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족보]⑦ 제임스 본드가 사랑한 슈트 스타일, 브리오니

    입력 : 2012.07.06 15: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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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브랜드 ‘브리오니(Brioni)’는 최고를 의미한다. A부터 Z까지 오로지 단 한사람의 옷맵시를 위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그 짜릿함은 상위 1%의 소비성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에서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양복은 브리오니”라고 고백했고, 국내에선 LG CJ 현대 등 재벌가 패밀리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좀 더 파고들면 미국의 명품 브랜드 전문조사기관인 럭셔리 인스티튜트(Luxury Institue)사의 발표도 눈에 띈다. 지난해 럭셔리 브랜드 순위 지수(LBSI·Luxury Brand Status Index)에서 남성 의류 부문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는 ‘브리오니’였다. 미국 남녀 부유층(평균 연소득 27만1000달러, 평균 순자산 2400만달러)의 패션 브랜드에 대한 구매방식과 호감도 등을 분석한 자료다. 2위와 3위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차지했다. 이쯤 되면 ‘성공한 리더의 완성’이란 수식어가 제 주인을 제대로 만났다.

    할리우드 고전영화를 장식한 클라크 게이블, 헨리 폰다, 존 웨인, 게리 쿠퍼 등의 스타가 브리오니의 단골고객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 최근엔 피어스 브로스넌, 다니엘 크레이그 등 ‘007시리즈’의 히어로들이 극중 제임스 본드의 의상으로 애용하며 여심을 사로잡기도 했다.

    지중해의 아이콘이 슈트의 대명사로 브리오니는 1945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아홉 살 때부터 옷을 만든 재단사 나차레노 폰티콜리(Nazareno Ponticoli)와 사업가이자 패션디자이너 게타노 사비니(Gaetano Savini)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로마 한복판에 맞춤 양복점을 내며 역사가 시작됐다. 브랜드명인 브리오니는 크로아티아령 ‘브리오니 군도’에서 따왔다. 1900년대 상반기 지중해의 초호화 여행지였던 이곳은 2000여 년 전에는 로마인들이 선호했을 만큼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이었다.

    숍을 준비하며 브랜드에 고심하던 폰티콜리와 사비니는 마침 브리오니 군도의 1937년판 포스터에서 영감을 얻곤 무릎을 쳤다.

    ‘럭셔리를 위해 재단된 섬.’ 최상의 슈트와 어울리는 브랜드로 이보다 일치하는 이미지가 또 있을까. 로마의 비아 발베리니에 뿌리를 내린 브리오니는 이후 새로운 스타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우선 1940~50년대에 공식처럼 자리 잡았던 영국식 복식에서 벗어나 옷을 가볍고 편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기존 남성 슈트에선 볼 수 없었던 실크소재도 자유롭게 사용했다. 유니크한 스타일과 디테일-스페셜 포켓, 팬시한 원단, 새로운 다트, 패턴 있는 실크 안감, 맞춤 단추 등을 갖춘 브리오니의 새로운 시도는 그동안 단색에 익숙하던 미국의 상류층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그런가하면 1952년 남성복 브랜드 최초로 플로렌스 팔라초 피티(Florence Palazzo Pitti)에서 진행한 패션쇼는 브리오니를 남성복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했다. 패션쇼 이후 1950년대 말까지 20개 이상의 부티크에 슈트를 공급하게 된다. 브리오니는 현재까지 300회가 넘는 패션쇼를 진행했다.

    빠른 직관, 선도하는 트렌드
    브리오니 장인
    브리오니 장인
    핸드테일러링 공정
    핸드테일러링 공정
    195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전 세계의 산업화 물결은 패션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손으로 한땀 한땀 정성들인 슈트는 빠른 속도로 찍어내는 기계의 등장에 조금씩 밀려났다. 브리오니는 1960년대가 오트 쿠튀르가 아닌 프레타포르테 시대임을 감지했다. 수작업 대신 기계로 대량생산된 옷은 속도는 빨랐지만 질이 낮았다. 패션계가 산업화에 발맞춰 시스템을 변화시킬 때 브리오니는 수작업에 기반을 둔 프레타포르테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공정을 여러 분야로 나눠 고급스러운 수작업은 유지하면서 작업시간을 짧게 조정했다. 브리오니는 철저히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클래식 이탈리아 로만 슈트의 생산라인을 펜네(Penne) 지방에 대대적으로 설립해 브랜드의 버팀목을 마련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려는 노력 덕분에 브리오니의 맞춤복과 기성복은 모두 100%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60여 번의 다림질과 22시간이 넘는 핸드 스티칭, 220여 번의 수작업은 브리오니 만의 슈트 공식이다. 퀄리티 유지를 위해 하루 생산량도 약 300벌로 제한하고 있다. 그 중 약 25%는 단 한명의 고객을 위한 맞춤복(MTM·Made To Measure Promotion)이다.

