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토요일 오후, 널찍한 매장에는 때마침 바우하우스 헌정전이 열리고 있어 매장 쇼윈도는 물론 배치된 제품에서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제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모던 디자인의 출발로 간주되는 공예 예술 운동인 바우하우스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 속에서 그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미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제품들이 마치 빅토리아앤알버트 뮤지엄의 한 장면을 옮겨다 놓은 듯 세련되게 전시돼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을 보다 보니 매장 안에 배치된 제품들 중에서도 바우하우스 풍 의자와 전등 등이 눈에 들어왔다.
콘란숍은 다루는 상품군 자체가 단순히 가구나 주방용품뿐 아니라 취미 용품, 문구류 등 다양하다. 그야말로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다양한 콘셉트를 널찍한 공간에 풀어둔 것이 특색이다. 층마다 한 편에 직원들의 데스크가 있고 부담 없이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상품에 대해 간단히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나만의 맞춤형 가구로 구성할 수 있을지, 집에 어떤 식으로 배치해 꾸밀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얻고 상담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콘란키친처럼 찬찬히 간단한 음식을 즐기면서 매장을 살펴보다 보면 내 안의 물욕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 같다.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숍 대명사 콘란숍 국내 상륙 주도 롯데백화점
상류층의 인테리어로 유명한 영국의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콘란숍’이 올 하반기 국내에도 상륙한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연말 계약 체결과 함께 발표한 대로 백화점 안이 아니라 강남에 로드숍 형태로 오픈할 예정이다. 1974년 영국 디자인계 거물 테런스 콘란 경이 설립한 더콘란숍은 트렌드에 앞서면서도 독특한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판매해 리빙 편집숍의 원조격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최고급 시장만 타깃으로 한다. 더콘란숍은 현재 영국 3곳, 프랑스 1곳, 일본 6곳 등 3개국 10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국내 첫 매장은 크기만 약 2314m²로 가장 큰 콘란숍인 파리 매장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기대를 모은다. 매장 콘셉트를 ‘프리미엄·럭셔리·하이엔드’로 잡아 부유층 가정집에 놀러온 듯한 느낌으로 둘러보고 직원과 상담하면서 제품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선택해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어 차별화된다. 롯데백화점은 매장 제품의 95%는 콘란숍에서 나머지 5%는 자체 기획상품으로 채울 계획이다.
▶백화점도 약해진 패션보다 고급 리빙 부문 강화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화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 국민 소득이 평균 3만달러를 넘기면서 일·가정 양립 문화와 함께 유통가에서도 생활(living) 관련 상품군 구색을 본격 강화하고 나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7조원 규모였던 리빙 시장은 2014년 10조, 지난해 12조원까지 커졌고, 2023년 18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몇 년 전 각종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모은 집꾸미기 방송이 유행처럼 지나간 적이 있지만 젊은 세대 중심으로 자기 공간을 개성 있게 꾸미는 트렌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 세대가 자라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 영역에 대한 투자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롯데백화점 본점 리빙관 리뉴얼 오픈
해외 직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리빙 부문은 상대적으로 설치나 무게 등의 문제 때문에 내수 시장이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가져가는 측면이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리빙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새로운 생활방식을 제안하는 리빙 부문 특성상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잇따라 첫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가구 이어 건자재 인수 등 앞서… 특화매장 확대 본격화
가장 앞선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일찌감치 2012년 리바트가구를 인수하고 지난해 리모델링 시장에서 핵심인 건자재 기업 한화L&C를 인수했다. 아울러 고급 생활용품과 가구 브랜드인 웨스트엘름, 포터리반과 주방용품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를 국내 유통권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의 주요 지점 리뉴얼도 리빙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리빙 상품군은 지난 2015년 전년 대비 7%대 신장했으나 2016년 14.5%, 2017년 11.9% , 2018년 18.3% 등 매년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2월 17일까지 리빙 매출이 지난해 대비 27.6%가 늘어나는 등 신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백화점 전체 매출 중 리빙 비중이 2017년 기준 10.1%로 처음 10%벽을 넘어섰다. 가장 최근 리뉴얼한 천호점은 총 5300㎡(1600평) 규모의 초대형 리빙 홈퍼니싱 전문관을 열었다.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데 매출 신장률이 작년 1월 이후 월평균 30%를 넘길 정도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수면 전문매장 ‘슬립랩’과 ‘삼성 프리미엄 스토어’를 백화점 업계 최초로 오픈하는 등 특화 매장을 조성하고 있다. 에이스는 고객의 수면자세와 체압분포측정기, 척추형상측정기 등 장비를 통해 적합한 강도와 탄성의 매트리스를 추천하고 템퍼는 ‘CGV 탬퍼시네마’속 전동침대, 씰리는 3000만원대 매트리스를 비치해 고객들이 체험해보게 하고 있다. 시몬스는 체험실 조명을 조절해 고객에게 최적의 수면 환경을 테스트해보게 해준다.
