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형 기자의 Watch Report] ③ 전 세계 시계의 향연, 바젤월드를 가다

    입력 : 2012.03.26 16:48:35

  • 사진설명
    오후 1시40분에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현지시간 밤 8시5분 취리히 공항에 바퀴를 내렸다. ‘스위스 바젤 시계보석박람회(이하 바젤월드)’는 취리히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평일 저녁인데도 공항이 북적이는 이유는 열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바젤로 이동하는 이들 때문이다. 3월8일부터 15일까지 8일 동안 열린 제40회 바젤월드는 전 세계 45개국에서 1815개 업체가 참가했다. 바이어를 포함한 관람객이 10만여 명, 취재를 위해 모여든 매체만 3000여 사에 이르는 초대형 이벤트다. 그 덕분에 겨우내 조용하던 바젤은 이 시기만 되면 여름철 해수욕장처럼 가는 곳마다 대목이다. 서울의 25분의1 면적에 먹고 자는 이들이 몰리다 보니 숙박은 이미 만원. 인근 취리히에도 여장을 풀지 못한 이들은 일찌감치 바젤과 인접한 프랑스, 독일의 남부지역 호텔을 예약해 이동한다. 거리에서 파는 핫도그와 사이다 한 병이 우리 돈으로 약 1만4000원. 그래도 곳곳의 노천카페와 ‘메스바젤(Messe Basel)’이라 불리는 바젤전시센터 내 카페테리아는 정장 차림의 바이어들로 그득하다. 서로 업계의 정보와 트렌드, 네트워크를 주고받는 비즈니스 현장에선 전자계산기로 환율을 확인해 사인하는 풍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시계를 제작하는 산업은 매우 특별한 영역”이란 자크 뒤센 바젤월드 전시위원회 위원장의 말처럼 올 한 해의 시계 비즈니스가 결정되는 8일 동안 바젤은 유럽 경제위기와 동떨어진 특별한 세계다. 6개의 대형 컨벤션홀을 메운 세계 각국 브랜드가 번쩍일수록 시계 산업은 불황에서 비켜서 있는 신세계처럼 스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을 향한 구애, 클래식의 부활
    바젤월드와 함께 축제가 한창인 바젤 시내.
    바젤월드와 함께 축제가 한창인 바젤 시내.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의 시계 매장.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의 시계 매장.
    바젤월드 1.0홀 입구.
    바젤월드 1.0홀 입구.
    올 바젤월드의 트렌드는 지난 1월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Palexpo)에서 열린 고급시계박람회(SIHH)와 크게 다르지 않다. 리치몬트그룹의 13개 시계 브랜드와 파르미지아니, 리차드밀, 오데마피게, 진리차드, 제라드 페리고 등 5개 브랜드가 참여한 SIHH가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과 클래식의 부활을 예고했다면 바젤월드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보탰다. 특히 각 부스마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골드 케이스와 보석으로 장식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가 종종 눈에 띈다. 각 브랜드 매니저들도 “중국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만큼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공략 시장은 이미, 아니 여전히 중국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스위스 메이드 시계를 수입한 최다국(홍콩, 미국, 중국, 프랑스, 싱가포르 순) 중 3곳은 아시아 국가였고 그 중심은 중국이었다.

    스위스가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물량은 16억3630만 스위스프랑(약 2조원). 2010년보다 48.7%나 급신장했다.

    다이얼의 직경도 3~7mm가량 줄여 아시아, 특히 중국인의 체형에 맞게 디자인된 신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블랑팡의 경우 아라비아 숫자와 로마 숫자가 표기된 다이얼에 한자를 표기하고 12시 방향에 올해의 띠를 넣기도 했다. 용띠 해에는 용이 나오고 소띠 해에는 소가 나오는 식이다.

    이전에 발표한 모델을 재해석한 클래식 모델의 귀환도 주목받은 시선 중 하나. 쇼파드는 창업자인 루이 율리스 쇼파드가 만든 회중시계 모델에 길고 가느다란 금색 시계바늘로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업계 관계자들은 “각 브랜드의 클래식 모델 또한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 부호들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귀띔했다.

    전통의 명가 롤렉스와 오메가의 신제품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면 위블로의 장 클로드 비버 회장이 직접 공개한 시계는 3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6개를 포함, 총 12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됐다. 500만 달러(약 56억원)로 책정된 이 시계는 공개된 지 이틀 만에 팔려나갔다.

    시계의 향연이 끝날 무렵 찾은 취리히의 명품거리 반호프슈트라세에는 무리지어 관광에 나선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연이었는지 공교롭게도 양손에 관광책자와 카메라 대신 명품 쇼핑백을 들고 있는 이들은 전부 중국 사람들뿐이었다. “스위스 시계 산업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것은 아시아(중국) 시장의 수요 덕분”이라던 스위스 시계 산업 연합회 다니엘 파슈 회장의 말이 고스란히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2013년 4월25일부터 5월2일까지 제41회 바젤월드를 예고한 주최 측은 내년 박람회는 신축 전시관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시계산업의 호황을 반영하듯 총공사비 5억 달러(약 6300억원)를 들여 재편될 예정이다.

    사진설명
    [스위스 바젤 = 안재형 기자 ssal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