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필드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른 곳도 드물다. 매 시즌마다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태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전쟁터에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언제나 멋과 실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아낸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의 진두지휘 아래 펼쳐진 2010 F/W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 페라가모가 제안하는 올 가을 트렌드를 소개한다.
2010 F/W Men’s Collection 모험을 사랑하는 카우보이의 자유로운 정신을 담다
올 가을 밀라노 패션쇼에서 선보인 남성복들은 유연하고 편안한 소재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뿐만아니라, 남성성을 상징하던 짙은 블루나 그레이, 블랙 등의 컬러보다는 여성스러운 파스텔 컬러나 눈에 띄는 원색을 적극적으로 매치하여 보다 역동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한 스타일을 제안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기존의 정중하고 중후함 보다는 젊고 자유로운 감각이 느껴지는 신선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남자 컬렉션은 승마룩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이태리가 지니는 특유의 클래식 감성과 보헤미안 분위기가 어우러져 종마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운 컬렉션이 탄생한 것. 투명한 위스키가 연상되는 브라운 컬러부터 다크 초콜릿, 고혹적인 와인 컬러와 퍼플까지 유연한 컬러 베리에이션을 바탕으로 니트와 벨벳 등의 여러 소재를 활용했다. 이번 시즌 페라가모의 컬러는 마치 자연에서 색소를 얻어 제작한 듯한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 청키한 니트와 부드러운 스웨이드, 가죽과 양털이 믹스된 무색톤,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등 소재에 있어서도 어느 시즌보다 다양함이 돋보였다.
트리코 블레이딩과 판초를 연상시키는 루스한 스타일의 맥시 스웨터, 유럽 왕실이 연상되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페이즐리 프린트, 드레스 셔츠와 짝을 이루는 버티컬 팬츠, 과감한 컬러 매치가 돋보이는 타탄 체크는 이번 시즌 수많은 남성들의 쇼핑 리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소박하지만 용감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카우보이가 연상되는 라이딩 스타일의 롱 부츠와 클래식 룩의 키 액세서리인 페도라는 페라가모 남성 컬렉션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2010 F/W Women’s Collection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의 첫 번째 여성 컬렉션
이번 시즌 여성 컬렉션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젊은 감각으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1980년대 스타일이 주를 이뤘던 지난 시즌 트렌드에서 벗어나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그레타가르보에 영감을 받은 우아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녀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1930년대의 룩을 1970년대 스타일로 선보인 것 !
2010 F/W 컬렉션에서 페라가모가 제시하는 키 아이템은 완벽하게 재봉된 카반 재킷과 트렌치 코트, 레더와 퍼 트리밍을 덧댄 케이프 등의 아우터다. 여기에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쇼츠, 캐멀 컬러의 재킷 등 전통적인 디자인과 컬러를 재해석한 아이템들을 매치해 세련되고 모던한 감성을 선보인다. 또한 F/W 컬렉션에는 으레 선보이지만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꼽히지는 못했던 니트 웨어의 다채로운 변주를 통해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가장 큰 고객이자 당대 최고의 패셔니스타였던 그레타 가르보의 우아하고 고혹적인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번 컬렉션은 풍부한 텍스쳐와 거리낌 없는 소재의 사용, 세련되고 정교한 디테일로 1970년대 클래식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페라가모를 상징하는 가방과 구두 등의 레더 제품 역시 완벽한 디자인으로 전세계 패셔니스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레더와 스웨이드라는 두 가지 소재를 믹스한 가방과 물결치듯 유연한 곡선을 가진 레이스업 부티와 샌들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청키한 느낌의 브레이슬릿과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정교한 목걸이는 앤틱한 느낌의 우드 소재와 눈부시게 반짝이는 메탈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완성시켰다.
■ 페라가모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
페라가모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미래가 아닌 과거에서 찾는다. 다른 브랜드가 미래지향적이고 자극적인 디자인을 속속 선보일 때, 페라가모는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어 신선하고 멋진 스타일을 제안해 왔다. 과거의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탁월한 감각으로 재무장 한 천재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현재 페라가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Massimiliano Giornetti) 가 있다. 남성복의 디자이너 마시밀리아노는 페라가모의 어시스트 디자이너로 패션 필드에 뛰어들어 차근 차근 계단을 밟아 왔다. 따라서 그 보다 더 페라가모의 전통과 전체적인 컨셉을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존재하지 않는다.
플로렌스의 폴리모다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 한 뒤, 살바토레 페라가모 니트 웨어 디자인 팀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남성복 디자인 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4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절제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으로 상징되는 페라가모 남성복을 훌륭하게 이끌어온 것을 인정받아 여성복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함께 맡았고 처음으로 선보인 2010 F/W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그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민하게 유지하면서 페라가모의 디자인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