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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ory] 남자의 자격… 드레스 셔츠
입력 : 2011.06.17 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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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듀퐁
셔츠를 제대로 입을 줄 아는 남자는 더욱 섹시하고 멋지다.
진정한 남자의 멋은 드러날 듯 말듯, 보는 사람을 애타게 만드는 은근함에 있다. 대놓고 ‘나 멋있어’라고 직접 화법으로 말하는 패션 스타일링은 ‘제대로’ 멋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진정한 남자의 자격을 말해주는 아이템이 있다.
셔츠가 그렇다. 아무리 몇 백 만원의 명품 재킷이라 할지라도 재킷 안에서 셔츠가 핏을 잡아주지 않으면 스타일이 살지 않는다. 남자의 모든 스타일은 셔츠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남자의 드레스 셔츠는 여자의 드레스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셔츠 안에 속옷을 입지 않는 셔츠 에티켓 우선 셔츠에 대한 정확한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자. 드레스 셔츠는 남자의 예장용 셔츠로 턱시도나 연미복 안에 착용하는 셔츠를 말한다. 가슴 부분에 플리츠나 러플 등을 장식한 것으로 ‘포멀 셔츠’라고도 한다. 패션 사전을 찾아보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드레스 셔츠’는 ‘와이셔츠’와 같은 의미다. 즉 드레스 셔츠는 우리가 흔히 와이셔츠라고 부르는 것의 올바른 표현이다. 셔츠의 스타일을 논하기 전 꼭 알아야 할 상식이 있다. 드레스 셔츠의 매너다.
‘초밥을 먹을 땐 향수를 뿌리지 않는 것이 매너다’, ‘여자 친구와는 테이블에서 90도로 앉는 것이 매너다’, ‘화이트 와인은 첨잔하지 않는 것이 매너다’ 등과 더불어 ‘드레스 셔츠에는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이 매너다’라는 문장을 기억하는지. 다니엘 헤니가 등장한 모 자동차 광고의 카피들이다. 광고 속 카피처럼 드레스 셔츠 속엔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다. 왜 드레스 셔츠에는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이 예의일까. 이것은 미국 사회의 문화적 특징에서 비롯된 것인데 두 가지 속설이 있다. 먼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클락 케이블의 패션에서 비롯되었다는 일화다. 영화에서 클락 케이블은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고 드레스 셔츠 하나만 걸치는 스타일링으로 당대 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를 따라 드레스 셔츠 안에 속옷을 입지 않으면서 이것이 유행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영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에서 한 여배우가 나체에 셔츠 하나만 걸쳐 남자의 속옷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놓았다는 일화다. 이 영화가 인기를 얻자 남성들이 너도나도 셔츠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속 장면이 트렌드화 되면서 부지불식간에 에티켓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드레스 셔츠에 속옷을 입지 않는 관습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영화에서 기인한 문화적 영향이란 사실이다. 또한 실내에서도 좀처럼 정장 재킷을 벗지 않는 미국의 라이프스타일도 한몫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은 대개 드레스 셔츠 안에 속옷을 입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스타일링의 정석으로 봤을 때 잘못된 습관이다.
서양 남성들은 드레스 셔츠 자체를 속옷으로 입고 있다. 우리나라 남성들이 드레스 셔츠 안에 입는 러닝셔츠는 운동할 때 땀을 흡수하는 스포츠 웨어다. 그러니 드레스 셔츠 안에 러닝셔츠를 입는 것은 속옷만 두 개를 겹쳐 입은 것과 같다.
만약 속옷을 입지 않고선 허전해서 견딜 수 없다면 소재가 두꺼운 제품을 선택해 속이 비치는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조각 같은 외모에 초콜릿 복근을 가진 멋진 남자라도 속이 비치는 드레스 셔츠에 러닝셔츠를 입고 있다면 용서할 수 없다.
셔츠 에티켓 중 또 하나는 여름에 반팔 셔츠 차림으로 슈트를 입는 것이다. 슈트 안에 반팔 셔츠를 입는 것은 격식 있는 자리에선 피하는 것이 매너다. 또한 셔츠 주머니에 펜을 꼽는 것도 에티켓에 어긋나는 스타일링이다. 편의상 셔츠 앞주머니에 펜을 꽂아두거나 명함 케이스를 넣어두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겉에 입은 재킷까지 불룩하게 만들어 맵시에도 좋지 않다. 펜은 꼭 필요할 경우 재킷 안주머니에 꽂는 것이 좋다.
셔츠를 제대로 입는 기본 공식예작 (Yezac)
둘째, 스포티 드레스 셔츠. 드레스 셔츠와 캐주얼 셔츠의 중간 아이템이다. 기본적인 드레스 셔츠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다양한 파스텔컬러나 체크 패턴은 물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디테일을 살려 편하고 감각적으로 입을 수 있다.
셋째, 캐주얼 드레스 셔츠가 있다. 캐주얼한 분위기가 강한 드레스 셔츠. 남성복 전반에 걸쳐 캐주얼하면서 실용적인 것을 지향하는 트렌드가 나타나면서 드레스 셔츠에도 이런 스타일이 요구되고 있다.
