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정진태 씨(32)는 자동차를 사는 대신 쏘카의 차량 구독 서비스인 ‘쏘카 패스’를 이용하고 있다. 정 씨는 “당장 차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구매비용과 보험 등 유지비 부담이 크게 느껴졌다. 주말이나 쉬는 날을 포함해 월 3~4회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차량 구독 서비스가 유용하다”며 “모닝부터 카니발, 벤츠 EQC까지 다양한 차를 경험하는 재미가 있어서 차를 구매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2012년 국내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서비스 개시를 시작한 이래로 그린카·딜카·피플카 등 카셰어링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회원을 확보하며 공유 모빌리티 업계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에 20대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했던 가입자 평균 연령도 최근 30대를 넘어서면서 3040대까지 ‘공유’ 트렌드가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카셰어링 1위 업체인 쏘카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차량 구독 서비스 ‘쏘카패스’를 선보인 데 이어 법인 전용 서비스 ‘쏘카 비즈니스’, 기간제 대여 서비스 ‘쏘카 플랜’ 등으로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해왔다. 장기 대여 차량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쏘카 페어링’도 이용률이 높아졌다. 특히 쏘카의 차량 구독 서비스 ‘쏘카 패스’는 2018년 말 한정판으로 처음 출시된 이후 구독자 수가 지난 8월 기준 27만 명을 돌파했다. 2019년 8월 6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이후 1년 만에 4배 이상이 된 것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여파로 공유경제 모델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쏘카 구독 서비스 이용자는 지난 3월 15만 명에서 8월 27만 명으로 두 배가량이 됐다. 쏘카 패스는 구독료에 따라 할인 쿠폰을 적용해 차량을 빌려 탈 수 있는 서비스다. 월 4900~7만70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쏘카 차량 대여료의 최대 50% 할인부터 신차종 시승권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법인 전용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 비즈니스’의 올해 매출도 지난해 1~7월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고객사는 2만4000곳(올해 7월 기준)으로 작년 말 대비 9% 증가했지만, 법인 서비스 이용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매출은 31% 늘었다. 일례로 쏘카 비즈니스 고객사 중 한 곳인 현대건설에는 서울 종로 계동 사옥 지상주차장에 임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쏘카 차량 4대가 운영되고 있다. 현대건설 임직원은 전국 1만2000대 쏘카도 법인 계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쏘카 비즈니스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법인회원 임직원들은 주중 평균 9시간 이상 쏘카를 타고 출장이나 외근을 수행했다. 쏘카 차량을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쏘카존’이 사옥 주차장과 인근 지역은 물론 지하철·기차역, 공항 등 교통거점에 위치해 있어 유용하게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구독 기반 서비스에 힘입어 쏘카는 서비스 개시 9년 만에 누적 회원 수 600만 명(올해 6월 기준)을 넘어섰다. 국내 전체 운전면허 보유자 5명 중 1명은 쏘카 회원인 셈이다. 현재 전국 4000여 개의 쏘카존(차고지)에서 1만2000여 대의 쏘카 차량을 운행 중이다.
쏘카 1건당 평균 이용시간도 같은 기간 4.91시간에서 9.35시간으로 4년 만에 약 90.5% 증가했다. 쏘카를 여행, 출장 등 일상의 전반적인 이동 차원에서 사용하는 데 따라 평균 이용시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쏘카 측은 “차량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공유 모델은 3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가입자 평균 연령은 2016년 27.3세에서 2020년 상반기 30.4세로 높아졌다. 40대 이상의 가입자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쏘카
업계 2위인 그린카는 2011년 10월 33대 차량과 2000여 명 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8000여 대 차량과 350만 명의 누적 회원 수를 보유한 회사로 발전했다. 공항, KTX, 버스터미널 등 대중교통 거점을 중심으로 그린존(차고지)을 확대해왔다.
때문에 그린카는 이들 대중교통 연계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앱 ‘코레일톡’으로 열차 승차권과 ‘그린카’를 함께 예매하면 승차권 할인쿠폰과 그린카 할인쿠폰을 동시에 제공하는 식이다. 아울러 ‘고객 참여형 카셰어링’을 모토로 고객이 차량 관리에 참여해 캠퍼스·주거단지에서 차량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린카 관계자는 “기차역을 예로 들면 전국 141개 역에서 그린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전국 200여 개 대학 캠퍼스에 1000대까지 차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캐피탈 카셰어링 플랫폼 딜카는 회사가 직접 차를 보유하지 않고 중소 렌트 업체와 고객을 이어주는 상생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딜카는 중소렌트사에 카셰어링과 렌트 시스템 구축, 통합 브랜드 관리, 마케팅 업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대신 중소렌트사는 차량 관리와 공급 등 품질 관리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형태다. 제휴를 맺은 중소렌트사만 300여 개가 넘고, 2018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년 만에 차량 수 7000대, 회원 수 100만 명을 달성했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차량을 배달 받을 수 있고, 어디서나 반납할 수 있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올해 초에는 중고차 구독 서비스인 ‘딜카 클럽(CLUB)’을 출시하기도 했다.
삼정KPMG가 내놓은 ‘모빌리티 비즈니스 미래’ 보고서는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 규모는 2040년 3조3000억달러(약 40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차 중심의 차량호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자동차 산업이 ‘신차 판매’에서 ‘차량공유’로 송두리째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동킥보드 서비스도 쾌속성장
커지는 퍼스널 모빌리티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 건수(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올해 1~7월 기준 117만3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만4000건)보다 362% 급증했다. 이용금액 또한 20억원으로 전년(5억3000만원)보다 280%나 늘어났다.
