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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퍼스트레이디,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하다
입력 : 2011.01.17 22: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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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 / 미국의 미셸 오바마
우아함과 검소함을 강조한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 우리나라 영부인의 의상은 단정한 레이디 라이크 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통점은 지나치게 사치스런 고가의 제품이나 외국 브랜드는 지향한다는 것. 구설수에 오를 만한 화려한 액세서리나 사치품은 삼가고 우아하면서 동시에 검소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패션을 사치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곧잘 연결시키는 언론과 국민 정서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살찐 정치인은 외면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패션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 아들 정대선과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당시 김윤옥 여사가 들었던 하늘색 가방이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1000만원대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룬 경험이 있다. 반대로 김 여사의 패션이 긍정적인 화제를 몰고 온 적도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던 당시 입었던 선명한 블루 코트에 대한 문의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쇄도했던 것. 이 대통령이 몸담고 있던 당의 상징인 블루 컬러의 롱 코트에 네크라인의 풍성한 리본 장식이 돋보이는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은 김 여사의 스타일은 중년 여성은 물론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김 여사가 입었던 옷은 국내 브랜드 보티첼리에서 맞춤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층 젊어진 김윤옥 여사의 패션영부인 김윤옥 여사 이희호 여사 / 권양숙 여사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역대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중 가장 화려한 스타일을 추구했다.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이 여사의 성격이 그녀의 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당시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을 적극 활용했다. 1980년대 유행했던 유니섹스 스타일이 반영된 정장 차림을 즐겼으며 다채로운 컬러와 프린트 아이템을 과감하게 매치하곤 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고 육영수 여사는 정치인의 배우자 상을 확고히 한 인물이다. 젊은 나이에 영부인의 자리에 올랐지만 한복을 즐겨 입었다. 고운 목선이 드러나는 올림머리를 즐겨 했으며, 주로 옥색이나 미색 등 수수하면서도 기품 있는 한복을 입었다. 육 여사는 영부인 최초로 청와대에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을 만들 정도로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본인 앞으로 온 편지는 모두 읽고 손수 답장을 작성해 발송할 정도였고 화장법이나 패션 스타일을 꼼꼼히 체크해 이미지 메이킹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탁월한 패션 전략가 미셸 오바마 전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의 옷차림은 지구인 모두의 관심사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데서 지켜보고 보좌하는 퍼스트레이디 스타일 역시 마찬가지다. 47세의 나이로 미국 건국 이후 다섯 번째로 젊은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와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스타일은 언제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백악관의 안주인 미셸 오바마는 ‘제2의 재클린’, ‘검은 피부의 재키’라는 애칭을 들으며 선거 운동 때부터 버락 오바마 못지않은 세간의 집중을 받아 왔다. 미셸 오바마가 남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확신에서 비롯된 차별화 때문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그녀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적재적소에 입고 나오는 탁월한 ‘패션 전략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이크루(J.Crew)나 H&M 같은 캐주얼 브랜드의 중저가 옷부터 신진 디자이너의 아름다운 드레스까지 정치인들이 흔히 갖는 체면 의식과 허세를 버리고 실용성과 대중성을 앞세워 미국 국민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되던 밤 당선 연설을 하는 오바마의 옆에는 블랙과 레드의 강렬한 컬러 대비가 돋보이는 드레스를 입었다. 이 대담한 드레스는 나르시스 로드리게즈가 디자인한 것으로 그녀의 대담하고 진취적인 성격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이전의 미국 퍼스트레이디들이 오스카 드 라 렌타 등 고전적인 스타일을 선호한 것에 비하면 단연 파격적인 스타일이었다.
미셸 오바마는 신진 디자이너의 의상을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식 때는 쿠바 출신의 디자이너 이자벨 톨레도의 옐로 컬러 브로케이드 코트와 드레스 앙상블을 입었다. 옐로 컬러 의상으로 경제 불황과 전쟁의 위협 등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긍정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전략가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취임식 이후 열린 파티에는 한쪽 어깨가 오픈된 대담한 화이트 드레스를 입었는데 이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 출신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의상이었다.
미셸 오바마의 세련된 패션 감각을 두고 <ABC> 뉴스는 “미셸의 옷차림은 세련됐지만 서민들과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는다”고 평가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미셸은 주류에서 소외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명성을 알릴 기회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식 우아함의 상징 카를라 브루니
카를라 브루니는 장식이 거의 없는 H라인의 미니 드레스를 즐겨 입는다. 가늘고 곧은 팔과 어깨 라인이 돋보이는 미니 드레스 위로 얇은 벨트를 더해 허리 라인을 강조하고, 작은 주얼리나 시계 정도의 장식만 더해 심플하고 베이식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또한 키가 작은 니콜라 사르코지를 배려해 굽이 없는 플랫 슈즈를 신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모델 활동을 한 카를라 브루니는 자국 브랜드를 주로 애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크리스챤 디올의 의상을 자주 입는다. 그녀는 블랙과 그레이 컬러 등 무채색 컬러를 즐기고 화려함을 더할 때에는 보라색이나 블루 톤의 아이템을 선택한다. 하얀 피부의 그녀가 가장 즐기는 컬러는 매혹적인 보라색으로 코트부터 클러치, 구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라색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
[신경미 기자 lalala-k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호(2011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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