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족보]⑧ 최고의 패브릭 컬렉션 ‘콜롬보 노블 파이버’

    입력 : 2012.08.06 09:33:06

  • “이 옷은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옷이 아니야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귀에 익숙한 드라마 대사에 딱 어울리는 옷이 있다. 아니, 소재가 더 눈에 띈다. 그야말로 한땀 한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컬렉션이 완성된다. 옷 좀 입는다는 이들은 이 캐시미어와 고급 섬유를 ‘콜롬보 노블 파이버(COLOMBO Noble Fibres·이하 콜롬보)’라고 또박또박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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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피치오 루이지 콜롬보(Lanificio Luigi Colombo)는 50년 전 설립자의 이름을 따 명명된 또 하나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다. 아티스트이자 탐험가였던 루이지 콜롬보가 주목했던 건 진귀한 섬유. 그는 오로지 섬유를 연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이후 몇몇 소수가 장악하고 있던 섬유시장의 틈새로 뛰어들었고 1970년대 그의 두 아들이 회사에 합류하며 형 로베르토가 마케팅을, 동생 지안카를로가 상품관리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2세 경영이 정착되며 로베르토 콜롬보는 캐시미어에서 시작된 콜롬보의 명성을 고급섬유 분야로 넓혀 나간다.

    울과 고급섬유를 3:7 비율로 유지하며 오직 캐시미어, 비큐나, 밍크, 친칠라 등 최고급 섬유만 생산하던 콜롬보는 1995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의류 브랜드 사업을 진행해 다양한 고급 소재를 대표하고 있다.

    콜롬보는 섬유의 선택부터 상품 제작까지 모든 생산 공정을 이탈리아 보르고세시아(Borgosesia)와 겜메(Ghemme) 지역에서 진행한다. 총 94단계의 생산공정과 18회의 중간점검은 콜롬보 패밀리가 관리한다.

    R&D와 기술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에 현재 콜롬보의 섬유는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휴고 보스’ ‘에르메스’ 등 대표적인 명품브랜드에서 사용하고 있다.

    문화 존중과 보호가 첫 번째 철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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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급 양질의 제품은 콜롬보의 변치 않는 미션 중 하나. 그 과정 또한 그린 럭셔리를 추구한다. 현지 야생동물과 그곳의 문화를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철칙이 소재 개발보다 앞서 있는 것. 동물을 살생하거나 학대하지 않는 것을 물론 털을 깎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고급 섬유를 창조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면서도 간단하다. 기술을 통한 실험적인 공정의 결과는 콜롬보를 통해 예술로 진화했다. 캐나다, 중국, 남미, 호주 등 원산지에서 소재를 구입하는 원칙과 체계적인 공정은 선택된 소재를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원동력이다. 1980년대 말 프레타포르테(니트웨어, 액세서리)라인을 위한 완제품(Finished Product) 부서를 만들었다. 콜롬보의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은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백화점과 플래그쉽 스토어에 입점돼 있고 한국에선 신라호텔 아케이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캐시미어(Cashmere) 이 귀중한 섬유는 히말라야 오지의 숫염소 털에서 얻은 것이다. 이 종은 7500여년 동안 중국 신장 지역과 티베트, 몽골에서 발견되고 있다. 몽골제국 시대부터 사용된 숫염소 털(fleece)의 컬러는 화이트나 베이지, 다크브라운까지 다양하다. 콜롬보는 내몽골에서 길러진 염소의 최고급 솜털을 사용해 캐시미어 롱코트를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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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지르 소재와 만난 콜롬보의 여성 컬렉션 피트된 느낌이 탁월한 콜롬보의 코트는 훌륭한 컷팅과 바디라인을 강조한다. 카라와 소매의 털은 얀지르 소재로 장식돼 있다. 내추럴한 금빛 색상의 솜털은 한정적으로 수집되며 부드러움과 윤기가 돋보인다. 덕분에 얀지르 소재는 명품의 뉴 프론티어로 인정받고 있다.

    2012년 S/S 여성 콜렉션 Laurel-The Fleece Blazer

    캐시미어, 실크 소재로 제작된 블루, 옐로우, 그린, 레드, 핑크 팔레트 컬러의 언컨스트럭티드 플리스 블레이저는 옷을 한층 가벼워 보이게 하는 입체적인 효과를 위해 프로스트 다잉(Frost Dyeing·염색 기법) 기법을 적용했다. 플리스 블레이저는 콜롬보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여성적인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타이트한 실루엣을 선사한다. 블레이저의 컬러와 통일성을 갖는 버튼은 에나멜을 입혀 럭셔리하고 카라 뒷면은 스웨이드 소재로 제작됐다.

