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동 입성한 드리미, 럭셔리 가전의 다음 전쟁터는 거실

    입력 : 2026.07.22 10:06:54

  • 드리미 플래그십 스토어 나인원 한남 외부 전경
    드리미 플래그십 스토어 나인원 한남 외부 전경

    국내 대표적인 부촌, 서울 한남동. 그중 나인원한남 앞에 선 드리미 매장은 전자제품 판매점보다 패션 브랜드의 쇼룸에 가까워 보인다. 검은색과 샴페인 골드가 교차하는 외벽 안으로 들어가면 로봇청소기와 공기 관련 가전이 하얀 소파, 낮은 테이블과 함께 거실처럼 배치돼 있다. 스펙을 읽는 곳이라기보다 제품이 집 안에 들어왔을 때의 장면을 미리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팬리스 선풍기 MF10은 드리미가 지금 무엇을 팔려고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두 개의 곡선형 에어포일은 작동할 때마다 원과 초승달, 열린 괄호를 오가며 형태를 바꾼다. 이 제품이 강조하는 것은 몇 단계 더 센 바람이 아니라 안전하고 깨끗하며 보기 좋은 집의 공기다. 로봇청소기로 이름을 알린 드리미가 한남동에서 꺼내 든 다음 카드는 ‘럭셔리 홈테크’였다.

    럭셔리 가전 시장 공략 전초기지 될까
    드리미 플래그십 스토어 나인원 한남 내부 전경
    드리미 플래그십 스토어 나인원 한남 내부 전경

    드리미는 2025년 4월 11일 나인원한남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로봇청소기와 무선청소기뿐 아니라 음식물처리기, 공기청정기, 정수기, 헤어스타일링 제품 등 확장 중인 제품군을 체험할 수 있다. 제품 시연과 구매 상담, 기술 문의, 사후서비스 상담도 한 공간에서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남동이라는 입지는 단순히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를 찾아간 결과만은 아니다. 온라인 가격비교 화면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프리미엄 가전으로 올라서려면 성능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재질과 소음, 크기, 움직임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 특히 로봇청소기나 팬리스 선풍기처럼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높은 가전은 구매 전 체험과 구매 후 서비스가 브랜드 신뢰를 좌우한다.

    전자제품의 오프라인 매장 역시 단순 판매점에서 제품 시연과 전문 상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드리미가 보완해야 할 약점도 여기에 있다. 중국 가전 브랜드는 빠른 기술 개발과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국내 소비자가 장기간 사용할 가전을 고를 때는 수리망과 부품 공급, 상담 품질까지 함께 평가한다. 현재 드리미 공식 제품은 전국 롯데하이마트와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접수할 수 있다. 한남동 매장은 제품을 전시하는 쇼룸인 동시에 “고장이 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다”는 안심을 파는 장소인 셈이다.

    로봇청소기 1조원이 만든 다음 칸
    사진설명

    드리미의 확장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이 급속히 커진 흐름과 맞물린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900억원으로 전년보다 41% 성장했다. 같은 해 100만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은 141% 증가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2023년 약 4300억원이었던 시장이 2026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제품에서 물걸레 세척과 건조, 먼지 비움, 장애물 회피까지 자동화한 150만~200만원대 올인원 제품이 성장을 주도했다.

    드리미는 이 시장에서 확보한 모터·센서·앱 기술과 고객 기반을 선풍기, 공기청정기, 헤어케어, 주방가전으로 옮기고 있다. 회사 발표 기준 드리미는 12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진출했고, 65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과 약 4200만 가구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다. CES 2026에서는 개별 청소가전을 넘어 집과 정원, 야외생활을 연결하는 ‘홀 홈 스마트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제품군이 늘어나는 속도가 곧 프리미엄 브랜드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냉장고와 세탁기, 선풍기, TV, 모빌리티까지 동시에 진출하면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국가별 인증과 물류, 앱 안정성, 사후관리 조직도 함께 커져야 한다. 해외에서도 드리미의 광범위한 사업 확장을 두고 일부 제품은 출시 일정이나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이 부족하며, 너무 빠른 확장이 조직과 품질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남동 플래그십 진출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 드리미는 제품군이 늘어난 뒤에도 서비스 경험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날개가 사라지자 선풍기의 경쟁 기준도 바뀌었다
    MF10
    MF10

    선풍기는 한동안 가격과 풍량, 날개 크기로 비교되는 계절가전이었다. 최근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축은 달라지고 있다. 외부에 회전 날개가 보이지 않는 구조, 앱과 온도 센서, 입체 회전, 공기청정 필터,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형태가 새로운 구매 이유로 등장했다. 해외 선풍기 구매 가이드와 국내 쇼핑 기획전에서도 팬리스 구조와 스마트 제어, 온도 자동 조절, 3차원 회전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프리미엄 선택지로 다뤄지고 있다.

