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냉장고, 세탁기 등 전통적 가전 시장이 성숙단계로 규모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올해도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무선청소기 등 이른바 신(新)가전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기레인지,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등 가사 일을 줄여주는 새로운 가전제품의 수요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스마트가전 트렌드도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냉장고와 세탁기처럼 교체 수요가 아니라 신규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국내 가전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LG전자도 올해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봄철 신(新)가전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개척하고 삼성전자가 가세한 신생활가전은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필수가전으로 시장에 안착한 의류건조기는 올해 국내 판매량이 2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판매량이 10만 대인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시장 규모가 10배가량 커지는 것이다. 국내 건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다양해진 수요에 대응해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양사는 연간 1조원대 규모로 성장한 건조기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큐브 냉장고
건조기와 함께 신생활가전의 한축을 구성하고 있는 의류관리기 시장도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스타일러’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에어드레서’를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류관리기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30만 대 수준으로 재작년과 비교해 두 배로 커졌다. 올해에도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돼 의류관리기 국내 판매량은 6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를 강타한 ‘미세먼지의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기청정기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140만 대 규모였던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 350만 대로 커졌고, 올해는 4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신가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무선청소기와 식기세척기는 올해 판매량이 각각 180만 대, 3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구독경제, 개인화 등 가속화하는 가전 업계 트렌드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가전 시장의 트렌드로 불황에 강한 프리미엄 제품, 가사일을 줄여주는 신가전의 인기, 구독경제, AI가 업그레이드하는 가전의 역할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가전 업계 가장 큰 트렌드는 AI의 확산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초 경쟁적으로 내놓은 봄철 가전도 인공지능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LG 시그니처
▶삼성전자 올해 신가전 공략 포문
1월 AI 세탁기·건조기 결합 ‘그랑데 AI’ 출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소비자가 개개인의 사용 습관에 맞춰 AI가 세탁과 건조를 해주는 인공지능 세탁기, 건조기 ‘삼성 그랑데 AI’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새롭게 출시한 세탁기·건조기 결합 제품 ‘그랑데 AI’를 “진화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내가 주인공’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기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가 나를 위해 알아서 해주는 소비자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랑데 AI는 기존 제품 사용 시 소비자들이 느꼈던 불편을 AI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했다. 먼저 온디바이스 AI에 클라우드 AI를 결합, 소비자 사용 습관과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기기가 먼저 적합한 세탁·건조 모드를 제안한다.
이미 50만 대 이상의 세탁기에서 연간 1200만 건이 넘는 국내 소비자 사용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했고 쓸수록 진화해 소비자 사용패턴에 최적화된 코스를 추천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세탁기가 빨래 무게를 감지해 알맞은 양의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하고 오염 정도에 따라 헹굼 횟수를 조절하는 등 ‘AI 맞춤세탁’ 기능도 탑재됐다. 올 상반기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 홈 미니’ 등 AI 스피커와 연결하면 음성명령도 내릴 수 있다.
그랑데 AI 건조기에는 국내 최대 용량의 컴프레서와 열교환기가 탑재됐고 9개의 정밀센서가 내부 온·습도를 빠르게 파악해 초고속 건조가 가능해졌다. 건조 시간이 약 30% 빨라져 셔츠 코스 기준 셔츠 한 장을 36분 만에 세탁하고 건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랑데 AI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프로젝트 프리즘’의 두 번째 제품이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제조가 아닌 창조 ▲표준화가 아닌 개인화 ▲다른 업종과의 광범위한 협업 등을 통해 폭넓은 취향을 충족시키겠다는 뜻을 담은 프로젝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전 업계 전반에서 ‘맞춤형 가전’이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 ‘프로젝트 프리즘’ 비전을 선포했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제품으로 이달 소비자가 제품의 소재와 디자인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신개념 맞춤 냉장고 ‘비스포크’를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올해 삼성전자 신임 생활가전사업부장에 오른 이재승 부사장은 프로젝트 프리즘의 다음 제품과 관련해 “좀 더 전문성을 갖추고, 기술베이스로 할 수 있으며 소비자 취향을 맞출 수 있는 ‘취향 가전’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 번째 제품은 올해 상반기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I 연결성이 강화된 큐브냉장고, 신발의 냄새와 습기를 없애주는 신발관리기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전략 방향성에 대해 “지금까지 생활가전 제품은 가정에 하나씩 있는 정도로 생각해왔고 그 이상 변화(가치)를 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생활가전 제품을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형 LG 휘센 씽큐 에어컨 이감규 부사장 임정수 담당
