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전 잠시 야인생활을 하던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당시 퇴직금을 맡길 요량으로 신한은행 지점의 창구를 찾았다. 신한은행과 신한생명에서 요직을 거치며 부회장까지 지낸 한 회장은 창구 직원에게 신분을 숨기고 노후준비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답이 썩 석연치 않았다. 자금사정이나 연령은 고려치 않고 우선 펀드가입을 추천했던 것이다.
2011년 회장 취임 후 “금융기관들이 고객을 이렇게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종종 당시를 언급하던 한 회장은 “신한의 존재 이유는 사업을 영위하는 결과 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금융의 본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한 회장의 이러한 경영철학은 신한금융그룹의 ‘따뜻한 금융’으로 구체화됐고 그룹의 미션이 됐다. 지난 3년 동안 신한금융그룹은 ‘금융회사가 본업인 금융을 통해 고객들과 따뜻한 유대감을 만들지 않으면 성장은 물론, 생존을 담보 받을 수 없다’는 명제를 실천해왔다. 특히 국내 금융권의 사회공헌활동을 선도하며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글로벌 지속가능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취임 2기를 맞은 한 회장은 핵심키워드로 따뜻한 금융의 2.0버전인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제시했다.
지난해 쪽방촌 나눔행사에 나선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공존·공감·공생에 주력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의 효율적인 사회공헌활동(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추진을 위해 전 그룹사 CEO가 참여하는 사회공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속가능경영, 사회공헌, 환경경영을 포함한 전사적 CSR 계획과 기본방향을 결정하고 추진성과를 점검한다. 그룹 경영전략 회의인 ‘신한경영포럼’에도 그룹사 CSR 담당 임원 배석 하에 사회공헌분과를 운영하는 등 체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다.
사회책임경영을 위한 3가지 중점추진분야는 ‘공존(복지)’ ‘공감(문화)’ ‘공생(환경)’. 특히 금융업의 특성을 활용한 ‘금융경제교육’은 그룹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프로그램이다.
미래세대인 초·중·고 청소년과 은퇴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체험식 교육을 실시하고 그룹 및 지역 내 시설과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2012년 3월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이 참여하는 TFT를 구성해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강사 선발과 양성을 거쳐 같은 해 7월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은행 영업점을 개방해 어린이들에게 체험식 교육을 진행하는 ‘어린이 금융체험교실’은 단연 인기프로그램이다. 교육을 위해 신한은행이 주말에 영업점을 개방했고, 아이들은 실제 입출금, 적금, 환전 등 은행 업무와 신용카드 이용, 주식 매매, 보험 가입 등 다양한 금융활동을 경험하고 있다. 전용 사이트(www.beautifulshinhan.com)를 통해 교육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열악한 도서 환경과 학습 공간 개선하기 위해 전국 300여 곳에 ‘아름人 도서관’을 건립했다.
교육기반 사업을 전개해 온 신한카드는 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아름人 금융교실’을 진행해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4월 서울시남부교육지원청과 MOU를 맺고 ‘따뜻한 금융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캠프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도전 골든벨과 보드게임 형식의 경제교육과 트레이딩센터 등 신한금융투자의 주요 부서를 견학하게 된다.
60대 이상 은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신한생명의 ‘해피실버 금융교실’은 전국 240여 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보이스피싱과 안전한 금융거래, 부동산, 상속 및 증여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한편 신한금융그룹은 주요 4개 계열사의 프로그램 외에도 청소년 금융교육 네트워크, 새터민 금융교육 등을 통해 한 해 수만 명의 교육이수자를 탄생시키고 있다. 200명 이상의 직원과 퇴직지점장이 강사와 자문위원으로 재능기부에 참여했고 특히 신한어린이금융체험교실은 200명 이상의 직원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벽화작업 중인 신한금융그룹 직원.
중소기업과 청년, 청소년을 위한 상생 프로젝트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JOB S.O.SⅡ) 사업은 중소기업엔 우수한 인재를, 청년구직자에겐 삶의 희망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2009년에는 임직원의 자발적인 급여반납으로 조성한 370억원을 바탕으로 총 3000여 명의 중소기업 정규직 일자리와 약 150여 명의 사회적기업 회계전문인력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564억원의 재원을 기반으로 전용 금융상품인 ‘JOB S.O.S 희망기업통장/희망적금’을 개발했고, 1600여 개 중소기업의 신규 채용직원에게 3년간 매월 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창출된 중소기업의 새로운 일자리는 5000여 개에 이른다.
