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 안에 파란색 크림이 들어 있어서 처음에는 놀랐다.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먹어보니 평소 먹던 소다 맛이 나서 신기했다.”
“생긴 것만 봐서는 치킨이 아니라 석탄인 줄 알았다. 생긴 것 때문에 먹기가 꺼려졌지만 한입 베어 먹으니 맛있어서 순삭했다(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특이한 생김새와 맛으로 무장한 이색 먹거리의 인기가 뜨겁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색다른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열풍은 수치로 나타난다. 편의점 브랜드 CU가 최근 10년간 신구(新舊) 상품들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에서 시장에 나온 지 1년 이내 신상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과거 5년(2012~2016년) 동안 불과 13.7%에 그쳤으나 최근 5년(2017~2021년)간 이보다 4.6%포인트 증가한 18.3%를 기록했다. 고객 5명 중 1명은 신상품을 구매한다는 뜻이다.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20대와 30대가 각각 41.4%, 35.5%로 신상품 구매 비중의 8할을 차지했다. CU 관계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롭고 참신한 제품을 원하는 MZ세대가 이색 먹거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신상품 매출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류에서도 ‘특이한 술’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올해 8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중 최근 1년 이내 이색 협업 술을 구매한 비율은 65.5%에 달했다. 구매자 중 한 번 이상 재구매해본 재구매자 비율은 78.5%를 넘어섰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식품·유통업계도 재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이색 식품을 속속 내놓으며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BBQ가 내놓은 ‘까먹(물) 치킨’은 ‘현무암 치킨’으로 불리며 인기를 끈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불닭볶음면과 협업해 만든 불닭망고에일로 눈길을 끈다. GS25가 내놓은 커피향을 입힌 블루보틀 맥주는 순식간에 완판됐다. GS25가 내놓은 소다 맛 호빵은 ‘의외의 맛’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 (BBQ, 더쎄를라잇브루잉, GS25 제공)
▶석탄 치킨·오모리 김치 호빵
▷평범한 생김새·맛 거부한다
치킨 브랜드 BBQ는 반죽에 오징어 먹물을 넣어 만든 ‘까먹(물) 치킨’을 선보였다. 닭의 넓적다리살(엉치살)에 오징어 먹물 튀김옷을 입혀 황금올리브오일에 튀겨 만든 메뉴다. 새까만 튀김옷을 입힌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석탄 치킨’ ‘현무암 치킨’이라 불리며 화제를 모은다. BBQ 관계자는 “1020세대 고객 중심으로 ‘색다른 메뉴’를 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기존 치킨과 차별화를 고민한 끝에 나온 제품이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먹물 때문에 기름 색깔이 변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다른 음식보다 더 긴 개발 기간을 거쳐 나온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0월 동치미 맛 탄산음료 ‘미치동 스파클링’을 내놨다. 자사 발효 음료 전문 브랜드 ‘보글보글랩’이 만든 첫 제품이다. 동치미 국물을 탄산음료 형태로 즐길 수 있도록 재해석했다.
팔도는 피자헛과의 협업을 통해 피자에 팔도 비빔면을 접목한 피자를 개발, 지난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불고기 토핑의 단맛과 비빔장 소스 조합으로 매콤 달달한 피자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뜨겁다.
SPC삼립은 10월 ‘로제 호빵’ ‘민트초코 호빵’과 ‘구름소다 호빵’ 등을 공개하며 이색 먹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로제 호빵은 2030 여성 소비자에게 선호도가 높은 ‘로제 소스’를 호빵에 접목했다. 민트초코 호빵과 구름소다 호빵은 마니아 계층이 탄탄한 민트초코, 소다 크림을 넣어 호평을 받았다. 이색 호빵 선전에 힘입어 삼립호빵의 올해 10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수제맥주 제조업체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식품회사와 손잡고 만든 이색 맥주로 눈길을 끈다. 유동골뱅이 맥주, 불닭망고에일 등 ‘히트 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주류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 중이다. 유동골뱅이 맥주는 아로마를 첨가한 ‘비엔나 라거’로, 골뱅이무침과의 궁합이 좋다는 설명이다. 불닭망고에일은 불닭볶음면 특유의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망고 원액을 넣었다. 더쎄를라잇브루잉 관계자는 “유동골뱅이 맥주는 2020년 12월에 세븐일레븐 수제맥주군 내 판매 1위를 달성하며 높은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 불닭 맥주는 판매를 시작한 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도 수출 문의가 들어올 만큼 화제를 모으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뒤질세라 유통업체도 이색 식품 유행에 올라탔다. CU는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 ‘백양 맥주’ 등 이색 컬래버 맥주 시리즈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각각 판매량 2500만개·1000만개·250만개를 넘어서며 ‘이색 맥주’의 대명사로 명성을 떨친다.
GS25는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과 협업해 만든 블루보틀 맥주와 ‘오모리 김치’를 넣어 만든 ‘오모리 김치 호빵’을 공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블루보틀 맥주는 블루보틀 커피의 대표 원두인 ‘벨라도노반’을 드라이 호핑(발효 후 홉을 첨가)하는 공정을 추가한 맥주다. 와인과 비슷한 도수인 13.5도로 설정했다. 11월 22일 주류 스마트 오더 시스템 ‘와인25플러스’로 판매했는데, 공개 6시간 만에 준비한 3000병이 완판됐다. 오모리 김치 호빵은 GS25 내 인기 상품인 ‘오모리 김치’를 호빵소로 활용했다. GS25가 새로 내놓은 호빵 6종 중 독보적인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배달의민족과 함께 만든 ‘캬 맥주’, 견과류 전문업체 길림양행과 협업한 ‘바프허니버터팝콘’으로 맞불을 놨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캬 맥주는 공개 15일 만에 초도 물량 25만개가 조기 소진됐다. ‘바프허니버터팝콘’은 SNS 히트 상품으로 50일 만에 누적 판매량 60만개를 넘어섰다. 스테디셀러 스낵인 새우깡과 판매량 측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귀띔했다.
세븐일레븐은 허니버터 땅콩으로 유명한 ‘바프’와 함께 허니버터 음식 시리즈를 내놨다. (세븐일레븐 제공)
▶이색 먹거리 열풍 한동안 지속
▷집객 효과 누리려면 ‘신선함’ 필수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색 먹거리 열풍’이 한동안 계속되리라고 내다본다. 소비력이 강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색 먹거리’ 선호가 여전한 데다 상품 판매에서 ‘스토리텔링’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GS25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은 상품을 단순히 먹거나 사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거나 뽐내는 콘텐츠로 사용한다. MZ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만큼 이색 식품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확보 기준이 ‘접근성’보다는 ‘차별화 상품’으로 바뀌면서, 이색 식품의 인기가 계속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CU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이 기존에는 접근성이었다면 지금은 차별화된 콘텐츠(상품, 서비스 등)가 핵심이다.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특함에 취해 제품 본연의 맛을 고려하지 않으면 인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독특한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이색 먹거리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2022년에도 한동안은 ‘이색 식품’ 열풍이 계속되리라 본다. 그러나 ‘롱런’하기 위해서는 식품 본래의 맛도 고려해 ‘퀄리티 높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게 필수다.” 더쎄를라잇브루잉 관계자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