▶LG전자 3세대 AI 탑재한 에어컨 출시
인공지능 강화한 드럼세탁기와 건조기도 공개 예정
LG전자는 1월 2020년형 ‘LG 휘센 씽큐 에어컨’ 신제품 29종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에어컨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올해 에어컨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번 신제품은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4단계 청정관리 ▲기후 변화, 주거환경 등을 고려해 에너지 효율은 유지하면서도 1평 더 넓어진 냉방 면적 ▲사용자의 활동량까지 감지해 에어컨이 스스로 운전모드를 최적화하는 3세대 인공지능 스마트케어 ▲업계 최고 수준의 인버터 제어 기술로 구현한 에너지 효율 등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올해 에어컨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조금 줄거나 같은 수준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잠재성이 큰 창문형과 이동형 에어컨 시장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는 창문형은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공급된 바 있고, 이동형은 지난해 이미 시장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에어컨은 냉방 외에 공기청정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일 년 내내 쓰는 사계절 프리미엄 가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관리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LG 휘센 씽큐 에어컨에는 극세필터 자동청소, 송풍팬 살균, 열교환기 자동건조, 전용 필터를 이용한 공기청정 등 4단계 청정관리가 탑재됐다. 공기가 들어오는 필터부터 바람을 내보내는 송풍팬까지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더 쾌적하게 유지해준다.
삼성 그랑데 AI 세탁기 건조기
이감규 LG전자 H&A사업본부 에어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LG 에어컨의 기본적인 철학이 건강”이라며 “옷도 빨아 입으면 새것은 아니더라도 깨끗한 상태가 되듯이 초기 상태에 가까운 정도로 유지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휘센 씽큐 에어컨은 더욱 진화한 3세대 인공지능 스마트케어를 탑재했다. 사용자가 묻지 않아도 에어컨이 상황에 따라 변경되는 운전모드를 음성으로 알려주고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말해준다. 신제품은 실내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사람이 있다면 활동량은 얼마나 되는지를 감지해 스스로 최적의 운전모드로 동작한다. 일정한 거리 내에 고객이 감지되지 않는 부재중 상황이면 에어컨이 알아서 최대 절전모드로 전환된다. 또한 고객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수준을 1단계, 서서 요리하거나 일하는 수준을 2단계, 청소하는 수준을 3단계로 활동량을 구분한다. 에어컨은 감지된 활동량이 높을수록 설정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상황별 운전모드를 스스로 선택한다. LG전자는 가전제품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주는 프로액티브 서비스를 신제품에 적용해 에어컨을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었다. 에어컨의 작동상태를 분석해 극세필터 청소, 냉매량 부족에 따른 점검, 실외기 주변의 온도 상승에 따른 환기 등이 필요한지에 대해 사전에 감지하고 스마트폰의 LG 씽큐(LG ThinQ) 앱을 통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신가전(공기청정기,건조기,의류관리기,무선청소기 등)은 LG전자 실적의 든든한 보루 역할을 해왔는데 올해 역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가전 사업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 매출액은 매출 21조5155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매출 20조원’의 벽을 깼고 영업이익(1조9962억원)과 영업이익률(9.3%)도 각각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LG전자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신가전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LG시그니처를 앞세워 프리미엄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두 자릿수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는데, 글로벌 가전 제조업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높은 상품성과 효율성을 겸비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해외 전 지역의 성장세에 힘입어 가전 매출은 이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 월풀(2019년 매출 23조8146억원)의 턱밑까지 쫓아갔다. 가전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 급등 등 변수를 감안해야 하지만 올해 LG전자가 처음으로 매출에서 세계 최대 가전기업 월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나온다. 월풀의 매출은 최근 3년간 23조원에 머물고 있지만 LG가전 사업의 매출은 2017년 18조5150억원에서 꾸준히 늘어나면서 올해 20조를 돌파했다.
이미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에서는 LG전자가 월풀을 압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는 LG전자가 매출이 더 높고, 하반기는 월풀이 높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율 등 불리한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신가전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LG전자가 올해 월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2월 국내 시장에 한층 더 진화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럼세탁기와 건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작동 상태를 파악하고 예상되는 고장이나 필요한 조치를 사전에 감지하는 스타일러와 프리미엄 식물재배기 등 ‘기존에 없던’ 가전제품도 내놓는다. 올해 식기세척기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출시한 디오스 식기세척기는 국내 생산 능력을 1년 전보다 약 2배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