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이 내다보이는 고급 저택은 골프 마니아들에게는 꿈의 집이다. 최근에는 ‘2016 리우 올림픽’의 우리나라 여자 골프팀 감독으로 나선 박세리(39) 씨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빅혼 골프 클럽 안에 있는 팜 데저트던 빌라를 팔았다는 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때문에 한동안 찬바람이 불었던 골프장에서 요즘 분양이 한창이다. 청라·용인 등 새로운 주거·업무지구로 떠오르는 지역이 중심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 실내 골프장을 들이는 것은 기본이고 이젠 아예 골프장 안에 집을 직접 설계해 지을 수 있도록 주택용지를 내놓거나 고급빌라를 파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골프장 인근 고급주택 분양 늘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한성CC 인근에선 ‘죽전 힐데스하임’이 분양 중이다. 원건설이 짓는 이 단지는 대지면적 1만490㎡에 지하 3층~지상 최고 4층, 4개 동에 전용면적 258~281㎡형 총 40가구 규모다.
김민호 원건설 회장은 “단지가 한성CC 골프장 페어웨이에 둘러싸여 조망이 좋다”며 “골프장 옆에 들어서는 고급 타운하우스로 디자인과 가구에 신경 썼고, 일부는 평면 구조를 다르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힐데스하임에는 이탈리아산 ‘아리탈 쿠치네’를 주방가구로 들이고, 창문과 창틀 등은 독일 브랜드 ‘론첼’ 제품을 사용해 고급화 전략을 썼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골프장 바로 옆에 들어서지만 단지 안에 별도로 골프연습장이 있고 주차 공간은 가구당 3.5대에 달한다.
고급주택은 일반주택보다 더 많은 건축비를 들여 짓는 집이다. 지방세법 규정상으로는 주거용 건축물이나 이에 딸린 땅의 면적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넘어서거나 건축물에 67㎡ 이상의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들어선 경우를 말한다.
죽전 힐데스하임은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 씨가 설계를 맡았다. 조씨는 남해 사우스케이프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부띠끄모나코’와 여의도 ‘S-트레뉴’ 등을 설계한 건축가다.
경기 평택 청북지구에서는 ‘블루레이크 타운(가칭)’ 골프장 타운하우스가 들어선다. 지상 3층에 전용면적 94~113㎡형 269가구로 테라스·복층형으로 구성된다. 골프장과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 진다는 것이 시행사인 플러스엔피 관계자의 설명이다.
▶골프장내 단독주택 계약자 36% 기업대표
‘DIY(직접 만드는)’ 용도로 골프장 땅이 시장에 나온 사례도 있다. 롯데건설과 KCC건설이 출자한 블루아일랜드개발이 분양 중인 인천 청라국제도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내 단지형 단독주택용지 ‘청라 더 카운티’가 그것이다.
베어즈베스트 청라는 롯데건설과 KCC건설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대형사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이지만 건설사가 집을 짓지 않고 자유롭게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땅만 시장에 내놨다.
페어웨이를 둔 땅에 개별정원(앞마당)이나 테라스, 다락방, 옥상정원 등 다양한 형태로 설계해 집을 짓는 식이다. 최근 5년 새 대형 건설사가 자신들 지분이 있는 땅을 민간에 판 것은 베어즈베스트 청라 주택 용지가 처음이다. 개발사는 1차를 분양한 데 이어 2차분 분양에 나섰다.
땅을 분양받은 사람은 개별 정원(앞마당)과 테라스, 다락방, 옥상 정원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보안 시스템을 갖춘 단지 안에는 편의점, 공용 세탁실, 무인 택배 시스템, 운동시설 등 입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분양가는 3.3㎡당 500만원대 후반(대지면적 530여 ㎡, 총분양가 8억~10억원)이다.
앞서 지난해 말 ‘베어즈베스트 청라’ 1차 단독주택 용지인 ‘더 카운티(조감도)’ 119필지는 시장에 나오자 서울·수도권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이틀 만에 95%가 팔려나갔고 현재는 계약이 모두 끝났다. 인천·청라 일대를 비롯해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자 골프장 안에 집을 짓겠다는 수요가 생겨난 것이다.
계약자가 누군지 들여다보면 기업 대표(36%)가 가장 많고 자영업자(19%), 기업 임원급(11%), 부동산업계 관계자(11%), 의사·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8%)가 뒤를 이었다. 연령은 50대(58%)가 가장 많았고 40대(31%)가 뒤를 이었다. 청라(30%)를 포함해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온 사람이 94%였고, 이 밖에 계약자 중 73%가 실거주 목적, 11%가 전매 목적으로 사들였다. 한옥 콘셉트의 골프장 옆 주택도 있다. 경기 여주시 점동면의 페럼CC 옆에는 한옥 주택이 들어선다.
▶골프장 조망권에 1억 웃돈 붙기도
아파트의 경우 골프장 조망권에 따라 최고 1억원까지 웃돈이 붙기도 한다. 위례신도시에 속하는 성남 학암동의 A공인 관계자는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의 경우 골프장 조망이 되는 전용면적 101㎡형의 매매 가격은 10억~10억5000만원 선”이라며 “인근의 비슷한 동·층 같은 면적 아파트보다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입주한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는 성남G 조망권으로 주목받은 단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하남시 학암동의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 전용면적 114㎡형은 지난 2013년 당시 분양가보다 3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13억3140만원에 거래됐다.
송도국제도시 잭니클라우스GC 조망이 가능한 ‘송도더샵마스터뷰’ 전용면적 84㎡형의 매매 가격은 5억2000만원 선이지만 같은 면적대인 ‘송도웰카운티4단지’는 4억 3000만원 선으로 9000만원 정도의 시세 차이가 난다. 같은 단지에 있는 동일한 면적의 아파트 역시 골프장 조망 여부 등에 따라 1억원 가량 시세 차이가 난다. 동탄2신도시 시범지구에 들어선 ‘롯데캐슬알바트로스’ 전용 101㎡형의 경우 리베라CC가 내려다보이는 집의 매매가격은 6억4000만원 선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5억4000만원 안팎이다. 한편 한신공영이 동탄2신도시에 짓는 ‘A47블록 한신휴플러스’는 리베라CC조망권 프리미엄에 힘입어 지난 5월 청약 이후 닷새 만에 총920가구가 모두 계약을 끝냈다.
건설사들은 골프장 조망권을 강조하면서 아파트 분양에 나선다. 반도건설이 동탄2신도시 A-79블록에 짓는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10.0 2단지’는 단지 남쪽으로 한원CC가 보인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골프장 느낌을 살리기 위해 단지 내에 1.6㎞ 둘레길을 만들어 6.1㎞ 길이의 호수공원 산책로와 이어지도록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올 하반기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할 예정인 ‘포스코더샵’은 단지에서 잭니클라우스GC를 볼 수 있다. 분양관계자는 “단지 주변에는 근린공원과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론트호수가 있어 아파트 자체가 큰 골프장 안에 들어선 느낌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녹색 공간에 대한 수요를 의식해 아파트를 골프장처럼 꾸미기도 한다. 롯데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짓는 ‘신흥덕 롯데캐슬 레이시티’ 단지 안에 길게 펼쳐지는 공원을 꾸민다.
단지 바로 옆에 도시자연공원이 있지만 녹색 공간을 더 강조하겠다는 게 개발업체의 의지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는 어린이도서관과 키즈카페 외에 실내 골프클럽이 따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