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1주택자들이 강릉, 익산, 경주, 통영 등 지방 핵심 도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에 추가 주택을 사면 1주택자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세컨드홈’ 제도가 확대된 데다 10·15 대책 이후 수도권 거래가 규제망에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방 부동산의 매력이 부각된 것이다. 세컨드홈 제도는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인구감소지역에서 1주택자가 한 채를 더 사더라도 재산세·종부세·양도세에서 1주택 특례를 주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에 집중된 자산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침체된 지방 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취지다.
시행 초기에는 전국에서 인구감소가 가장 빠른 84곳이 대상이었으나 정부는 올해 8월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통해 적용 지역을 93곳으로 넓혔다. 평창·양양·문경·해남 등 기존 인구감소지역에 강릉·속초·동해·인제, 익산, 경주·김천·사천·통영 등 9곳이 새로 포함됐다. 강원·전북·경북·경남을 아우르는 구성이다.
이들 지역은 산업·관광·농어촌 인구가 줄고 신규 주택 수요가 정체된 곳이다. 정부는 세컨드홈을 통해 정주 인구를 늘리고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히 주택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교육·의료·고용 기반을 함께 보강해 지방 정착을 유도하는 종합 대책으로 보고 있다.
세컨드홈의 핵심은 세제 혜택이다.
서울에 집이 있는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세컨드홈을 사더라도 세법상 여전히 1세대 1주택자로 인정된다. 기존 집을 팔 때 양도세 비과세 한도(12억원)와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80%)가 그대로 유지되고 종합부동산세 공제금액(12억원)과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최대 80%)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본래 1세대 1주택자에게만 주어지던 혜택을 세컨드홈에 한해 예외적으로 2주택자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84㎡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의 시세 12억원(공시가 9억원)짜리 주택을 사면 재산세는 약 667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종부세는 574만원에서 77만원으로 낮아진다. 세 부담이 700만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겉으로는 두 채를 가진 셈이지만 세법상 1주택자로 분류된다.
다만 이미 2채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는 특례 대상이 아니다. 제도의 목적이 1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지방 주택구입을 장려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감소지역 내 주택을 가진 사람이 같은 지역에서 추가 매입을 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례 적용 주택 공시가격 기준은 기존 4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된다. 시세로는 약 13억~14억원 수준으로 인구감소지역의 대부분 주택이 이 범위 안에 포함된다. 취득세도 법과 조례에 따라 최대 50%까지 감면된다.
다만 세컨드홈 확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연내 법 통과를 목표로 내년부터 새 기준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지방 부동산에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이유는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격차가 최근 17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152.0으로, 같은 기간 지방(105.2) 보다 44.9% 높았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대 격차다. 서울은 1년 새 9.3% 상승했지만 지방은 1.3% 하락했다. 수도권은 공급 부족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며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7584가구로, 이 중 84%(2만3147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청약 미달과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신규 분양이 멈추고 거래도 위축됐다.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며 시장 불균형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부동산을 정부가 밀어주고 나서자 시장 반응은 강릉에서 가장 먼저 감지됐다. 대법원 등 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강릉시 집합건물 매수인 중 서울 거주자는 208명으로, 한 달 전보다 45% 늘었다. 서울 매수인이 200명을 넘긴 것은 2016년 이후 9년 3개월 만이다.
분양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강릉 회산동 ‘강릉 아테라’는 8월 초 대비 계약률이 10%포인트 상승했고 남항진 해변 인근 ‘모아미래도 오션리버’는 견본주택 재오픈 뒤 방문객이 두 배로 늘었다. 강릉은 6월부터 두 달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세컨드홈 확대 발표 이후 수도권 실수요 문의가 다시 늘었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교통망 확충 기대감도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KTX로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약 2시간이 걸리는데 송도·광명·판교를 거쳐 강릉으로 이어지는 경강선 고속철도도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일부 학부모는 의대 지역인재 전형을 염두에 두고 강릉에 세컨드홈을 마련하는 사례도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