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구글 인앱결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네이버·카카오 등 자체 결제 시스템 정조준
오대석 기자
입력 : 2020.11.02 14:09:50
수정 : 2020.11.02 14:10:17
구글이 내년 1월 20일(신규 앱 기준)부터 자사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된 앱 내에서 결제되는 모든 디지털재화(콘텐츠, 아이템 등)에 대해 자체 결제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국내 정보기술(IT)·콘텐츠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책이 시행되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안드로이드 앱 개발사들은 앱 내부 결제(인앱결제)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구글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으로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며, 이는 국내 앱·콘텐츠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거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글로벌 진출 촉진·안전 결제 제공 등 혜택에 대한 정당한 플랫폼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그동안 자사 인앱결제 사용을 우회하던 소수 기업에게만 적용돼 실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애플 앱스토어와 달리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 다양한 앱 장터를 허용해 안드로이드 앱 사용자의 선택권도 제한하지 않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도 구글 인앱결제와 관련해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웹툰, 음악, 동영상 등 콘텐츠 주요 타깃
구글은 지난달 29일 사미어 사맛 구글 제품담당 부사장 명의로 올린 자사 블로그에서 이 같은 정책이 신규 앱 개발사에게는 내년 1월 20일, 기존 앱 개발사에게는 유예기간 1년을 거쳐 내년 9월 30일부터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공식 발표 이전부터 논란이 제기된 한국에서는 퍼니마 코치카(Purnima Kochikar) 구글플레이 글로벌 게임 및 앱 비즈니스 개발 총괄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별도로 열어 정책을 발표했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은 지난 2013년 정책 발표 이후 게임 앱에만 우선 적용됐다. 여타 콘텐츠나 아이템을 판매하는 앱 개발사에는 인앱결제를 권고만 해왔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웹툰, 웹소설, 음악, 영상 등 주요 콘텐츠 서비스도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번 정책은 ‘디지털재화’에만 해당된다. 전자상거래, 배달, 택시호출 등 실물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애초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구글의 정책 변경은 국내 기업 중 네이버, 카카오, 이동통신 3사 등 5곳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외 서비스에서 구글 인앱결제를 사용하지만 국내에선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서비스가 주요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코치카 총괄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시장에서 별도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구글의 결제 시스템으로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의 결제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성과 연락하기 위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데이팅 앱도 주요 적용 대상이다. 국내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이미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는 곳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국내 IT업계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의 신규 적용 기업을 수십 곳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글은 “국내에서 구글플레이를 통해 제공되는 앱 가운데 90% 정도가 무료며, 나머지 앱 내에서 유료 재화를 판매하는 앱 가운데 대다수는 이미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책의 신규 적용 대상은 2%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사용료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 늘어날 전망
실제 적용 대상 기업이 많지 않더라도, 전체 콘텐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와 이동통신 3사 등 5곳이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액 비중은 9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과 웹소설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국내 음악 서비스업계에서는 카카오 ‘멜론’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지니뮤직’ ‘플로’ 등 이통 3사 음악 서비스가 이를 추격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멜론’ ‘바이브’ 등 주요 음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569만 명, 카카오페이지는 333만 명, 멜론은 680만 명가량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주요 앱 개발사들은 현재 수익 구조를 고려할 때 구글의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수료를 뗀 나머지 70% 중 대다수가 저작권 등으로 창작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날 경우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수수료 30%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 구글플레이에서 네이버웹툰 이용권(쿠키) 1개 가격은 100원이지만, 이 같은 정책을 먼저 강제하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20원이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앱결제 의무화를 먼저 적용한 애플 앱스토어의 결제 가격이 구글플레이보다 높은 것은 적자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안드로이드 앱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콘텐츠 소비에 따른 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플랫폼 운영 위한 정당한 사용료” 항변
구글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과도한 수준으로, 구글플레이를 통해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한 데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 인앱결제 의무화를 통해 환불 등 소비자 구제가 더욱 용이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앱 개발사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 등 구제 조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또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 시 복잡한 현지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즉시 유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효용과 시스템 운영을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30%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30% 수수료 가운데 10~15%가량이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지원하는 이통사나 결제대행(PG)사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카 총괄은 “개발자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서비스에게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수수료로 무료 개발 도구 제공 등 재투자를 하며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정책 확대 배경을 밝혔다.
