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온라인 개최된 IFA 2020 둘러보니, LG 판교 ‘씽큐홈’ 호평… 불참한 삼성, 신제품 공개
황순민 기자
입력 : 2020.10.07 17:13:42
수정 : 2020.10.07 17:14:19
지난 9월 1~5일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IFA 202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혼합 방식으로 개최됐다. 올해 글로벌 대형 전시회가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취소된 가운데 IFA가 유일하게 행사를 개최했다. 예년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로 개최된 올해 IFA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도 ‘온택트’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 맞춰 명맥을 이어갔다. 다만 삼성전자 등이 불참하고 관람객도 저조해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글로벌 업체들은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대세인 ‘집콕’을 공략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다.
매년 IFA에서 별도 건물에 대형 전시장을 꾸렸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제한이 생기자 참여하지 않은 대신 별도 온라인 행사로 하반기 유럽 시장 전략 제품들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경기 판교 신도시에 조성한 LG 씽큐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LG 씽큐홈은 경기 판교신도시에 조성된 실제 공간이다. LG전자가 IFA 2020에서 새롭게 제시한 비전인 ‘좋은 삶은 집에서 시작된다’를 실제로 구현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처음으로 IFA에 참가했다. 첨단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현대차는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친환경 모빌리티(운송수단) 비전과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등을 소개했다.
▶IFA 주인공 등극한 LG전자
‘안심·편리·재미’ 가전의 새로운 비전 제시
삼성전자가 빠진 올해의 IFA의 주인공은 단연 LG전자였다. 개막 첫날이었던 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0’ 프레스 콘퍼런스. 역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LG전자는 “고객이 집 안에서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누린다”는 자사의 비전(Life’s Good from Home)을 고스란히 담은 ‘LG씽큐홈’을 전 세계에 공개해 내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인류가 새롭게 경험하게 된 코로나19 뉴노멀 시대 ‘스마트홈’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관련 기술과 제품을 실제 생활에 생생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매년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에 직접 참가해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제품을 전시해 왔는데, 올해는 독일 현지와 판교 씽큐홈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세션을 진행했다.
경기도 판교시에 연면적 약 500제곱미터(㎡) 규모로 조성한 LG씽큐홈은 TV, 가전 등 혁신 제품과 IoT 공간 솔루션, 에너지 솔루션 등을 총망라해 고객이 실제 거주하는 공간에 구현한 공간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스마트도어가 안면인식 기술로 방문자를 인식한다. 도어록 손잡이 부분에는 자외선 살균 기술이 적용돼 위생이 대폭 강화됐다. 현관은 휴대폰 살균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을 설치해 외부 오염을 제거하는 클린존 역할을 한다.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미러는 집 안 가전의 상태를 한눈에 보여주고, 실내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거나 집안 가전을 제어한다. 설치 공간이나 상황에 맞춰 TV 화면을 가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월과 360 모니터 등은 재택근무 환경에 최적화한 공간을 구현한다. 에너지 패널 기능은 집 안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확인하고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차량을 원격으로 충전할 수 있게 돕는다.’ LG전자가 씽큐홈을 제시한 스마트홈의 개념이다.
LG전자 전시관
연사로 나선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는 프레스 콘퍼런스장 무대에 직접 나오는 대신 미리 촬영한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 박 사장은 코로나 뉴노멀 시대 ‘집’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집에서부터 삶의 질을 높인다”는 새로운 가전 비전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는 ▲안심 ▲편리 ▲재미를 가전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제 집은 ‘안전(안심)’한 곳이고, ‘편리하게(편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재미)’ 곳으로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향후 자사 기술·제품의 방향성을 이 같은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맞추고 이를 판매 전략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게 LG전자의 계획이다. 박 사장은 “코로나19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는 집에 대한 새로운 잠재력을 확인하고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며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터(Lifestyle Innovator)로서 혁신을 선도하고, 고객들의 안심하고 편리하고 재미있는 ‘좋은 삶’을 위해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IFA 2020
LG전자는 스팀가전을 ‘안심할 수 있는 삶’을 구현할 대표적 제품으로 소개했다. 전 세계적으로 위생과 각종 바이러스 예방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련 가전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팀(Steam)’을 앞세운 LG전자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LG 가전의 주력 제품인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은 차별화된 ‘트루스팀(True Steam)’ 기술을 적용했다. 물을 100도(℃)로 끓여 만드는 트루스팀은 살균, 탈취 등에 효과적이다.
이날 LG전자는 LG 클로이 플랫폼, 원격 건강관리 기술 등 일상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선제적 연구개발에 속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로봇이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대신하는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며 “오픈소스 로봇 운영체제(ROS2)와 호환되는 LG 클로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LG전자 로봇이 동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클로이(LG CLOi) 로봇은 레스토랑이나 병원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상업용 로봇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7월 클로이 서브봇을 본격 출시했다. LG전자는 자율주행, 로봇지능과 같은 핵심기술을 갖춘 LG 클로이 플랫폼이 로봇 생태계를 확대하고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해 로봇사업이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전시관
LG전자는 원격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이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구상이다. 박 사장은 “인공지능을 통해 고객은 더 쉽고 정확하게 24시간 내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최근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만성질환자의 상태를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성과를 공개했다.