넷째, 아우터 드레스 셔츠는 말 그대로 아우터용이다. 특히 한여름에 반소매 비즈니스 셔츠를 지칭하기도 한다. 에폴렛(견장)이 달린 소위 패스포드 셔츠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릴랙스트 드레스 셔츠를 들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드레스 셔츠, 즉 스포티한 감각의 드레스 셔츠로 종래의 드레스 셔츠와 스포츠 셔츠의 중간쯤이다.
특징적인 것은 소재 사용에 있어 면이나 울 등의 캐주얼 소재, 혹은 니트 패브릭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시중에 판매 중인 셔츠는 종류와 쓰임새가 다양하다.
물론 셔츠 선택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셔츠의 소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셔츠의 옷감은 피부에 직접 와 닿는다. 가장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셔츠의 소재는 100% 면이다. 면과 합성 섬유를 혼용한 셔츠를 고를 때는 최소한 면이 50% 이상 섞인 것을 골라야 한다. 소재 외에 드레스 셔츠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은 컬러 장식이다.
클래식 슈트와 함께 입는 드레스 셔츠 깃의 길이는 8㎝ 이상, 뒷깃의 높이도 4㎝ 이상은 돼야 한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무늬 없는 화이트 셔츠와 블루 셔츠가 많을수록 좋다.
두 가지의 색상은 셔츠의 기본이며 대부분 슈트와 타이를 가장 잘 소화하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프 패턴이나 미세한 격자 패턴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활용하기 쉽다. 셔츠의 스타일링을 도와줄 액세서리 선택도 중요하다. 셔츠의 손 목단 부분을 장식하는 커프스단추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커프 링크로 커프를 장식할 수 있는 프렌치 커프와 일반 버튼으로 채울 수 있는 스탠더드 커프로 나뉜다.
커프의 사이즈는 손이 미끄러져 커프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딱 맞는 핏이 중요하다. 물론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몸에 꼭 끼면 안 된다. 손목시계가 자유로울 만큼의 공간이 살아있는 게 센스 있는 착용 방법이다.
성공을 위한 셔츠의 센스 있는 선택S.T.듀퐁
새 셔츠를 입었을 때 목둘레 사이로 손가락 한 개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적당하다. 그 정도의 여유라면 몇 번의 세탁 후 목둘레가 딱 맞게 줄어든다. 지켜야 하는 두 번째 공식은 앞 중심에 있다.
재킷을 벗었을 때 몸의 중심 부분에 위치한 셔츠의 플래킷과 버클, 바지의 앞섬이 가지런히 일렬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 옷의 중심이 모두 맞아야 실루엣이 살며 흐트러짐 없이 스타일이 제대로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드레스 셔츠의 스타일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얼굴형과의 궁합이다. 성공을 꿈꾸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자신의 얼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스타일링을 적용할 수 있다. 얼굴이 달걀형이라면 클래식한 컬러의 화이트 셔츠가 적당하다.
클래식한 컬러는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는 화이트 셔츠야말로 디테일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좀 더 클래식하게 연출하기 위해선 가슴 단추를 살짝 풀어주면 좋다. 너무 풀어헤치면 자칫 주위에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2개 정도가 적당하다. 소매 단추를 열고 약간 힘을 뺀 느낌을 주면 한결 여유 있어 보인다.
키가 크고 말랐거나 얼굴형이 삼각형인 사람은 얼굴을 감싸면서 넓고 낮게 내려앉은 와이드 칼라의 셔츠가 좋다. 날카로운 각을 부드럽게 상쇄하며 균형을 맞춰주는 장점이 있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는 입고 있는 사람을 날씬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기본 색인 블루는 상쾌하다. 얼굴을 더 돋보이게 한다. 스트라이프의 경우 폭이 두꺼울수록 캐주얼하고, 얇을수록 드레시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격식에 맞는 셔츠를 골라야 한다.
얼굴이 둥글거나 목이 짧은 사람은 끝이 뾰족한 칼라의 셔츠가 잘 어울린다. 곧게 떨어지는 사선 때문에 얼굴이 조금 더 길고 선명하게 보인다.
체크 패턴은 유행의 기복을 타지 않아 어떤 남성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셔츠 스타일링에 한 가지 팁을 제안하자면 남자 연예인들의 레드카펫 혹은 결혼식 하객 패션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최근 배용준, 권상우, 정준호, 김승우 등 슈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 연예인들이 다양한 드레스 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깃이 높거나 혹은 와이드 하거나 패턴이 있거나 단색이거나 얼굴형과 재킷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링을 연출한다. 드레스 셔츠의 선택과 스타일링은 절대 쉽지 않다. 은근한 투자와 시도 혹은 시행착오도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 진리는 셔츠를 제대로 고르는 안목과 스타일링 센스만 갖춘다면 셔츠의 종결자, 아니 패션의 종결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모은희 / 아트기획자 hug7482@naver.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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