구글은 iOS 앱을 오직 앱스토어에서만 내려 받게 하는 애플과 달리,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앱을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 다양한 앱 장터에서도 내려 받을 수 있게 지원한다. 구글 관계자는 “개발사가 수수료 부담을 줄이려면 다른 앱 장터로 옮길 수 있다. 구글은 이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처럼 웹에서만 결제하고, 앱에서는 소비만 가능하도록 구축할 경우 수수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는 이번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갈등이 온라인 영상·웹툰·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 소비와 넷플릭스 같은 구독경제 모델이 확산되면서 한 번은 거치게 될 문제였다고 보고 있다.
한때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30% 정책은 피처폰 시대 과도한 부담을 해소하게 해, 모바일게임사로부터 ‘7:3 황금률’이라며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 앱 개발사들은 표면적으로 이통사에 15% 수준의 수수료를 냈지만, 이면에는 특정 서비스 강제 이용 등 옵션을 통해 최대 판매금액의 5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통신사에 구애 받지 않고 일원화된 앱 장터가 생기고, 실제 부담도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2013년 구글 인앱결제 정책 발표 당시 게임만 우선 적용됐던 것은 당시 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곳이 게임사를 제외하고 미미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모든 경제활동이 온라인·디지털화되면서 수수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해석했다.
▶미국, 인도, 한국… 세계 각국도 ‘촉각’
각국 정부 사이에서는 플랫폼 지배력 남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제기된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과 관련해 본사가 있는 미국 본토에서도 비판적 의견이 존재한다. 미국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에서 나온 ‘디지털 시장 경쟁 조사(Investigation of Compe tition in Digital Markets)’ 보고서는 “인앱결제 강제화로 인한 수수료 30%는 개발자의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인앱결제 강제를 통해 수수료가 올라가면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만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16개월의 조사 끝에 이달 초 공개됐으며,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4개 기업이 현재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 미 의회가 반독점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구글플레이 두 군데서 이중독점으로 경쟁자를 착취·배제·차별화해서 경쟁을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고, 애플은 지배력을 이용해 앱스토어로 앱 개발사에 일방적인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구글이 2022년 4월로 인앱결제 의무화 유예기간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구글은 전자결제 플랫폼인 UPI(Unified Payments Interface)를 통합하기 위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개발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외신들은 인도 기업들이 구글플레이를 대체할 새로운 앱스토어 결성을 추진하고 있어 이 같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티엠(Paytm)’, 여행 전문 스타트업 ‘메이크마이트립’ 지역언어 소셜 네트워크 ‘쉐어챗’ 등 150곳가량의 기업들이 인도에서 대안 앱 장터를 만들겠다고 비공식 연맹을 결성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경쟁 운영체제(OS) 탑재 방해, 앱 독점출시 요구, 인앱결제 수수료 30% 부과 등 3가지 방향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구글플레이 결제액은 지난해 5조9996억원으로 집계됐다. 구글의 국내 앱 시장점유율은 2019년 말 기준 63.4%로 애플 앱스토어(24.4%)나 토종 앱 장터인 원스토어(11.2%)를 크게 상회한다.
공정위는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선탑재하도록 강요해 경쟁사를 배제하는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구글플레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앱 결제 수수료 방안이 위법한지도 조사에 추가됐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2016년부터 구글을 직권조사했으나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에 “이른 시일 안에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 위원장은 또 구글 인앱결제 논란과 관련해 “시장의 경쟁 압력이 낮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며 “시장 경쟁을 복원하기 위해 구조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막을 올린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 ‘앱스토어 전쟁’의 추이도 주목된다. 에픽게임즈는 자사 인기 게임인 ‘포트나이트’ 내에서 자체 앱내 결제를 유도했다. 애플은 이러한 행위가 운영지침을 위반했다며 포트나이트 앱을 앱스토어에서 내렸다. 이에 에픽게임즈의 제소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지원에서 시작된 이번 소송에서는 애플 앱스토어의 앱 배포 및 인앱결제 관행이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양측의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양사는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앱 시장의 경쟁을 방해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부터 30%의 수수료가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한 공방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픽게임즈는 음원 업체인 스포티파이뿐 아니라 데이팅 앱 전문업체인 매치그룹 등과 ‘앱공정성연맹’을 결성하면서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