고리의 월 구독료를 정기결제하면 해당 카테고리의 할인쿠폰이 CU의 멤버십 앱 ‘포켓CU’에 매월 발급되는 CU만의 독특한 구독 서비스다.
예를 들어 고객이 GET아메리카노의 월 구독료 2000원을 정기결제하면 고객에게 한 달 동안 사용 가능한 할인쿠폰이 매월 발급되고, 고객들은 이를 사용해 구매할 때마다(1일 1회) 추가 할인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CU는 11월에 할인쿠폰을 구독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도시락, 샐러드 등 간편식사부터 마카롱, 커피 등 디저트까지 9개며, 총 110여 가지 상품이 해당된다. 이 중 반복 구매율이 높은 GET커피와 생수는 연중 상시 할인쿠폰 발행 대상 품목이며, 그 외 카테고리는 고객의 수요에 따라 매월 변경된다. 구독료는 카테고리별 대표 상품 한 개 가격 수준으로 정기결제 대신 한 달만 신청해 사용해보는 1회 결제도 가능하다.
카테고리별로 할인율, 총 사용 횟수, 쿠폰 발급 수량은 상이하며 매월 변경되는 내용은 포켓CU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CU 구독 쿠폰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최대 30%라는 파격적인 할인율에 있다. GET아메리카노 기준 한 달에 5회 이상만 쿠폰을 사용해도 구독료 이상의 할인을 받은 셈이며, 만일 30일 모두 쿠폰을 사용한다면 쿠폰 가격의 구독료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통신사 할인이나 CU 멤버십 적립 혜택까지 적용하면 할인 폭은 더욱 커진다.
▶아이스크림 마니아들 모여라
아이스크림 마니아들을 겨냥한 구독 서비스도 탄생했다. 신제품을 미리 맛볼 수 있는 혜택과 각종 ‘굿즈’들을 함께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꿩 먹고 알 먹고’가 가능하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 ‘핑크 버드(PINK BIRD)’를 지난달 론칭했다.
‘핑크 버드’는 배스킨라빈스를 상징하는 색상인 ‘핑크’와 신제품을 남들보다 더 빨리,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는 ‘얼리 버드 프로모션’의 의미를 담았다.
‘핑크 버드 구독팩’은 다음 달에 판매될 신제품 아이스크림을 파인트 사이즈로 미리 제공하는 ‘신제품 구독팩’과 체리 쥬빌레, 민트 초콜릿 칩, 뉴욕 치즈케이크 등 베스트셀러 아이스크림 7종 중 하나를 474㎖의 넉넉한 용량으로 제공하는 ‘레디팩’으로 구성됐다.
구독 비용은 제품 정가인 월 1만7400원에서 15% 혜택을 적용한 월 1만4700원이다. 또 3개월 연속으로 ‘핑크 버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레디팩 1개 무료’ 모바일 쿠폰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보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달 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끌레도르’의 브랜드 단독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정기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끌레도르 정기구독 서비스는 ‘매달 집으로 찾아오는 감동’이라는 콘셉트로 마련됐는데, 소비자가 서비스를 신청하면 3개월간 한 달에 한 번씩 매번 다른 테마로 다양하게 구성된 끌레도르 아이스크림 제품과 사은품을 받아볼 수 있다.
특히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굿즈’가 빵빵하다. 빙그레는 첫 달 사은품으로 끌레도르의 고급스러움을 담은 ‘끌레디백’을 한정수량으로 증정했다.
끌레도르 정기구독 서비스는 1만9900원·2만4900원의 2가지 구성으로 운영된다. 정가 대비 5% 정도 할인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 ‘PINK BIRD’ 론칭
▶‘확찐자’들에게 특히 인기… 샐러드 구독
코로나19에 집콕하다 체중이 훅 불어난 ‘확찐자’들은 건강관리 및 체중 감량을 위해 샐러드를 찾고 있다.
집에서 보다 편하게 샐러드를 먹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다양한 샐러드를 주 3~5회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가 인기다. 발 빠르게 샐러드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한국야쿠르트는 서비스 론칭 5개월 만에 매출이 3배가량 늘어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5월 선보인 맞춤식단 샐러드 ‘잇츠온 그린키트’의 매출이 10월 말 기준 188% 늘었다. 3분기 들어서는 매달 전월 대비 4배씩 매출이 확대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이프레시 ‘잇츠온 그린키트’는 총 8종으로 다양하다. 제품 개발에는 전문 셰프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제품별 드레싱 레시피 개발과 원물 재료 배합에 심혈을 기울인 것. 주 3회 혹은 주 5회 ‘프레시 매니저’들을 통해 집으로 배송되며 소비자들은 샐러드 구성과 배송 기간 등을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주 3회 배송되는 ‘베이직세트’다. 주요 소비층은 점심이나 저녁 중 하루 한 끼 정도를 부담 없는 샐러드로 때우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샐러드 외에도 죽, 시리얼, 선식 등을 꾸준히 선보이며 식사대용식 사업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며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한 정기배송 서비스를 통해 기존 발효유 사업과의 시너지를 더욱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CJ푸드빌의 이탈리안 비스트로 더플레이스(The place)가 샐러드 정기구독 서비스를 확대했다. 구독료를 내면 한 달 동안 셰프가 만든 샐러드 6종을 정상가 대비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샐러드 종류는 총 6가지다.
더플레이스의 샐러드 정기구독 서비스는 기존 시범 운영한 서울스퀘어점, 합정역점에 더해 코엑스몰점, 여의도IFC몰점, 영등포타임스퀘어점에서 운영한다. 구독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샐러드 단품으로 이용 가능하며, 단품은 배달 앱 배민라이더스, 쿠팡이츠, 요기요 등에서 해당 매장을 통해 주문해 배달 받을 수 있다.
더플레이스 관계자는 “신선하고 푸짐한 샐러드를 구독권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고객의 호응이 높았다”며 “셰프가 만든 더플레이스 샐러드로 건강과 맛을 한 번에 챙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종가집 김치
▶집밥 필수 반찬 김치… 떨어지지 않게 정기구독
포장김치 업계 1위 대상 종가집은 2018년부터는 종가집 김치도 김치를 정기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치의 경우 무게와 가격 등을 이유로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이 같은 성향을 일찍 파악해 반영했다.
원하는 김치와 용량을 선택하고 요일과 배송주기(2주, 4주)를 지정하면 된다. 기간도 1~12개월까지 1년 내로 설정할 수 있다. 5%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종가집 김치 정기배송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1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