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출시 1년 반 만에 서울과 경기권에 걸쳐 차량 1500대, 회원 수 170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급성장했지만, 지난 3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더 이상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타다 같은 렌터카 활용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려면 관광 목적으로 해야 하며,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장소가 공항·항만이어야 한다고 제한했다. 그동안 타다 베이직이 사업해온 것처럼 일반인 대상 운송을 하려면, 기여금을 내야 하고 정부가 배분하는 면허 수에 해당하는 차량만 운영해야 한다.
타다를 운영해온 쏘카는 이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평등권, 기업활동의 자유와 재산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업계에서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릴 수 있어 사실상 사업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쏘카도 현재 렌터카가 아닌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 확장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겼다. 회사는 지난 4월 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열린 ‘타다 프리미엄 설명회’에서 기존 K7뿐 아니라 그랜저, 카니발 등 고급 세단과 대형 카니발로 차종을 확대하고, 1000대 이상 차량 확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타다 브랜드를 사용하지만,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나 우버에서 해오던 ‘블랙(고급택시 서비스)’과 같은 모델로 선회한 것이다.
쏘카 관계자는 “헌법소원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회사와 직원들을 범법자로 취급한 데 대한 명예회복의 목적이 크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타다 프리미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T 블루’, 울산·광주·의정부 시범서비스 돌입, 전국 10개 도시에서 5000여 대 달린다.
▶타다 빈자리 두고 가맹택시 확장… 규제 샌드박스 이어져
이용자의 호응에 힘입어 순식간에 세를 불렸던 타다(타다 베이직)의 빈자리를 두고,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현재까지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가맹형 브랜드 택시 호출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는 각각 ‘카카오 T 블루’와 ‘마카롱택시’ 등 가맹형 브랜드 택시 사업을 전국 각지로 확대하고 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들도 서비스 확대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신규 사업 모델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코나투스는 자발적 택시 동승 중개 플랫폼 ‘반반택시’를 전면 개편해 동승(반반호출)이 아닌 일반 호출 서비스를 강화했다. 배차 거리를 줄이고, 먼 거리 배차 시 기사와 승객의 소통 기능을 개선해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하는 등 일반 택시 호출 플랫폼으로서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정부에 규제 샌드박스 지정조건 변경을 신청해 호출 가능 지역을 서울 6개 권역에서 서울 전 지역(25개구), 호출 가능 시간을 승차난이 심한 출근시간대(오전 4~10시)로 확대했다.
또 다른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파파도 ‘교통약자 특화 모빌리티 플랫폼’이 ICT 규제 샌드박스 문턱을 넘으면서,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모바일 앱을 통한 렌터카 유상운송에 나섰다. 운영사 파파모빌리티는 노약자·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렌터카 서비스로 300대에 한정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청각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기사로 나서 태블릿으로 소통하며 승객을 태우는 코액터스의 ‘고요한 모빌리티 플랫폼’도 5월 정부의 실증특례를 받아 시험·검증 기간 규제를 면제 받았다. 스타릭스의 ‘탑승 전 선결제 택시 플랫폼’도 마찬가지로 서울과 제주에서 일반 중형, 대형 승용택시 300대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
▶“정부가 정해준 모델 이외 혁신은 어려워”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타다와 같이 성공한 혁신 서비스가 등장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한국 모빌리티 시장은 국토부가 정한 3가지 유형 이외의 사업 모델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법이 통과되자 타다 베이직은 한 달여 만에 문을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타다 같이 1년 넘게 합법적으로 사업을 해오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던 서비스도 입법을 통해 한순간에 서비스를 접는 마당에 정부가 정한 테두리를 넘으려는 시도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에 명시된 사업 유형 세 가지를 제외하곤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 가능성은 막힌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새로운 플랫폼 사업의 유형을 ‘플랫폼 운송 사업’ ‘플랫폼 가맹 사업’ ‘플랫폼 중개 사업’ 등 3가지로 규정했다. 플랫폼 운송 사업은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차량도 직접 운영하는 유형의 사업으로, 타다와 가장 유사한 모델이다. 플랫폼 가맹사업은 법인·개인택시들과 손잡고 ‘카카오 T 블루’ 같은 표준화된 브랜드 택시를 서비스 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택시들이 플랫폼 기업의 브랜드를 달고 운행하며, 중개와 브랜드 운영 명목으로 플랫폼 기업에 수수료를 내는 구조다. 플랫폼 중개 사업은 ‘카카오 T’, ‘티맵택시’처럼 기업이 플랫폼만 운영하면서, 개별 택시를 단순 중개(호출)하는 유형이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신규 사업자가 다양한 차종·차량 수급 방식을 통해 직접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운송 사업이다. 플랫폼 중개 사업은 사업자가 호출 앱 서비스 역할에 국한된다. 플랫폼 가맹 사업은 결국 택시 서비스다. 정부는 다양한 차종으로 가맹사업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가맹 사업의 특성상 겉모습 이상의 혁신을 보여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혁신을 체감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서비스는 플랫폼 운송 사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운송 사업은 가장 미래가 불투명한 유형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허가한 총량 안에서만 차량을 운영할 수 있으며, 기여금의 수준과 납부 방식 등 세부사항에 따라 사업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충분한 차량 대수를 보장 받고,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의 기여금을 내야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타다가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사업(타다 베이직)을 접은 것은 당장 운영 중인 1500대조차도 바로 보장 받는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기여금까지 더해지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카롱택시’
