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역 매경미디어센터 인근에는 언제나 커피향이 가득하다. 10여개의 커피전문점이 한집 걸러 한집에 포진해 뚜렷한 개성 없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비슷한 포장지에 담아 다른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
충무로만의 얘기는 아니다. 커피공화국이라는 조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요즘은 어디를 가도 고개만 돌리면 커피전문점 간판 한 두 개 정도는 쉽게 시야에 들어온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는 ‘매장 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명제가 정설로 통했다.
그 결과 브랜드별로 크게 차별성이 없는 인테리어와 메뉴들로 가맹점만 우후죽순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반대급부로 독특한 콘셉의 카페들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커피나 차를 마시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숍인숍(Shop In in Shop) 형태의 카페들이 속속 등장하여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커피보다 구두에 눈길이
요즘 분당에서 가장 핫(Hot)하다는 ‘백현동 카페거리’. 100여개의 카페들이 들어서 있는 이곳에 밖에서 보면 구두매장인지 카페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 왼편에는 각종 여성 수제화들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 영락없는 구두 편집숍이지만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화이트 풍 타일에 고풍스러운 테이블이 놓인 깔끔한 카페가 한눈에 들어온다.
숍인숍 형태로 카페 안에 여성수제화 매장이 들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곳은 작년 7월 7일 오픈한 복합슈즈카페 ‘슈가비(Chougabi)’다. 슈가비를 이끄는 이학진 사장은 구두 업체 엘칸토 중국법인장을 지낸 구두 전문가다. 중국에서 ‘예쁜(Yebbn)’이라는 구두 브랜드를 론칭해 성공시킨 바 있는 이 대표는 국내에 들어와 복합카페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보고 3년간의 구상 끝에 슈가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처음 슈가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커피전문점 포화상태였다”라며 “이곳 카페거리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 역시 현재 치열한 경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그러나 카페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기존의 콘셉과 다른 융합형 매장을 오픈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자체 디자이너를 통해 제작되는 슈가비 수제화의 가격은 16만8000원부터 68만원까지 다양하다. 진열돼 있는 제품 외에 그 자리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 일주일 후에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슈가비 전체매출에서 구두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2정도. 구두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원하는 커피를 한잔 무료로 제공하는 깨알 같은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독특한 콘셉을 가진 복합카페들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인적으로도 구두 외에 가방을 판매하는 형태로 ‘백가비’(가제)를 만들어 론칭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카페·레스토랑·명품매장이 한자리에
신사동 가로수길로 장소를 옮기면 ‘엘본(ELBON)’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이 눈에 띈다. 노블(Noble)의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어 만든 상호답게 건물외관은 명품숍을 연상시킨다. 1층에는 여러 명품브랜드가 입점한 편집매장 엘본더스타일이 위치해 있고, 건물의 2층에는 최현석 셰프가 이끄는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 3층은 독립적인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엘본더가든으로 구성돼 있다. 카페는 물론 레스토랑과 패션 편집숍이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인근에는 유사하게 LG패션이 지난해 9월 오픈한 ‘어라운드더코너’가 있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어라운드더코너’는 카페 ‘리브레’와 베이커리인 ‘퍼블리크’ 맥주브랜드 ‘맥파이’ 등이 들어섰고 100여개 패션브랜드가 들어선 편집숍이다. 1층은 주로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와 카페, 베이커리 등이 위치해 있고 2층은 해외 직수입 패션 브랜드 제품들이 구성돼 있다.
엘본 관계자는 “복합매장의 특징은 지인과의 편안하게 만나는 중간 중간 쇼핑을 통해 함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실제로 식사를 마치고 혹은 차를 마시는 와중 함께 매장을 들려 쇼핑을 즐기는 고객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이러한 복합카페가 인기를 끌자 대형패션 업체들도 동참했다. 제일모직의 ‘빈폴’ ‘에잇세컨즈’역시 카페가 결합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빈폴 명동직영점 4층엔 커피숍 ‘Cafe Pole 243’이 들어섰고, ‘에잇세컨즈’는 신사동 매장에 가든 카페 ‘더 화원‘을 오픈해 커피와 꽃, 가드닝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더 유명한 ‘액세서리 카페’
최근 30~40대 놀이문화의 성지로 거듭난 이태원에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더 유명한 복합카페가 있다.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소품과 핸드백, 옷 등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한편 내부에 미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가미(GHAMEE)가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유니크한 아이템을 주로 취급하는 가미에는 1만원부터 200만원대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존재한다. 몇몇 일본 언론매체에 ‘예쁜 액세서리 파는 집’으로 소개되기도 한 가미는 다양한 커피를 5000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대로 즐길 수 있다.
여성들을 위한 제품이 다수지만 한 켠에는 남성들을 위한 코너도 마련돼 있다. 남성용 의류와 가방, 넥타이, 손수건 등 여러 종류의 아이템이 판매되고 있다. 가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제품들이 많아 일본, 중국 외에 유럽 관광객들이 입소문을 듣고 많이 찾고 있다”며 “주로 연인들끼리 데이트 코스로 찾는 국내 고객들도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