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 확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효성이 매출 12조4585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13년 4859억원을 기록한 지 2년 만에 약 2배나 껑충 성장한 수치다. 특히 차입금이 줄어들고 이익이 늘어나면서 효성의 부채비율이 2013년 203.4%에서 159.0%로 44.4%P 감소했다. 2009년(128.1%) 이후 6년 만에 거둔 최저치 기록이다. 연결 기준으로도 2013년 402.4%에서 2015년 303.6%로 2년 만에 100%P 가까이 감소하며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은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최대 실적을 이뤘다”며 “해외법인 투자에 따른 성과가 가시화됐다”고 분석했다.
▶핵심사업 포함해 전 사업 고른 성장
효성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주력 핵심 사업은 물론 중공업, 건설, 화학, 무역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실적이 고르게 성장했다. 효성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인 스판덱스 ‘크레오라(CreoraⓇ)’는 중국, 터키, 베트남, 브라질 등 전 세계에 구축된 생산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31%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No.1 제품이다. 1992년 독자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한 이후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판매에 주력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중국 업체들의 난립과 물량 공세, 공급 과잉으로 중국과 국내 스판덱스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와중에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효성은 차별화된 기능성 제품 개발에 매진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를 늘려 위기를 이겨냈다. 이후 효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스판덱스의 성장세에 해외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공급 능력을 확대해 왔다.
스판덱스의 성장을 위해선 무엇보다 글로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지 생산시스템과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2010년부터 시장 지배적 공급자로의 위상을 확보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산업자재 부문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0% 이상 상승했다. 이 분야는 세계 시장 점유율 45%를 차지하는 타이어코드가 속한 사업군이다. 부동의 세계 1위인 효성의 타이어코드 부문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 타이어 메이커들과의 장기 공급계약을 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중국, 베트남, 미국, 브라질, 룩셈부르크 등지에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영진의 한 발 빠른 글로벌 투자 주효
업계에선 효성의 실적에 대해 “남보다 한 발 빠르게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핵심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성장의 모멘텀을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한 수출 확대’로 잡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당시 중국을 시작으로 터키, 베트남, 브라질 등 주력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현재 전 세계 34곳에 제조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효성의 최고 경영진들은 임원들에게 늘 “글로벌 현장에 직접 나가 시장의 현황과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할 것”을 주문해 왔다고 한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해외 생산 현장에는 글로벌 고객들이 전 세계 어디서나 국내 공장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을 보유하도록 강조해 왔다”며 “이를 위해 현지인 중심의 관리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지인을 직접 관리자로 육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의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효성이 글로벌 제조법인에 생산기술과 경영노하우를 제공하고 받는 로열티만 연간 1000억원이 넘는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성과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효성의 로열티 수익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해외 법인에서만 전체 영업이익 중 41%가 넘는 393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효성 베트남
▶글로벌 시장 공략 전초기지, 베트남 법인 빛났다
특히 2007년부터 총 9.9억달러를 투자한 베트남 법인의 경우 2008년 본격적인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이후, 2009년부터 연속 7년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 2014년부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전체 베트남 수출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핵심 제품의 생산법인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 내 인건비와 토지세 등이 상승하자 베트남을 전략적 기지로 성장시키겠다고 판단, 발 빠르게 진출해 일궈낸 성과다. 조 회장은 초기 투자 당시만 하더라도 고무나무 밭이 펼쳐져 불모지에 가까웠던 베트남 연짝 지역을 돌아보며, 1968년 당시 효성의 모태 공장인 울산공장을 완공했던 기억을 되살렸다고 한다.
효성은 베트남 법인이 글로벌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하자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의 로열티 수익을 고스란히 국내 R&D와 신규 사업에 재투자하고, 이를 위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효성 베트남 타이어코드 생산현장
▶기술이 곧 경쟁력, 위기를 기회로 만든 효성의 DNA
국내 민간기업들의 R&D투자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국내 최초의 민간기술연구소로 꼽히는 효성그룹의 기술연구소(현 효성기술원)는 1971년에 설립됐다. 효성기술원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1위 제품인 스판덱스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탄소섬유, 폴리케톤, NF3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통한 경영 성과 창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들 분야의 연구 개발 및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R&D는 긴 시간과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수많은 실패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웬만해선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정설. 실제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의 제품이 개발되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효성의 관계자는 “R&D투자는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업철학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과 미래 변화를 내다보는 혜안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소재 부문 신규 사업도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
PP(폴리프로필렌) 및 NF3(삼불화질소) 등 화학소재 부문의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도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수익성이 확대됐다. 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4년 725억원에서 2015년 1007억원으로 38.8% 늘었다.
효성은 2015년 울산 용연공장에 DH(탈수소) 30만t 규모의 공장을 증설해 프로필렌 자급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셰일가스 개발로 프로필렌의 원료인 프로판 가격이 하락해 향후 수익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공장 증설을 통해 PP(폴리프로필렌)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증하며 반도체 세정가스인 NF3 수요도 급증함에 따라 올해까지 한국과 중국에 총 2500t의 증설을 추진 중이다.
중공업 부문에서도 선별적 수주와 원가절감 확대, 환율 영향 등으로 수익성이 확대되고 있고, 건설 역시 양질의 수주 호조세가 지속되며 매출과 수익이 증대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은 안정된 포트폴리오와 시장의 경기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B2B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어 올해에도 이 같은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