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형 기자의 Watch Report] ③ 전 세계 시계의 향연, 바젤월드를 가다
입력 : 2012.03.26 16:48:35
-
“시계를 제작하는 산업은 매우 특별한 영역”이란 자크 뒤센 바젤월드 전시위원회 위원장의 말처럼 올 한 해의 시계 비즈니스가 결정되는 8일 동안 바젤은 유럽 경제위기와 동떨어진 특별한 세계다. 6개의 대형 컨벤션홀을 메운 세계 각국 브랜드가 번쩍일수록 시계 산업은 불황에서 비켜서 있는 신세계처럼 스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을 향한 구애, 클래식의 부활바젤월드와 함께 축제가 한창인 바젤 시내.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의 시계 매장. 바젤월드 1.0홀 입구.
스위스가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물량은 16억3630만 스위스프랑(약 2조원). 2010년보다 48.7%나 급신장했다.
다이얼의 직경도 3~7mm가량 줄여 아시아, 특히 중국인의 체형에 맞게 디자인된 신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블랑팡의 경우 아라비아 숫자와 로마 숫자가 표기된 다이얼에 한자를 표기하고 12시 방향에 올해의 띠를 넣기도 했다. 용띠 해에는 용이 나오고 소띠 해에는 소가 나오는 식이다.
이전에 발표한 모델을 재해석한 클래식 모델의 귀환도 주목받은 시선 중 하나. 쇼파드는 창업자인 루이 율리스 쇼파드가 만든 회중시계 모델에 길고 가느다란 금색 시계바늘로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업계 관계자들은 “각 브랜드의 클래식 모델 또한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 부호들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귀띔했다.
전통의 명가 롤렉스와 오메가의 신제품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면 위블로의 장 클로드 비버 회장이 직접 공개한 시계는 3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6개를 포함, 총 12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됐다. 500만 달러(약 56억원)로 책정된 이 시계는 공개된 지 이틀 만에 팔려나갔다.
시계의 향연이 끝날 무렵 찾은 취리히의 명품거리 반호프슈트라세에는 무리지어 관광에 나선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연이었는지 공교롭게도 양손에 관광책자와 카메라 대신 명품 쇼핑백을 들고 있는 이들은 전부 중국 사람들뿐이었다. “스위스 시계 산업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것은 아시아(중국) 시장의 수요 덕분”이라던 스위스 시계 산업 연합회 다니엘 파슈 회장의 말이 고스란히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2013년 4월25일부터 5월2일까지 제41회 바젤월드를 예고한 주최 측은 내년 박람회는 신축 전시관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시계산업의 호황을 반영하듯 총공사비 5억 달러(약 6300억원)를 들여 재편될 예정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