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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ory] 더 젊게 더 감각있게…No Tie
입력 : 2012.03.26 16: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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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노타이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공식적인 비즈니스 미팅이나 출퇴근길에도 노타이족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올봄, 화사한 노타이 패션으로 멋진 비즈니스맨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노타이, 멋지게 소화하려면 전위예술가인 고 백남준은 1962년 독일에서 ‘넥타이 자르기’ 퍼포먼스를 펼쳐 세상의 모든 남성들에게 충격을 줬다. 넥타이 자르기 퍼포먼스는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조문객들에 의해 재연되기도 했다. 슈트와 영원한 파트너로 비즈니스 에티켓의 대명사였던 넥타이. 넥타이가 슬슬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타이 문화는 2000년 초 벤처기업의 급성장과 함께 유럽에서 시작돼 미국과 우리나라에도 트렌드가 됐다. 여기에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고유가도 노타이 유행에 한몫 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외국 인사 미팅과 공식 행사 등에서 노타이 스타일을 종종 연출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노타이 차림으로 출근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등 패션을 통해 기업경영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노타이 붐은 남성의 우월적 권위 대신 자유롭고 평등한 사고방식이 반영된 최근의 메트로 섹슈얼 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실 넥타이는 오랫동안 신사다움의 상징이자 남성 정장패션의 대표 아이템이었다. 회사에 출근을 하든,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든 넥타이를 매지 않은 남성은 무례하다거나 예의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넥타이 차림으로 일하는 남성이 미국 내 직장에선 불과 6%에 불과하다고 한다.
영국 등 유럽에서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여름에만 일시적으로 시행되던 노타이 차림이 최근에는 보수적인 증권가에도 대세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역시 노타이 정장 차림이 대세가 되는 시기는 곧 다가올 것 같다. 솔직히 아무리 트렌드라 하더라도 넥타이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넥타이 하나에 수십만원씩 쓰는 남성도 적지 않다. 넥타이가 사라지면 양복 차림이 지나치게 단순해 보일 염려가 있지만 이를 멋지게 커버할 수 있는 아이템은 얼마든지 있으니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노타이를 멋지게 소화하려면 몇 가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셔츠의 선택이다. 노타이 패션에서 V존(정장 재킷을 입었을 경우 셔츠와 넥타이가 보이는 가슴 부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셔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타이 패션에서 무늬 없는 흰색 와이셔츠는 피해야 할 조합 1순위다. 사무실에 도착해 재킷을 벗기까진 넥타이 없는 V존이 단조로워져 전체적으로 밋밋해 보이기 때문이다. 넥타이를 매는 보통 정장에선 재킷보다 셔츠의 색이 연한 것이 기본이다. 넥타이가 포인트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타이 정장에 그냥 보통 와이셔츠를 입으면 심심해 보인다. 스티치, 자수, 프린트가 들어간 셔츠는 캐주얼하면서도 패셔너블한 느낌을 줘 타이 없이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멋스럽다. 꽃무늬, 나비 무늬 등의 자수가 새겨지거나 체크무늬 혹은 섬세한 스트라이프가 보일 듯 말 듯 은은하게 새겨진 셔츠도 노타이 덕에 과감하게 소화할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은 일반 셔츠보다 목 밴드 부분과 칼라 폭이 0.5~1㎝ 넓은 것 그리고 버튼다운 칼라(단추가 칼라 밑에 숨겨진 것)나 듀엣 버튼(단추가 나란히 두 개 달려 있는 방식), 클레릭(옷깃과 소매 끝만 흰색인) 셔츠 등을 활용하면 스마트하면서도 패셔너블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백화점의 남성 와이셔츠 매장에서도 화려한 디자인의 셔츠들이 쏟아지면서 단색 셔츠들을 밀어내고 있다.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자수 장식의 꽃무늬 셔츠, 목깃이나 소맷부리에 크리스털 장식을 넣어 반짝이게 한 셔츠, 나비·사과 등 유머러스한 문양의 일명 ‘퍼니 셔츠’들을 대거 선보이며 컬러나 디자인이 예년보다 화려해진 추세다. 무늬가 없으면 눈에 띄는 색의 단추로 포인트를 준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노타이 트렌드는 드레스셔츠나 재킷의 사이즈를 줄이고 있다. 일반적인 남성의 경우 자신의 신체 사이즈보다 1인치 정도 큰 드레스셔츠를 선호하는데, 타이를 매지 않는 만큼 조금 타이트한 셔츠를 선택하는 게 좋다.
여기에 몸의 라인이 슬림해 보이도록 실루엣이 강조된 슈트나 조직감이 있는 슈트 등 패턴에 변화를 주면 V존의 단조로움도 커버하고 격식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련됨을 유지할 수 있다. 재킷은 반드시 뒤트임이 있는 것을 고른다.
뒤트임이 없는 재킷은 대부분 허리선이 들어가지 않고 일자로 재단돼 펑퍼짐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트임 있는 재킷들은 허리선이 살짝 안으로 들어가 실루엣을 날렵하게 만들어 준다.
넥타이 대신 포켓스퀘어
노타이 패션으로 좀 더 과감해지고 싶다면 금요일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금요일은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새로운 스타일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다. 주 5일제 등으로 조용하기만 하던 남성 패션에도 화려한 프라이데이 룩이 각광받고 있다. 봄을 맞은 3월에는 역시 꽃무늬 셔츠가 트렌드다. 꽃무늬가 아직은 부담스럽다면 굵고 선명한 스트라이프 셔츠를 선택한다. 바지는 양복바지 대신 요새 유행하는 화이트나 베이지 계열이 좋다. 허리춤에 턱(접힌 부분)이 없거나 하나만 있는 것이 날씬해 보인다. 또 목에 매는 짧은 스카프나 흰색 벨트도 착용해 볼 만한 아이템이다.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패션 노하우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맨 옷차림은 화이트칼라의 상징이다. 미국에서는 넥타이 출하의 30%가 경제 중심지 뉴욕주에서 이뤄진다. 넥타이의 70%는 여성이 사서 남성에게 선물하는데, 판매량은 계속 줄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넥타이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는 해외 토픽도 재미있다. 이런 배경에는 ‘캐주얼 혁명’이 원인이 되고 있으며, 실용적인 아이템이 살아남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한 대량 생산 경제를 벗어나면서 기업들은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넥타이를 푸는 것은 조직의 관료적 속박을 푸는 상징이다.
CEO들이 멋을 알고 멋낼 줄 아는 것도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올 봄 넥타이를 풀고 보다 세련되고 자유로운 노타이 스타일을 연출해 보면 어떨까. 단, 노타이 매너와 격식에 집착하지 않는 캐주얼적인 마인드를 함께 갖추면 더욱 멋스러운 룩이 완성될 것이다.
[모은희 아트기획자 hug7428@naver.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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