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S22(이하 갤S22)가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전 판매 첫날에 자급제 물량이 완판된 것은 물론, 예약 물량이 모두 팔리는 등 이미 흥행 성공 조짐이 완연하다. 가격도 예전 모델과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 측은 “역대급 성능을 갖췄다”고 자평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별도로 갤S22와 관련한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다시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 애플과 접전을 벌이는 삼성이 1위를 굳힐 수 있을지 여부는 갤S22 시리즈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7000만 대로 애플과 샤오미를 제치고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애플과 샤오미가 두 자릿수 성장률로 질주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판매가 저조하며 고전했다. 삼성은 작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했지만 애플과의 격차는 불과 3%포인트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7200만 대(점유율 20%)로 애플(16.9%)과 3.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프리미엄 시장을 좌우하는 갤럭시 S시리즈의 중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S21 시리즈는 출시 이후 초반 6개월간 1350만 대 판매에 그쳤다. 이전 갤럭시S20 시리즈보다 20% 적은 수준이다.
위기감도 커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애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데다, 치고 올라오는 샤오미, 오포, 비도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성장률은 0.9%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위 4개 업체(애플, 샤오미, 오포, 비보)들은 20~3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악화된 수익성 회복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코로나19, 스마트폰 부품 부족, 가격 인상 변수 속에서 3%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점쳐졌다. 전년 4.5%보다 낮은 수준이다.
초반 판매만 보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예약 판매 실적만 놓고 보면 전작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전예약 가입자 중 과반이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2 울트라를 선택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갤럭시S22 울트라는 S펜을 내장하며 갤럭시노트20 출시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단종됐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울트라 모델은 기존 ‘노트’ 시리즈와 외관까지 비슷하다. 삼성전자 역시 ‘노트’ 팬들의 수요를 흡수하려는 시도를 울트라 모델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텔레콤 공식 온라인몰 ‘T다이렉트샵’에서 사전예약을 진행한 고객 중 3분의 2가량이 울트라를 선택했다. KT 역시 ‘KT샵’에서 울트라가 67.2%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유샵’에서 울트라 모델 예약 비중이 52.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흥행은 갤럭시노트에 대한 교체 수요를 공략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KT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 예약자들이 현재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단말은 갤럭시노트10이었으며, 뒤이어 갤럭시S20·갤럭시노트9 순이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업부장(사장)은 “이번 갤럭시S 시리즈 스마트폰에 S펜을 내장해 기존의 규칙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면서 “충성도가 높은 갤노트의 사랑 받는 기능을 태블릿, 갤럭시Z폴드, 갤럭시북 등 더 많은 기기에 통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제 진정한 흥행 척도로 평가되는 ‘출하량 3000만 대 고지’ 달성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갤럭시S’ 시리즈는 한때(S7 기준) 4000만 대 중반까지 판매되는 등 호황을 누렸던 제품이다. 이후 ‘갤럭시 S9’와 ‘S10’도 3000만 대 수준을 유지했다가 ‘S20’부다 2000만 대 중반대로 떨어졌던 것으로 업계와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신작 ‘갤럭시S22’가 다시 연간 판매 3000만 대를 회복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반도체 대란을 비롯한 부품 수급 이슈에도 불구하고 이번 갤럭시S22 시리즈에 대한 업계 전망은 낙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간 출하량의 경우 2021년 갤럭시S21 시리즈가 2700만 대에 그친 데 반해 S22는 3000만대를 기록하며 S10 이후 최다 판매 모델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도 “전작에 비해 혁신적인 변화는 없지만 ‘노트’의 장점을 가지고 왔고, 카메라 사용성을 키운 만큼 시장의 기대감은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과 길어진 스마트폰 교체 주기, 부품 수급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갤럭시S22 흥행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삼성전자 실적도 ‘좌지우지’
업계 일각에선 2000만 대 후반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는 2000만 대 중반대에 그친 전작보다는 소폭 상향된 수준이다. 반도체 부품 부족 사태도 판매량 회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도 지난해 ‘아이폰13’을 출시했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로 생산량 일부를 줄이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갤럭시S22’도 환경적 변수가 크다는 의미다. ‘갤럭시S22 울트라’가 아닌 일반 및 플러스(+) 모델의 경우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이용자들의 구매가 전체적으로 크게 확대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는 갤S와 노트 시리즈를 통합했기 때문에 갤S22 시리즈를 3000만 대 이상 판매해야 브랜드 영향력 유지, 사업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울트라 모델의 상품성과 가격대, 생산 비중 등을 보면 달성 가능성이 크지만, 디자인 면에서 큰 혁신이 보이지 않는 게 변수”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가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이 턴어라운드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부가 전체 매출에서 40%에 육박한다. 갤럭시S22가 과거 인기 모델이었던 갤럭시S10 이상의 실적을 올린다면 전체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맞물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반도체 부족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길어지고 있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 애플의 반격 등 부정적 변수도 많아 성공을 장담하기엔 이르다. 출시 이후 2~3개월의 판매량을 지켜봐야 진정한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태블릿PC 신제품인 갤럭시탭S8 시리즈도 공개됐다. 갤탭S8 시리즈는 갤탭S8(11형), S8 플러스(12.4형), S8 울트라(14.6형) 모델로 구성된다. 갤탭에서 울트라 모델이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이 시리즈는 갤탭 최초로 4㎚ 프로세서를 탑재해 전작보다 메모리 기능을 한 단계 높였다. 새 모델 모두 S펜을 탑재하고 있으며 삼성 헬스 앱을 처음으로 지원한다.