    다만 ‘날개 없는 선풍기’라는 표현은 내부에도 날개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본체 안쪽의 임펠러가 공기를 흡입하고 좁은 배출구로 밀어내지만, 회전 부품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구조에 가깝다. 따라서 어린아이와 반려동물의 손이나 발이 회전 날개에 직접 닿을 위험을 낮추고, 날개망을 분해해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MF10에는 버튼 잠금 기능도 들어가 있지만, 제품이 넘어지거나 전원 코드가 당겨지는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MF10은 세로로 배치된 두 개의 에어포일이 각각 최대 90도까지 움직이고, 본체 회전과 결합해 최대 270도의 입체 기류를 만든다. 풍량은 10단계이며 주변 온도에 따라 풍량을 조절하는 템프싱크 기능, 전용 앱과 마그네틱 리모컨을 제공한다. 최대출력은 55W, 무게는 6.3㎏, 크기는 가로 375㎜·깊이 270㎜·높이 1012㎜다. 제조사는 최대 13m 도달거리와 40㎡ 공간을 약 4분 만에 순환하는 성능을 제시하지만, 이는 회사 시험 조건에 따른 수치로 실제 결과는 방의 구조와 가구 배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MF10 직접 써보니 - 바람보다 먼저 들어온 기하학
    사진설명

    MF10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풍량보다 모양이다. 두 개의 곡선형 에어포일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는 원형 조형물처럼 보이고, 서로 다른 각도로 돌아가면 기하학적 오브제로 바뀐다. 일반 선풍기의 커다란 날개망이 사라지면서 거실 한가운데 두어도 계절가전 특유의 임시적인 느낌이 덜하다. 실버와 베이지 사이의 낮은 채도, 알루미늄 소재의 배출구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만든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외부에 회전 날개가 없다는 점이 가장 직접적인 장점이다. 손가락이 날개망 안으로 들어갈 걱정을 줄일 수 있고, 날개와 망 사이에 먼지가 달라붙는 구조가 아니어서 외관을 닦고 하단 필터를 관리하는 방식도 비교적 간단하다. 안전성이 절대적으로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통적인 선풍기보다 접촉 위험과 청소 부담을 낮춘 것은 분명하다.

    조작 방식도 어렵지 않다. 본체 터치 패널과 리모컨만으로 기본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앱에서는 풍량과 회전 방향, 작동 모드 등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두 개의 에어포일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한 사람에게 강한 바람을 집중하기보다 거실의 여러 지점으로 공기를 나눠 보낸다. 에어컨과 함께 사용할 때는 차가운 공기가 머무는 구역을 줄이고 공간 전체를 천천히 섞어주는 서큘레이터에 가까운 성격을 보였다.

    무게 6.3㎏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만든다. 바닥에 놓았을 때 쉽게 흔들리거나 넘어질 것 같은 불안감은 적지만, 별도 이동 손잡이가 없어 거실과 침실 사이를 자주 옮기기에는 부담스럽다. 풍량이 낮거나 중간 단계일 때는 부드러운 바람과 작동음이 잘 어울렸지만, 최고 단계에서는 바람 소리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해외 평가 역시 엇갈린다. 공간 순환과 자동 온도 조절, 앱·리모컨의 편의성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높은 단계의 소음과 약한 저단 풍량, 직접풍의 세기는 한계로 지적됐다. 결국 MF10은 가장 강한 바람을 가장 멀리 쏘는 제품이라기보다, 집 안에 오래 놓아두고 공기를 넓게 움직이는 제품에 가깝다.

    프리미엄 선풍기 한국에 소구될까
    사진설명

    2026년 7월 국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확인되는 MF10의 최저가는 34만9000원이다. 일반 스탠드형 선풍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고, 일부 팬리스·타워형 경쟁 제품과 비교해도 프리미엄 구간에 놓인다. 이 가격을 풍량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MF10의 가격표에는 외부 날개가 없는 구조, 공간 순환, 앱 제어, 온도 자동 조절, 세척 편의성, 조형적인 디자인이 함께 들어 있다.

    아이 또는 반려동물이 있고, 거실 인테리어를 중시하며, 에어컨의 냉기를 넓게 순환시킬 보조 가전을 찾는 가정에는 설득력이 있다. 한 장소에 두고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묵직한 무게도 안정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방마다 선풍기를 들고 다녀야 하거나, 짧은 시간에 강한 직선 바람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가격과 이동성, 최고 풍량의 소음이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드리미가 한남동에서 MF10을 보여주는 방식은 제품의 성격과 닮아 있다. 기존 가전의 핵심 기능을 완전히 뒤엎기보다 안전, 청결, 연결성, 디자인을 한꺼번에 묶어 더 비싼 생활 경험으로 재구성한다. 이는 로봇청소기에서 확인된 프리미엄 공식을 선풍기와 공기 가전으로 옮기는 전략이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제품의 숫자가 아니다. 빠르게 늘어난 카테고리에서도 앱과 서비스, 품질, 부품 공급이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는지다. 한남동 입성은 드리미가 럭셔리 가전 브랜드를 선언한 장면이다. 그 선언이 시장의 신뢰가 되려면 매장의 조명보다 구매 이후의 시간이 더 오래 빛나야 한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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