    비큐나(Vicuna) 비큐나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의 산맥에서 야생하는 동물로 라마, 알파카, 과나코 등 낙타과에 속한다. 페루어로 태양의 신을 뜻하는 인티(Inti)의 선물로 간주돼 왔다. 그곳에선 오직 왕실에서만 이 귀중한 섬유로 제작한 옷을 입는 게 허락됐다. 비큐나는 실을 낼 수 있는 최고급 섬유를 생산한다. 다 큰 동물은 매년 평균 250g의 울을 생산할 수 있다. CITES(the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협약을 존중하며 이 독특하고 값비싼 섬유를 사용하던 콜롬보는 1992년부터 아르헨티나 농장에서 비큐나, 과나코 등을 키워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과나코(Guanaco) 페루 고원지대부터 아르헨티나 팜파스, 마젤란 해엽까지 주로 남미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과나코는 건조한 기후와 고온, 강추위에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다. 우아한 움직임과 사나운 습성을 갖고 있는 과나코는 라틴아메리카 이전 문명의 상징적인 동물이었다. 과나코의 솜털은 최근 최고급 텍스타일 제작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콜롬보는 파타고니아에서 과나코 번식을 위한 실험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밍크(Mink)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인 밍크는 북아메리카 지방의 하천과 호수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콜롬보는 럭셔리하고 윤기가 흐르는 아이템과 질 좋은 실과 섬유를 개발하기 위해 처음으로 밍크의 털을 모아 사용했다. 친칠라(Chinchilla) 야행성 설치류로 남아메리카 지역 중에서도 주로 칠레, 볼리비아, 페루에 서식한다. 잉카제국의 확장 시기에 친차(페루지역)지역을 정복한 한 부족이 친칠라로 식량과 추위를 해결했다. 후에 친차 지역을 지배하게 된 잉카제국은 오로지 잉카제국 귀족들에게만 친칠라를 허락했다. 콜롬보는 친칠라의 털을 자연색과 그레이톤의 상품으로 활용했다. 어민(Ermine)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동물로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북반구지역 전반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어민은 충성과 순결함의 상징이다. 어민의 털은 왕복의 장식에 자주 사용돼 왔다. 낙타(Camel) 낙타는 한 개의 혹(단봉)을 가진 낙타와 두 개의 혹(쌍봉)을 가진 낙타로 나뉜다. 단봉낙타는 아프리카와 아랍 전역에 분포하고 쌍봉낙타는 몽골과 중국 북쪽 추운 지방에 분포한다. 최상의 낙타털은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레드브라운이고 흰색 혹은 알비노 색의 털은 굉장히 드물다. 얀지르(Yangir) 얀지르는 시베리안아이벡스 종으로 히말라야 고도 6700m 높이까지 서식한다. 몽골 알타이 산맥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 분포돼 있다. 콜롬보는 얀지르 털을 사용해 윤기 나는 재킷과 코트를 제작했다. 로베르토 콜롬보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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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롬보의 CEO인 로베르토 콜롬보는 1978년 이태리 파비아 지역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아버지의 사업에 자신의 전문분야를 결합해 사업 확장을 꾀했다. 로베르토는 19세의 어린 나이에 고급섬유 개발 전략과 투자에 관한 굵직한 장기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콜롬보를 더 큰 산업으로 확장시키는 게 그의 목표였다. 현재 로베르토는 동생 지안카를로와 함께 ‘라니피치오 루이지 콜롬보(Lanificio Luigi Colombo SPA)’의 대표로 있다. 미술작품 감상과 함께 역사와 전통에 조예가 깊은 로베르토는 지역사회의 문화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콜롬보는 ‘European 500’에 등록돼 있는 15개의 이탈리아 브랜드 중에 유일한 텍스타일 제조업체다. 1997년 로베르토는 ‘중소기업 최고 유러피언 사업가(Premio Miglior Imprenditore Europeo Media Imprese : Entrepreneur Award for Best European Media Enterprises 선정)’로 선정됐고, 1999년 R&D분야에서 ‘올해의 사업가(Imprenditore Dell’Anno)’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재형 기자 자료 COLOMBO Noble Fibres]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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