또한 2012년부터 연간 10억원을 투입해 진행 중인 ‘으뜸기업-으뜸인재 매칭사업’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한 으뜸기업에 고졸, 전문대 및 대졸 미취업자 등 청년취업을 연계하고 일정기간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게 지원금 지급, 취업자와 기업체 멘토에게 해외 우수기업 탐방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생활여건이 어려운 우수 학생들에겐 지난 2006년 설립한 신한장학재단(www.shsf.or.kr)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총 2930명의 학생에게 109억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현재 7개 계열사에서 지원한 재단의 출연금은 약 1000억원. 이 재원을 바탕으로 일반 장학사업 외에 성적이 우수한 저소득층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멘토와 멘티로 연결하는 멘토링 장학사업, 순직경찰관 유자녀 장학사업, 순직 소방관 유자녀 장학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은 신한은행희망재단, 신한은행 충북장학회, 신한은행 강원장학회를 통해 국내 소외계층을 위한 장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 가치 보존 및 지역사회 문화예술 전파
1997년 국내 최초로 금융사 전문 박물관인 한국금융사박물관을 설립해 총 6400여 점의 유물과 금융자료 상설전시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문화재사랑캠페인, 한문화재 한지킴이 활동, 무형문화재 전통문화체험, 궁궐지킴이 등을 진행하며 전통문화 보존에 나서고 있다. 신한갤러리 광화문과 신한갤러리 역삼에선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모전과 특별 기획전시를 개최하고 미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지역사회 문화예술 전파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8년에 금융권 최초로 제정한 ‘신한음악상’은 국내 음악 영재 발굴의 필수 코스로 자리했다. 제2회부터 19세 이하의 순수 국내파 클래식 영재 발굴을 콘셉트로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성악 등 총 4개 부문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관령 국제음악제 등 다양한 음악회와 연주회, 뮤지컬, 오페라, 백일장, 사생대회, 창작동요제 등 각종 문화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 신한은행의 직업훈련센터 개관식.
세계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사회공헌활동
아시아 금융 벨트를 글로벌 사업의 핵심시장으로 선정한 신한은행은 현지 법인 형태로 현지에 진출하며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의 학교지원사업, 우즈베키스탄의 의료지원 사업, 캄보디아의 사회개발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현지 사회책임경영 활동이 진행 중이고 현지 사회적 약자들과의 정례적인 교류 또한 확대되고 있다.
1995년 6월 호치민 지점을 개설한 신한베트남은행은 진출 초기 주변 고아원 방문과 주변 환경 정리 등 단순한 봉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2006년부터 하노이 한인학교 신축기금 지원을 계기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 동안 장학사업, 시설봉사, 환경봉사, 의료봉사를 진행한 신한베트남은행은 2010년 이후 교육사업을 추가해 사랑의 학교(2009년 응애안 1호, 2013년 빈푹성 2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사회적 취약집단의 지원 및 지역사회개발에 대한 기여가 인정돼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저소득 국가에서의 인도주의적 사회공헌 활동 실천의 일환으로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베트남 다문화 가정(2가정 6명)의 고국방문을 지원했다.
신한은행의 인도 뉴델리지점은 지난해 초 뉴델리 지역 한국인을 대상으로 초·중 기본 과정을 교육(국어, 수학, 사회, 한자 등)하는 뉴델리 한글학교에 새로운 건물 설립기금을 기부했다. 신한인도본부와 뭄바이지점은 인근 고아원에서의 봉사활동과 함께 현지책임자급 직원이 고아원 내 초등생 이하 아이들을 대상으로 금융경제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신한중국에선 사회공헌형 금융상품을 개발해 판매금액의 일부로 기금을 조성, 양로원과 고아원 등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한다. 이처럼 지역별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중국 내 현지법인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자리한 신한크메르은행은 이화여대에서 설립한 ‘캄보디아 이화 사회복지센터’와 연계해 매월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신한카자흐스탄은 현지 우수대학교와 MOU를 맺고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뉴욕지점은 매년 2회에 걸쳐 주미한국상공회의소 부설 한국학교에 찾아가 교실 정리, 교과서 분류 및 배포, 등교차량 안내 등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앞으로도 신한은행은 사회봉사활동을 일회성 행사가 아닌 더불어 상생하는 기업,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는 책임있는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발굴하고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