▶가맹택시, 타다 메기 없는 서비스 질 개선 관건
플랫폼 가맹택시 영역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가 공격적으로 운영 대수를 확장하며 가장 활발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택시’라는 특성상 직접 차량을 확보하지 않고 법인택시 기업과 업무협약(MOU) 등을 통해 자유롭게 운영 대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브랜드 택시 ‘카카오 T 블루’ 서비스 지역을 서울·대구·대전·성남·울산·광주·의정부 등지로 확장하며, 5200대까지 운행 대수를 늘렸다. 카카오 T 블루는 카카오 T 앱을 통해 승차 거부 없이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다. 대신 일반 택시 요금보다 최대 3000원을 콜비로 더 받는다. 택시 외관을 친숙한 카카오 캐릭터로 꾸민 것도 장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 전국 1만 대 수준까지 운행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KST모빌리티도 브랜드 택시 ‘마카롱택시’의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마카롱택시는 실시간 호출뿐 아니라 최소 2시간 전부터 최대 7일 전까지 원하는 시간대에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다. 5월 초 기준 KST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체결한 택시는 서울 3600여 대, 지방 4000여 대 등 약 7600대 수준이다. KST모빌리티는 마카롱택시 서비스 지역을 전국 10곳, 운행 규모 2만 대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타다라는 ‘메기 효과’가 없어진 상황에서 꾸준히 택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은 과제로 지적된다. 가맹택시는 다양한 택시 사업자들이 들어올 수 있어 확장은 쉽지만, 그만큼 관리가 쉽지 않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승차 거부가 불가능해 쉴 틈 없이 계속 운행해야 하는 데 대한 피로감이나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 2월 대한민국 직장인 69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타다 합법화를 지지했다. 이 가운데 ‘혁신과 자유 경쟁을 통한 동종 업계 서비스 개선’이 가장 큰 지지 이유였으며,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 등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타다가 등장한 뒤 승차 거부나 불친절 등 문제가 있었던 택시 서비스의 질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라며 “타다가 없는 상황에서도 개선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특히 직접 고용이 아닌 협업 관계인 택시를 관리해 서비스의 질을 균일하게 올릴 수 있을지가 혁신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13일 9차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에서 실증특례 허가를 받은 코액터스의 ‘고요한 모빌리티’
▶“제2의 타다 나올까”
국토부와 혁신위의 과제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지난 5월 14일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향방을 결정할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국토부는 타다와 스타트업 업계의 추가 논의 요구에도 법 통과를 강행한 만큼, 타다를 대체할 만한 플랫폼 운송 사업 서비스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대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타다 측의 주장과 달리 ‘제2의 타다’가 나올 수 있는 ‘혁신법’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토부는 법 통과 뒤 홈페이지 최상단에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집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어 타다를 운영해온 이재웅 전 쏘카 대표로부터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원 가운데 택시 업계에 우호적인 인사의 비중이 높다며,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정부가 현재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혁신이 가능하다고 통과를 추진한 만큼, 앞으로 제2의 타다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책임도 정부 손에 달려 있다”며 “시행령으로 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플랫폼 운송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기여금과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의 총량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택시 업계와 플랫폼 기업 간 타협점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여객법 개정 후속 조치로 하위 법령 개정안 등 세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했다고 5월 14일 밝혔다.
모빌리티 기업 대다수가 스타트업인 현 상황을 고려하면, 기여금을 택시 면허 매입 비용 수준(대략 대당 8000만원)으로 정할 경우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100대만 운영하려고 해도 약 8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실상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대기업이나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량의 경우 택시 업계의 반발을 고려하면 강제로 대규모 감차를 실시하는 것은 무리수가 따를 수 있다. 반면 자연 감차되는 수량으로만 업체들에게 배분할 경우 사업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허가 시 보다 전문적인 평가 과정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타다 사업 정리에 따른 비판 여론을 불식하기 위해 허가를 남발할 경우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파파의 경우 당장은 시범 사업이 가능하지만, 기여금이 높게 책정될 경우 실제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만약 파파도 사업성이 없게 되면, 이를 풀어준 정부도 타다 베이직 폐업과 같은 사태를 또다시 반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그동안 모빌리티 산업은 정부가 통제하고 정하는 일종의 허가 산업의 영역이라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사업자가 진출해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다”며 “개별 사업모델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로 풀어주기보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 누구든 자유롭게 진입해서 경쟁할 수 있는 시장경쟁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줘야 스타트업들이 뛰어들고, 혁신 서비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플랫폼 운송 사업에 누구든지 자유롭게 뛰어들어 투자를 받아 성장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명확히 주는 게 중요하다”며 “총량과 기여금 등 규제 수준을 정확히 밝혀주는 게 기업 지원보다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