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로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중국이 굴기(堀起)하고 있다.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자국 빅테크 기업들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투입되는 한편 MZ세대가 주도하는 중국의 신소비 트렌드가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 내 주식 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당국도 관련 규제를 완화해 해외 투자사를 유치하고 있는 점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유럽 등지의 투자금이 아시아로 넘어오는 머니무브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우량 기업에 대해 선별적인 집중 투자를 나서야 할 때다.
2026년은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이 시작하는 해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부양 강도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효율 투자를 줄이고 15.5 계획을 통해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을 개선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테크 경쟁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라는 파고 속에서 중국은 오히려 자체 칩셋과 서버 시스템을 구축해 독자 AI 인프라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있다. 알리바바는 자체 AI 칩 개발을 통해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본 지출(CAPEX) 계획을 통해 미국 민간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투자를 지속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쇼핑 등 기존 강점을 가진 서비스 분야에 AI를 적극적으로 결합해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곧 기업의 이익 개선과 직결되어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릴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텐센트 역시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AI 굴기의 양대 축으로서 미국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빠른 기술 추격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AI 기술력은 글로벌 2~3위권 그룹 내에서도 선두 위치에 있으며, 텐센트는 강력한 플랫폼 지배력을 바탕으로 AI를 실무 서비스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MSCI 차이나 지수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될 경우 증시 전반의 상승을 견인할 대장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는 과거 국경 기업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활로를 열어주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영자율성이 확대되고 있다. 2024년 말부터 강조된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국 우량 기업들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재인식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중국 AI 산업 추천 종목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포함해 ▲CATL ▲선그로우 ▲CGN 마이닝 ▲진판테크 ▲북방화창 ▲메이투 등을 꼽았다. 백승혜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AI 산업은 기술 자립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산화 진전이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의 핵심 테마로 주목받을 것”이라며 “지난해 주가 랠리로 고평가된 팹리스, 파운드리 업종보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전력망, 소프트웨어 섹터를 추천한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24년 이후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전기차 판매는 둔화되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의 신에너지차(NEV)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으며, 53.4%의 시장 침투율을 기록했다. 과거 2023~2024년 중국 NEV 판매 성장률이 각각 37%, 41%로 높은 기저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세가 인상되고 보조금 규모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가와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상위 업체로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자동차 판매 비중은 높지만 전기차 침투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10만~20만위안(약 2000만~4000만원) 가격대에서 승기를 잡는 기업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산업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업체는 도태되고, 상위 업체는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 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을 사용해왔으나 이젠 자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칩을 적용하는 걸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 전기차 기업 중 주목해볼 곳은 비야디와 샤오펑을 꼽을 수 있다. 비야디는 압도적인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확보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비야디의 대중 브랜드인 ‘왕조(Dynasty)’와 ‘해양(Ocean)’ 시리즈 모델들이 10만~20만위안 가격대에 대거 포진해 있어,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쏠림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 ‘천신의 눈(DiPilot)’을 대중 라인업에 보급하며,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탑재 차량 23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자율주행 업체로서의 가치도 증명해 나가고 있다.
샤오펑은 중국 내 자율주행 기술력 1티어로 평가받으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15만~30만위안대의 고가 라인업에서 최근 ‘MONA M03’ 등 10만~20만위안대 보급형 모델로 영역을 넓히며 비야디가 장악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와 함께 자체 개발 AI 칩인 ‘튜링(Turing)’을 신차에 탑재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의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등 자율주행을 넘어선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 산업의 성장과 함께 이들을 뒷받침하는 핵심 원자재 시장도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으로 인한 구리 부족 현상과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가치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글로벌 메이저 광산 기업인 자금광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자금광업은 2024년 기준 글로벌 구리 생산량 4위, 금 생산량 6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구리의 구조적 공급 쇼티지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자금광업은 가격 상승과 생산량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광산 개발 사업의 높은 이익률을 바탕으로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1.4% 증가하며 기록적인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 소비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놓쳐서는 안 될 핵심 포인트다. 최근 중국의 내수 진작 정책은 과거 가전이나 자동차 교체 등 재화 중심에서 숙박, 외식, 여행과 같은 서비스 소비 확대로 그 축이 이동하고 있다. 특히 ‘소확행’과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단순한 물건 구매보다는 공연 관람이나 게임 등 무형의 가치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신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공연 및 IP(지식재산권)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이후 중국 내 콘서트와 뮤직 페스티벌 등 오프라인 공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티케팅 플랫폼은 물론 주변 상권까지 활성화하는 파급력을 보여줬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강력한 IP를 활용한 파생 상품과 체험형 콘텐츠 또한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잡으며 중국 서비스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 선두에는 알리바바 산하의 온라인 티켓팅 플랫폼인 다마이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다마이는 중국 최대 규모의 예매 시스템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공연 시장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다. 단순히 티켓 판매를 대행하는 수준을 넘어 공연 기획과 투자까지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알리바바 그룹 내 서비스 부문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텐센트 뮤직 역시 서비스 소비 트렌드에 최적화된 사업 구조를 통해 독보적인 위상을 굳히고 있다. 중국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시장 1위 업체로서 유료 구독자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넘어 오프라인 콘서트 지원 및 아티스트 IP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의 강력한 지배력과 풍부한 콘텐츠 IP를 결합한 텐센트 뮤직은 중국 내수 시장의 질적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수혜주로 평가받는다.
박초화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내수 소비 정책은 과거 2년간 이구환신 중심의 재화 소비에 집중됐으나 올해부터 서비스 소비 확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텐센트 뮤직은 콘서트 선구매권, 팬덤 서비스 등 차별화된 유료회원 혜택으로 프리미엄 회원 유입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IP의 영향력은 캐릭터 산업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아트 토이 시장을 개척한 팝마트가 있다. 팝마트의 대표 캐릭터인 ‘라부부(Labubu)’는 최근 중국 MZ세대의 소확행 트렌드와 맞물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순한 인형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불황 속에서도 나를 위한 작은 사치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신소비층의 열성적인 지지에 힘입어 팝마트는 강력한 IP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며 중국 소비 시장의 질적 성장을 대변하는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소비 시장의 부흥은 단순히 양적인 확대를 넘어 질적 개선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소비자신뢰지수(CCI)의 반등과 중산층 소비 비중의 확대는 필수 소비재 위주의 시장을 상대적 고가 제품과 외식 중심의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 소비재의 대표인 음식료 기업들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 음식료 산업의 매출 성장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중국 내수 시장의 턴어라운드를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소비 질 개선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는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이다. 주귀주는 하이엔드 포지셔닝을 고수하며 재고 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올해에는 강력한 기저 효과와 함께 매출이 전년 대비 16% 이상 성장하는 탄력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산서행화촌분주 역시 증류주 카테고리 내에서 확고한 브랜드 입지를 바탕으로 고가 제품군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가치와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중국 내 신소비 트렌드에 최적화된 종목으로 평가받는다.
[홍순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