박 사장은 판교 LG씽큐홈과 실시간으로 연결하면서 집 안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설치된 스마트 미러인 ‘LG 씽큐 홈컨시어지(LG ThinQ Home Concierge)’를 소개했다.
LG 씽큐 홈컨시어지는 고객이 가전의 동작 상태를 한눈에 확인해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에너지 패널 기능은 고객이 집 안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확인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와도 연결돼 있어 원격으로 충전을 시작하거나 멈추고, 차량의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박 사장은 “씽큐 앱과 씽큐 홈이 플랫폼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LG 씽큐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 등을 창출해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LG씽큐홈 조성을 위해 약 1년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향후 이곳을 글로벌 거래선에게 혁신 제품과 홈 통합 솔루션을 소개하는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무선충전기 트리오 블랙
LG전자는 LG 씽큐홈에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관리에 이르는 차별화된 에너지 솔루션도 대거 적용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인증 받은 이 건물은 에너지자립률이 국내 주거용 건축물로는 최고 수준인 85%에 달한다. 에너지자립률은 에너지 소비량 대비 생산량의 비중을 의미한다.
LG전자는 IFA 2020에서 오프라인 전시는 하지 않고 LG 씽큐홈을 앞세워 온라인으로 가상(3D) 전시장을 꾸려 제품·기술을 선보였다. 자외선 LED를 활용해 물 나오는 곳을 소독하는 ‘인스타뷰 냉장고’, 두 대를 연결해 하나의 제품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컨버터블 냉장고, 4K(UHD) 해상도를 구현하는 씨네빔 프로젝터를 신제품으로 공개했고 이를 하반기 중에 유럽 시장에 출시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롤러·올레드·나노셀TV, 사운드 바,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트롬 스타일러 등을 가상전시관에서 선보인다. 가상전시관에서는 안내자(도슨트)의 음성 안내와 함께 둘러보고 제품을 체험할 수도 있다. 가수 헨리는 LG 씽큐홈을 집들이하듯이 체험하는 영상 등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갤럭시 핀2 스칼렛
▶IFA 대신 별도 온라인 콘퍼런스 진행한 삼성전자,
유럽 공략 가속화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20’이 대폭 축소 개최됨에 따라 행사 불참을 결정했고 대신 별도로 신제품 출시 이벤트를 마련했다.
IFA 2020 온라인 개막 하루 전날인 9월 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유럽 시장에서 하반기 출시할 주요 신제품을 소개하는 온라인 콘퍼런스를 열고 ‘멈추지 않는 삶(Life Unstoppable)’을 주제로 가전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온라인 콘퍼런스의 주제 ‘멈추지 않는 삶’은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고 언택트가 증가하는 등 일상의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제시하는 여러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과 세상을 연결하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일상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비전이 담겼다.
삼성전자 세탁기, 건조기
이런 전략과 비전에 맞춘 대표적 신제품이 프리미엄 프로젝터인 ‘더 프리미어’이다. ‘더 프리미어’는 삼성전자가 9년 만에 내놓은 프로젝터 신제품으로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소비자들을 위해 집에서도 영화관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최대 120인치와 130인치까지 화면을 확장할 수 있는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어떤 환경에서도 개인과 세상을 연결하며 소비자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게 더 프리미어에 담긴 삼성의 비전이다. 삼성전자는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프리미엄 프로젝터를 비롯해 냉장고·세탁기·모바일 제품 등 하반기 유럽 판매를 주도할 제품들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추세를 고려한 신제품들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생활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자사 기술·제품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고 세상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점을 하반기 유럽 시장의 판매 전략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IFA 이모저모… 중국 회사들 대거 참가
특히 올해 IFA는 사실상 중국 업체들이 점령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업체들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IFA에 따르면 온라인 참가 업체 1400개 중 90%가 넘는 1000여 개가 중국 업체였다.
화웨이, TLC,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온라인이 아닌 행사 현장에서 직접 진행하거나 전시 부스를 열었다. 미중 갈등 여파로 유럽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조하고 나선 중국 업체들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홈 기술을 집중적으로 제시했다. 화웨이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AI와 사물인터넷(IoT), 유럽 투자를 집중 조명했다. 화웨이는 1개의 스마트폰을 매개로 8개의 전자기기와 N개의 파트너를 연결한다는 뜻의 ‘1+8+N’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화웨이는 유럽 전역에 플래그십 매장 8곳과 체험형 매장 42곳을 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
화웨이는 “유럽은 향후 10년간 화웨이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유럽 시장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밖에 중국 TV업체 TCL은 집안 곳곳을 가전제품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솔루션과 롤러블폰 시제품 등을 선보였고,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은 2023년 스마트홈 분야 톱3를 목표로 내세우며 ‘하이얼 스마트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개막 기조연설을 맡은 미국 퀄컴은 고성능 노트북용 칩인 ‘2세대 스냅드래곤 8cx 5G 컴퓨트 플랫폼’과 보급형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등을 공개했다. 독일 밀레는 인공지능 기술 기반 카메라가 오븐 요리 과정을 제어하는 ‘스마트 푸드 ID’를 비롯한 AI 기반 가전 신제품들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