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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ory] 잘 고른 벨트 하나 열 구두 부럽지 않다
입력 : 2011.07.01 11: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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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조화의 촉매, 벨트 벨트에 관한 미술사적 스토리를 하나 소개하려 한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쿠르베는 견고한 마티에르와 스케일이 큰 명쾌한 구성으로 19세기 후반 프랑스 젊은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미술가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가죽 벨트를 한 남자, 화가의 초상>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능숙하게 사용한 명암, 얼굴과 손의 표현성, 비스듬한 시선 처리 등이 압권인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작품 속 주인공의 ‘손’이다. 한 손은 허리의 가죽 벨트를 꽉 잡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손은 유연한 포즈로 얼굴을 받치고 있다. 두 손의 상반된 제스처는 작가의 열망과 그 실천을 상징하고 있다. 벨트를 잡고 있는 손은 손등에 혈관이 드러날 만큼 무한한 남성성이 느껴지지만, 얼굴에 가져간 가녀린 손은 여성스러움을 자아낸다. 남자의 허리, 이를 감싸는 벨트는 어찌 보면 강한 남성성을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벨트는 대표적인 남성 액세서리임과 동시에 격식을 갖춘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스타일이 멋진 남자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바로 벨트다. 벨트는 과하지 않게 멋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액세서리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옷을 잘 입는 셀러브리티를 꼽으라면 니컬슨 우스터를 가장 일순위로 꼽는다. 그는 뉴욕 니만 마커스 백화점의 남성복 부문 패션 디렉터다. 하는 일도 대단하지만 스타일도 화끈하다. 나이는 많지만 남성 패션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패션 잡지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그의 벨트 스타일링이 하나 있다. 화이트 셔츠에 은은한 민트색 팬츠를 매치하고 네온 핑크 벨트로 포인트를 준 스타일링이었다. 절대로 조악하지 않고 촌스럽지 않았으며 멋스러운 스타일링이었다.
우리나라 CEO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스타일링도 매력적이다. 그는 흠잡을 것 하나 없는 딱 떨어진 비즈니스 룩을 즐겨 입는데 흔한 명품 브랜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셀렉숍인 ‘분더숍’ 매장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즐겨 입는다. 해외에서 엄선된 브랜드, 새롭게 뜨는 디자이너들의 의상들만 선별해 수입하는 분더숍 단골손님이니, 스타일링 안목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최근 그는 재혼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스포크(Bespoke)’를 맞춤 스타일로 입었는데, 이 역시 정용진 부회장의 패션 감각을 보여주는 선택이라는 후문이다.
최근 한류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장근석 역시 벨트 스타일링을 눈여겨볼만한 연예인이다. 메트로폴리탄, 히피 스타일링으로 그만의 이미지를 구축한 장근석은 주로 스카프와 벨트로 스타일링의 포인트를 준다. 스카프와 벨트는 톤온톤으로 화려하게 매치하고, 퍼플, 네온 옐로 등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색상의 벨트를 과감하게 배치해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솔직히 액세서리는 슈트나 구두, 셔츠처럼 중심적으로 드러나는 의복 그 자체는 아니다. 액세서리에 대한 잘못된 통념 중 하나는 남성의 옷차림을 개성적으로 마무리하거나 튀어 보이게 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액세서리의 목적엔 개성표출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룩이 조화를 이루도록 촉매 역할을 하는 데 있다.
벨트 선택의 기준은 가죽 퀄리티S.T. 듀퐁
슈트나 블레이저 차림에 어울리는 벨트와 청바지에 어울리는 벨트는 우선 버클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 정장용 벨트의 금속 버클은 가운데가 빈 직사각형이면서 벨트 고리가 있는 스타일로 일반적으로 그 폭이 1.5인치(약 3.8cm) 정도다.
금속은 골드나 실버 제품이 대표적이다. 벨트 뒷면에도 가죽이 사용되어야 하며 버클을 다 채웠을 때 벨트 끄트머리가 바지의 첫 번째 벨트 고리에 끼워질 만큼의 길이면 문제없다. 색상은 벨트 색이 구두의 가죽 색과 일치해야 한다. 검정색이나 브라운 벨트를 구입하면 안전하다. 이에 반해 캐주얼용 벨트는 버클이 하나의 판 모양으로 돼 있고 정장용보다 벨트 폭이 넓고 과감한 컬러가 많다. 벨트 버클이 지나치게 크거나 번쩍거리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오직 복부에만 집중될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나치게 대중적인 벨트 대신 여전히 고풍스러운 서스펜더를 사용하는 남성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회는 다수와 소수의 즐거운 상호 관계를 통해 발전하는 법이니까.
올 시즌 트렌드는 다양한 컬러살바토레 페라가모
올 여름 벨트를 고르는 팁을 제안하자면 첫째, 벨트는 그저 단순하고 튀지 않는 것이 최고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서머 팬츠들의 다양한 컬러가 다양한 컬러의 벨트로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다양한 색상의 위빙 가죽 벨트 (꼬임 형태로 만들어진 벨트)와 천이나 컨버스로 만든 고운 웹 벨트는 당신을 센스 있는 멋쟁이로 만들어 줄 것이다. 잘 고른 벨트 하나는 부담스러운 뱃살을 가려주는 좋은 방패가 된다. 초콜릿 복근과 거리가 먼 복부를 더 난감하게 만드는 벨트 착용 습관은 차라리 노 벨트만 못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둘째, 특별한 자리에 초대받아 턱시도를 입어야 한다면, 벨트는 버려두자. 턱시도와 벨트는 상극이다. 그러므로 바지에도 벨트를 끼우는 고리가 아예 없는 것이 정상이다. 대신에 커머번드(Cummerbund)라고 하는 일종의 밴드를 허리에 두른다.
셋째, 벨트는 정장과 캐주얼을 구별해서 사용한다. 정장용 벨트는 구두색과 유사하게, 캐주얼용 벨트는 상의 색과 맞추는 게 기본이다. 벨트 폭은 30~40㎜가 일반적이며, 넓을수록 캐주얼해 보인다. 너무 가는 벨트는 허리가 빈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바지에 달린 벨트 고리 폭의 80%를 채우는 폭이 바람직하다. 캐주얼이라고 해서 너무 느슨해지지 말자. 클래식한 분위기의 위빙 벨트부터 고급스러운 레더 질감이 살아있는 벨트까지 잘 선택하면 좀 더 멋스럽고 여유 있는 신사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결국 당신의 취향과 감각이 패션 포인트몽블랑
누군가 아주 잘 어울리는 벨트라고 권한다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벨트는 결국 당신의 물건이 아니다. 액세서리의 역사와 활용법도 마찬가지다. 모든 선택에 있어 문화와 트렌드에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당신의 취향이고 의사 결정이다. 그러므로 가볍게, 그러나 진지하게 다시 한 번 거울 앞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고민하고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은희 / 아트기획자 hug7428@naver.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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