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오는 9월2일부터 11월23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 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전시주제는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Design is design is not design)’.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란 의미로 정형과 관념에 대한 탈피의 뜻을 담고 있다.
전시구성은 크게 여섯 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우선 디자이너와 브랜드 가치가 널리 알려진 디자인과 정치·경제·문화·스포츠·환경·주거 등의 관계를 일간지 섹션처럼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한 ‘유명 Named’, 세상에 널리 통용되고 있거나 묻혀 있는 디자인, 원시적인 기술부터 생명공학·가상현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로 구성한 ‘무명 Unnamed’, 특정 장소를 기반삼은 기존의 공동체 개념에서 벗어나 열린 공동체 공간으로서의 ‘커뮤니티 Communities’, 광주 도심에 도시공공건축물을 조성하는 ‘광주폴리 Gwangju Folly Project’, 가상의 디자인시티로 공간을 구성하고 도시를 여행하듯 관람동선을 연출한 ‘비엔날레 시티 Biennale City’, 이번 비엔날레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 전시와 참여가 혼합된 ‘주제전’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 작품 중에는 낯익은 이름들도 눈에 띈다. 2006년 개봉해 1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는 디자인비엔날레 작가로 참여한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의 스토리 보드와 모형을 전시해 영화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무용가 안은미도 비엔날레 참여 작가다. 그녀가 연출한 퍼포먼스 이미지와 공연 비디오, 직접 입었던 의상이 지름 7m에 달하는 원형 공간에 전시된다.
콜롬비아 메데인 시장을 역임한 세르지오 파하르도도 참여한다. 시장으로 활동할 당시 폭력과 빈곤이 난무한 달동네에 간선도로를 연결한 메트로 케이블과 도시 개선 시(市) 지도 등을 전시로 풀어냈다.
디자인계 거장들 대거 참여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모범적으로 정해진 제품 디자인의 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근래의 디자인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블과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이론이 원형 프레임 구조물에 이미지로 전시돼 기존 개념을 뒤엎는 디자인 접근 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스위스 건축 사무소 헤르조크&데뮤론은 건축이 아닌 향수 디자인으로 전시에 참여한다. 아이웨이웨이와 공동설계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알려진 헤르조크&데뮤론은 ‘후각에 관한 물건’이란 타이틀로 참여위주의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여느 때보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작품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문준용 작가의 ‘마쿠로쿠로스케 테이블’은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먼지 괴물 ‘마구로 쿠로스케’와 여자 주인공의 관계를 모티브로 삼았다. 캐나다의 브루스 마우의 ‘모든 사람들은 이름이 있다(Everyone has a name)’는 유명 디자이너들과 일반 시민들이 트위터에 올린 디자인 의견이 스텐실 그래픽과 프로젝터를 이용해 전시관 벽면에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전시를 관람한 관람객들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의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투표장도 마련된다. 관람객들은 디자인비엔날레 전시가 디자인에 관한 것인지 아닌지를 묻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 결과는 전시기간 내내 매일 취합돼 개막부터 폐막까지 52일간의 추이를 기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