먼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택시를 잡기에는 가까운 거리 혹은 대중교통이 대응하지 못하는 곳까지 촘촘하게 이동을 책임지는 ‘라스트마일(Last mile)’ 이동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함께 있어야 하는 대중교통의 일부 수요마저 흡수하며 파이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을 운영 중인 올룰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이 회사는 올해 연말까지 목표로 했던 운행대수 1만 대를 조기에 달성했다. 2019년 말 기준 4000대였던 데 비해 올해 들어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충전이나 정비를 위한 전동킥보드까지 더하면 총 2만 대에 달한다. 킥고잉의 회원 수도 2019년 9월 31만 명에서 현재 70만 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룰로 관계자는 “전동킥보드는 택시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 근거리 이동을 위한 편리한 수단으로 편의성을 인정받으며 수요가 늘고 있다. 다수가 함께 타는 버스 등 대중교통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용이해 코로나19에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유엠피의 전동킥보드 서비스 ‘씽씽’도 지난해 말 5000여 대에서 이달 기준 9000대로 운행대수가 늘었다. 씽씽은 회원 45만 명을 확보했으며 서울(강남·강북), 수원, 성남, 원주, 전주, 광주, 대구, 부산, 진주 등 업계에서 가장 많은 지역에 진출했다. 현재까지 누적 주행 수는 400만 건을 돌파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라임도 2019년 10월 국내에 진출한 뒤 주행 건수가 진출 초기 대비 2~3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업계는 올룰로 ‘킥고잉’, 피유엠피 ‘씽씽’, 라임 ‘라임’이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고고씽’ ‘스윙’ ‘빔’ 등 국내외 다수 업체가 뛰어들며 확장 경쟁 중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카테고리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사용자(MAU)는 2019년 4월 3만7294명에서 올해 4월 21만4451명으로, 1년 사이 6배가량 늘었다. 또 올해 4월 MAU 기준 전동킥보드 앱 사용자는 킥고잉이 7만7332명, 라임이 6만8172명, 씽씽이 5만6884명을 기록하며 각각 1·2·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이용자 입장에서는 애매한 거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시간 내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기본 5분에 1000원, 5분이 넘어가면 1분당 100원이 추가된다. 시속 20㎞로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2000원에 약 5㎞를 15분 만에 갈 수 있다.
이처럼 서비스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몸값도 높아졌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선두권 업체는 지난해보다 기업가치가 3배 뛰는 곳이 나오는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킥고잉을 운영하는 올룰로는 300억원의 기업가치로 50억원 안팎의 시리즈B 단계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씽씽을 운영 중인 피유엠피의 기업가치는 1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2019년 열린 직전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300억여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3배가 넘는 금액이 뛴 것이다.
몸값을 높인 주요인으로는 업계 성장을 가로막았던 규제가 완화됐다는 점이 핵심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지난 6월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로서 최고 속도가 시속 25㎞, 총중량 30㎏ 미만이면 자전거와 유사하게 취급돼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제2종 운전면허의 하나인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가 있고 만 16세 이상이어야만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었지만 오는 12월 10일부터는 면허가 없어도 만 13세 이상이면 자전거도로에서 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다.
씽씽 킥보드
▶공유 전기자전거도 뜬다… 카카오도 사업 확대
카카오모빌리티와 나인투원 등 공유 전기자전거 업체들은 운영 대수와 서비스 지역 확대하는 한편 전국에 펼쳐진 주유소 부지까지 활용하면서 ‘공유 전기자전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대중교통 노선이 닿지 않거나 거리가 가까워 택시가 잡히지 않는 경우에 대안으로 부상하는 영역으로 꼽힌다.
카카카오모빌리티의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 ‘카카오T바이크’는 최대 시속 23㎞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전기자전거다. 별도의 거치대 없이 대여와 반납이 자유로운 도크리스(dockless) 방식을 채택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T 앱에 카드를 등록하면 자동 결제된다. 경기 성남과 인천, 전주, 울산 등에서 총 3000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T바이크는 출시 이후 약 1년 5개월간 이용률 상위 10%의 이용자가 서비스 총 이용금액의 51%를 차지하며 두터운 충성 이용자층을 확보했다. 카카오T바이크 이용도 늘어나 2020년 4~7월 전년 대비 카카오T바이크 이용자 수는 35%, 기기당 이용 횟수는 27% 증가했다.
서비스 지역별로 이용패턴도 달랐다. 지하철 노선이 갖춰진 성남시와 인천시에서는 지하철역까지 이동을 보조하는 라스트 마일 이동 성격이 두드러진 반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전주시, 울산시의 경우 도시 전역에서 활발한 이용 패턴을 보였다. 나인투원이 운영하는 통합 공유퍼스널모빌리티 플랫폼 일레클도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자치시 등 지역에서 경기 김포시·부천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는 등 세를 넓히고 있다. 국내 최초의 공유전기자전거 서비스를 선보인 일레클은 수원 삼성디지털캠퍼스에서 업무용 전기자전거 운영을 시작하는 등 B2B 시장으로도 진출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 등과 제휴를 맺고 유휴 주유소 부지를 전기자전거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주유소가 1만4000개 이상으로, 전국 지역 곳곳에 소재한 주유소의 접근성이 뛰어다나는 장점에서다.
먼저 GS칼텍스는 지난 7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이달 중 서울을 비롯해 인천·전주·울산 등 5개 주유소 유휴 공간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자전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이후 전국 주요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나인투원과 협업을 통해 에쓰오일 주유소 유휴공간에 일레클 전기자전거 주차 및 대여·반납이 가능한 ‘일레클존’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지난 8월 밝혔다. 서울 소재 주유소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추후 세종시와 경기도 지역으로 서비스 제휴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