    현재 브리오니는 전 세계 75개의 매장과 400여개의 셀렉트숍을 운영하며 지난해 일본의 긴자,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 신규 매장을 오픈 하는 등 아시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는 2001년 진출한 이후 2009년 8월 패션전문기업 신원이 국내 독점 판매권을 인수하며 새롭게 도약했다. 갤러리아 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본점,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현재 신라 호텔 등 4곳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Handmade in Italy, 브리오니 테일러링 스쿨
    브리오니 테일러링 스쿨
    브리오니 테일러링 스쿨
    1986년 브리오니는 후학 양성과 이탈리아 로만 슈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전문 테일러링 스쿨인 ‘스쿠올라 수페리오레 디 사토리아 나차레노 폰티콜리’를 설립했다. 이 학교는 4년에 한 번씩 재능을 가진 18명의 젊은 인재를 선발해 마스터 테일러와 테크니컬 전문가들의 정규 교육을 진행한다. 실제 생산라인에서 1년간 인턴쉽 등 각각의 작업 공정을 거치며 직접 체험에 나선다. 5년의 정규 과정을 수료했다고 해서 모두 마스터 테일러가 되는 건 아니다. 수석 졸업생만이 마스터 테일러의 자격을 얻게 되는데, 그마저도 브리오니의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장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브리오니는 데일러링 스쿨은 설립 이래 단 3명에게만 마스터 테일러의 자격을 허락했다.

    한국인 최초 ‘2012 브리오니 & RCA 어워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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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브리오니와 영국 왕립예술대학(RCA·Royal College of Art)이 공동 주관한 ‘브리오니&RCA 어워드(Brioni & RCA Award)’에서 한국인 최초로 독창성 부문(Creativity Award) 수상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영국 왕립예술대학 맨즈웨어 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한철 씨. 매년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도전 과제로 제시해 우수 디자인 작품을 선정하는 브리오니&RCA 어워드는 올해 블레이저를 제시했다. 이한철 씨는 “항상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해야 하는 디자이너로서 독창성에 대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특히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테일러링 기술을 가진 브리오니 테일러에게 지도를 받았던 것은 남성복을 디자인하면서 무척이나 값진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리오니의 새로운 마스터피스, 선글라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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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오니가 올 5월 첫 선글라스 컬렉션을 론칭했다. 최근 남성복 강화 전략의 하나로 여성라인 종료를 선언한 브리오니는 그동안 젊은 남성들을 위한 슬림한 실루엣의 ‘세꼴로(Secolo) 슈트’와 컬러풀한 캐주얼 아이템인 ‘데님 컬렉션(Denim Collection)’ 등을 선보였다. 이번 선글라스 컬렉션은 남성복에 이어 캐주얼과 액세서리 라인을 강화하겠다는 브리오니의 브랜드 방향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선글라스 컬렉션의 콘셉트는 ‘이노베이션(Innovation)’. 이탈리아 장인들이 메탈과 동물의 뿔(Horn) 등의 소재를 세공했다. 가로 16㎝, 세로 6㎝의 동물의 뿔(Horn)에서 오직 두 개의 선글라스 다리를 만들었고 레이저 커팅 방식으로 원재료의 50%만 사용했다. 다리 부분이 양쪽으로 완전히 벌어질 수 있도록 고안된 ‘플렉스(Flex) 기능’은 파손의 위험을 방지해준다.

    프레임의 형태는 스퀘어와 애비에이터 스타일 등 15가지 버전 중 선택할 수 있다.

    선명한 시야, 산란 감소, 눈부심 방지 기능까지 제공하는 특수 렌즈는 166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 정밀광학기기 제조사 칼자이스(Carl Zeiss)의 제품이다.

    [안재형 기자 자료 Brioni]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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