갤럭시S22 시리즈 뜯어보니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두드러지게
▷착한 가격
갤럭시S22와 플러스는 8GB램과 256GB 내장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99만9900원, 119만9000원이다. 울트라는 12GB램, 256GB 내장 메모리 모델과 12GB램, 512GB 내장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145만2000원, 155만1000원이다.
특히 울트라 512GB 모델의 경우는 전작에 비해 하락했는데 이는 램 사양을 낮췄기 때문이다. 159만9400원이었던 갤럭시S21 울트라 512GB 모델에는 16GB램이 탑재됐었다.
▷역대 최고 카메라 성능
카메라 성능은 극대화했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야간촬영 기능, ‘나이토그래피’가 대표적이다. 조도가 낮은 환경에서 사진을 찍으면 나이트 솔루션이 순간적으로 연속된 이미지를 촬영해 노이즈나 흐림이 있는 프레임을 제거한다. 이후 남은 프레임을 하나의 선명한 이미지로 합치면, AI가 실제 모양과 색깔, 디테일을 선명하게 만든다. 솔루션은 셀카 모드에서도 적용된다.
이 밖에 피사체와 배경을 더욱 디테일하게 구분해주는 ‘인공지능(AI) 스테레오 뎁스 맵’ 기술과 전문가를 위해 촬영부터 편집까지 하나의 앱에서 가능한 ‘엑스퍼트(Expert) RAW’를 최초로 지원한다. 갤럭시S22와 플러스 후면에는 5000만 화소 메인, 1200만 화소 초광각,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등 트리플(3개) 카메라가 탑재됐다. 전면은 1000만 화소다.
여기에 갤럭시S22 울트라는 막강한 하드웨어로 한 차원 높은 기술을 구현한다. 2.4㎛(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픽셀 센서가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빛을 끌어들인다.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야간에서도 밝은 동영상을 담기 위해 카메라가 주변 빛의 미묘한 변화를 포착해 프레임 속도를 알아서 조정한다. 덕분에 렌즈가 더 많은 빛을 흡수해 최적의 노출을 제공한다. 갑자기 강한 햇빛이 내리쬐어도 화면을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갤럭시S22 시리즈 전종에 적용된, 이른바 ‘비전 부스터’ 기술이다.
▷초고속 충전·발열 방지
삼성은 초고속 충전과 튼튼한 내구성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갤럭시S22 플러스와 울트라에는 45W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는데 완충까지 1시간이 채 소요되지 않는다. 약 10분 충전하면 50분 이상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갤럭시S 시리즈 최초로 아머 알루미늄을 적용해 내구성을 강화했고, 스마트폰 최초로 코닝 고릴라 글래스 빅투스 플러스를 스마트폰 전후면 모두 사용해 역대 삼성 스마트폰 중 가장 튼튼한 시리즈로 완성됐다.
덤으로 갤럭시S22 시리즈는 강력한 보안 기능도 제공한다. 삼성의 독자적인 칩셋 레벨 보안 플랫폼인 ‘삼성 녹스 볼트’를 통해 비밀번호, 생체 인식, 블록체인, 인증 키 등 사용자의 민감한 정보를 더욱 안전하게 보호한다.
약점으로 지목됐던 ‘방열’ 문제도 개선했다. 이번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소재와 구조 적용으로 열 분산에 나섰다. 먼저 표면 사이에 열 전달을 촉진하는 물질인 팀(TIM)을 새롭게 개발했다. 인쇄회로기판(PCM) 바로 위에 더 두꺼운 형태의 젤 TIM을 배치했다. 그 위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전자기장 간섭을 차단하는 나노 TIM을 얹었다. 새로운 나노 TIM은 유연한 나노 섬유로 만들어져 이전 모델들에 사용됐던 단단한 금속보다 압력에 더 강하다. 또한 열을 베이퍼 챔버(VC)로 더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