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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H]2013 SIHH 트렌드 차이나·여성·클래식
입력 : 2013.03.07 15: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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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초청 VVIP 중 아시아인 비중은 40%나 됐다. 1월 21일 5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명품 시계들의 경연장 ‘제23회 SIHH’에서는 아시아, 특히 ‘차이나 파워’가 여전히 건재했다. 이일환 리치몬트코리아 예거 르쿨트르 지사장은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은 고급 시계 시장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소비자들이 떠받치고 있다”며 “그만큼 중국이 명품 시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SIHH는 매년 초 시계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고급 시계 브랜드들의 각축장이다.
각 시계 업체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제품을 발표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올 한 해를 이끌어 갈 고급 시계 업계의 트렌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올 SIHH에는 리치몬트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까르띠에와 예거 르쿨트르, 아 랑게 운트 죄네, 보메 메르시에, IWC 등을 주축으로 오데마피게, 파르미지아니 등 총 16개 고급 시계 브랜드가 참여했다.
시계 브랜드 사이에는 얇게 만드는 슬림화 경쟁이 벌어졌다. 예거 르쿨트르는 현존하는 무브먼트 가운데 가장 얇은 1.85㎜ 두께의 ‘마스터 울트라 신 주빌리’를 선보였다. 피아제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데이트’(케이스 두께 6.36㎜), ‘오토매틱 젬 셋팅 스켈레톤’(케이스 두께 6.10㎜)을 공개했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소재를 따온 제품도 선보였다. 반클리프 아펠은 연꽃을 모티브로 한 한정판 참(Charms) 컬렉션을 내놓았다. 다이얼 중심에 샹르베 에나멜 기법을 사용해 핑크색 연꽃을 그린 후 베젤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샹르베 에나멜 기법은 윤곽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파낸 뒤 에나멜을 채워 넣고 화덕에서 녹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마치 예술 작품처럼 다채로운 색감을 나타내는 게 특징이다.
차이나가 전 세계 럭셔리 시장의 중심부로 떠오른 것은 중국인들의 엄청난 구매 잠재력 때문이다. 중국 명품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중국 새 지도부가 부정부패와 뇌물 척결을 강조하면서 명품 수요가 둔화됐으나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수요가 크게 살아날 것”이라며 향후 중국 럭셔리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리치몬트그룹 매출 40% 이상이 중화권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SIHH가 오는 9월 25~28일 홍콩에서 아시아판 고급 시계 전시회 ‘워치 앤드 원더스’를 여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SIHH때 공개하지 않은 야심작을 워치 앤드 원더스에 대거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도 이번 SIHH에서는 여성용 시계만 공개하고, 남성용 신제품은 홍콩 전시회에서 내놓겠다고 밝혔다.
고급 시계 女心 잡기 올해는 변방에 머물렀던 여성용 시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급 시계가 여심(女心)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려한 보석과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기능으로 무장한 여성 시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선보였다. 시계 전문잡지인 <몽트르>의 프랑수아-장 댄 편집장은 “올해 SIHH는 급부상하는 여성 고급 시계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화려한 장식에 공을 들인 제품들이 많았다. 까르띠에는 기원 전 3000년 전 나타난 누금 세공기술(금가루나 가는 금실(金絲)로 금속에 정교한 장식을 표현하는 기법)을 적용한 새 모델 ‘로통드 드 까르띠에 팬더’를 공개했다.
금줄을 잘라 불에 달궈 작은 낱알 형태로 만든 뒤 금으로 만든 판 위에 하나씩 붙여 입체감을 만들어 낸 제품이다. 18K 옐로 골드 케이스에 총 3.63캐럿 다이아몬드 306개가 세팅돼 있다.
전 세계 20개만 한정 생산했다. 까르띠에는 또 ‘레 젱동타블 드 까르띠에(Les Indomptables de Cartier) 스네이크 워치’를 선보였다. 18K 로듐 도금된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동일한 금 함량의 로듐 도금 화이트 골드 브로치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세팅이 돼 있어 화려함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옐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뱀의 눈, 석류석이 세팅된 나비도 멋스럽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젊은 여성을 겨냥해 만든 예술시계 ‘메티에 다르 플로레리지’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미술가 로버트 존 손턴의 1799년작 ‘꽃의 신전’에 등장한 꽃들을 에나멜링과 다이아몬드세팅 등의 공법을 통해 재해석해 낸 것이 특징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발레리나의 치맛자락이 움직이면서 시간과 분을 표시하는 시계를 선보였다. 발레리나의 허리와 얼굴 부분에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기술력을 강조했다.
클래식의 재해석 클래식 모델의 귀환은 올해 SIHH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보메 메르시에는 1950년대 황금기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심플한 ‘클리프턴’ 컬렉션을 내놓았다.
도시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남성 워치 컬렉션으로도 유명한 클리프턴은 1950년대의 뮤지엄 피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두 달 전 중국 시장에서 먼저 공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명품을 뜻하는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를 지향해 가격대는 300만원대부터 시작된다.
클래식과 모던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는 클리프턴의 모델 ‘클리프턴 1830(Ref 10060)’은 지름 42㎜의 케이스에 레드 골드를 한 번 녹인 후 주형에 흘려 넣어 굳히는 잉곳(Ingot) 주법으로 제작됐다. 몽블랑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들을 갖춘 시계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낮과 밤 표시 기능을 갖춘 세컨드 타임 존을 보여주는 ‘니콜라스 뤼섹 라이징 아워’를 새롭게 선보여 주목받았다.
또한 한눈에 전 세계 24개 지역의 타임 존의 시간과 함께 낮과 밤을 보여주는 ‘타임워커 월드타임 헤미스피어’를 비롯해 세컨드 타임 존 표시 기능을 갖춘 ‘타임워커 보이저 UTC’와 ‘타임워커 트윈플라이 크로노그래프’ 등이 나왔다.
[유주연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0호(2013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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