지난해 천호점에 선보인 ‘슬립랩’은 에이스·시몬스·템퍼·씰리 등 대표 침대 브랜드별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체험 요소를 갖춰 화제가 됐다. 매장 방문고객수가 3배 이상 뛰고 매출도 30% 이상 증가하는 등 반응이 좋아 판교점, 미아점 중동점에도 수면전문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삼성 프리미엄 스토어’는 일반 가전매장의 3~4배인 120평 규모로 킨텍스점, 목동점, 판교점에서 운영 중인데 오픈 후 매출이 전년 대비 40~50% 증가하자 올 상반기 신촌점과 미아점 2곳에 추가로 내고 연내 다른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곳은 홈(거실)·키친(주방)·오피스(사무공간) 등 공간을 나눠 연출한 데다 하만 음향시스템을 적용한 청음실도 마련해 체험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7월 무역센터점 4층에 ‘럭셔리 리빙관’을 선보여 이탈리아 명품 가구 ‘카시나’와 프랑스 ‘리네로제’ 네덜란드 프리미엄 브랜드 ‘모오이’ 등을 갖췄다. 미국 유명 팝 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등 유명 작가 미술 작품도 전시해 갤러리처럼 고급스럽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럭셔리 리빙관’ 오픈 후 무역센터점 가구 매출이 매달 50%씩 신장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리바트 스타일숍’과 ‘리바트 키친’ 등 직영 매장을 최대 10여 개까지 오픈할 계획이다. 앞서 올해 3월 초에 ‘리바트 키친 도곡전시장’과 ‘리바트 스타일숍 남양주 전시장’을 오픈해 고객들의 환영을 받았다. 아울러 함께 유통하고 있는 미국 프리미엄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의 4개 브랜드(윌리엄스 소노마, 웨스트엘름, 포터리반, 포터리반 키즈)를 함께 전시·판매하는 복합 매장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 생활전문관 전경
▶롯데백화점, 본점 40주년 맞아 리빙관부터 리뉴얼
롯데백화점은 상대적으로 리빙 영역에서 뒤처진 편이지만 직영 매장과 내부 리빙 편집숍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백화점 조직개편 과정에서 MD부문에서 분리돼 있던 식품리빙부문을 통합한 것도 이같은 변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소화가 잘되는 고급 유기농 베이커리 ‘여섯시오븐’을 입점시켜 다른 백화점 고객들을 모으거나, 베이커리를 매개로 리빙 등 다른 상품군으로 고객들이 확산되는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패션을 제외한 리빙 전반 영역을 묶어서 소비자들에게 여유로운 삶을 제안하는 기획이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올해 백화점 창립 40주년을 만나 본격 증·개축을 시작한 소공동 본점신관에서 리빙관이 핵심적이어서 가장 먼저 리뉴얼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 리빙 상품군도 5년 이상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이기 때문이다.
1차 오픈한 리빙관에서 브랜드 위주가 아니라 상품군 별로 묶어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쉽게 찾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게 열어 놨다. 앞으로 본점에 프리미엄 가구 매장과 맞춤형 홈패션 매장을 더하는 것은 물론 카페 등 휴게공간과 유명 셰프가 참여하는 쿠킹클래스 등 체험형 이벤트를 늘릴 계획이다.
온·오프라인 매장 시너지를 도모하는 옴니 채널에서도 리빙이 선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10층에 선보인 리빙 편집숍 ‘온앤더리빙’은 가구 배치 하나 없이 전국 아파트 평면 데이터로 고객 본인이 사는 집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찾아주는 토털 리빙 컨설팅 매장이다. 새로 이사하는 신혼부부나 리모델링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편리하게 적합한 상품을 고를 수 있게 했다.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도 프리미엄 매장을 강화하고 있어 복합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에서 프리미엄 가전을 원하는 고객층 공략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고객참여형 모바일앱 ‘나만의 스타일관’을 열며 단순히 가전제품뿐 아니라 가구나 소품 등 리빙 관련 용품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고객소통을 강화해 충성 고객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뿐 아니라 백화점 리빙부문 편집숍 살림숍 등에서 자체 상품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팝업 매장도 확대할 예정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바이어들이 참여해 상품을 직매입하거나 틈새 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복안이다.
▶신세계는 하이엔드 가구 라메종 론칭, 까사미아 디자인 업그레이드 나서
신세계그룹도 지난해 계열사로 편입한 지 1년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까사미아’ 키우기에 나섰다. 3월 말 스타필드 시티 위례점과 4월 관악점을 새로 오픈하는 등 올 연말까지 20여 개 매장을 추가 출점해 전국 100개 이상 매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쇼핑몰과 아울렛, 이마트 등 그룹 인프라를 활용해 일부 매장도 지역 특성이나 상품 판매전략 리뉴얼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 업무를 총괄하던 임병선 부사장이 까사미아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신세계백화점의 디자인과 기획 전문 임원을 전면 배치해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 가구 ‘라메종’을 새로 론칭하고 하반기에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라인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상품 라인업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까사미아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인수 초기 터진 라돈 매트리스 사태 탓에 가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지 못했던 상황이다. 올해 상품 안전성을 재정비하고 더욱 철저히 품질 관리에 나서게 됐다.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를 키운 역량이 있어 가구와 연계된 생활용품 시장 확장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반응이다. 자주는 지난해 말 165개 매장을 갖췄는데 올해는 백화점과 쇼핑몰 등으로 추가 매장을 열어 무인양품과 본격 경쟁할 계획이다.
올해도 1~2월에 2개 매장을 이미 오픈했고, 6월까지 추가로 4개 매장을 열 예정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6년 강남점을 리뉴얼하면서 생활전문관 ‘신세계홈’을 서울 최대 규모(2000평)로 꾸며 대규모 생활관의 원조격이었다. 당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을 디자인한 세계적 인테리어 디자이너 페트리샤 얼키올라가 매장을 디자인한 것도 주목됐다. 또 강남점에는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자주테이블’을 통해 유명 식기에 담긴 음식을 맛보고 나중에 그 식기도 구매하는 식의 체험 마케팅이 효과를 보고 있다.
뒤이어 2017년엔 부산 센텀시티점에도 생활전문관을 기존 7층에서 8층까지 확대해 복층으로 만들며 국내 최대 규모(2400평)로 리뉴얼했다. 입점 브랜드 수도 150여 개로 업계 최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