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em] 청바지…그 스타일의 역사

    입력 : 2011.01.17 15: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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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바지는 미국에서 세계로, 실용에서 사치로, 마초에서 섹시로, 반항에서 해방의 이미지로 변신의 변신을 거듭했다. 청바지는 역사, 이데올로기, 문화, 패션과 함께 변화하고 진화했다. 청바지는 한때 반항적인 이미지를 표출하는 대표 아이템이었다. 사라 루카스는 현대미술에 있어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아티스트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너무나 유명한 자신의 셀프 포트레이트에서 그녀는 찢어진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양쪽 가슴 위치엔 잘 익은 계란 프라이를 올려놓고 있다. 이 사진은 기존 미술사에 등장했던 여성의 이미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그녀의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1972년 유신 체제의 시작과 더불어 그들만의 문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땅에서 처음으로 청년 문화를 만들어냈는데 그 중심에는 청바지가 있었다. 그들은 청바지를 입고 자유와 저항을 외쳤다. 청바지는 각 시대마다 시대의 언어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일터, 공식 석상, 파티룩까지…드레스 코드 그 이상이 되다 청바지가 시대의 아이콘으로 승격된 유래부터 살펴보자면 19세기 미국에서 탄생한 ‘프래그머티즘’을 들 수 있다. 청바지, 통조림, 자동차, 햄버거에 들어있는 미국의 프래그머티즘은 미국을 경제적으로 성공한 강국으로 만들었다. 대량생산된 청바지는 프래그머티즘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청바지는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문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 후 청바지는 또 한 번의 결정적 사건을 겪게 된다. 바로 제임스 딘의 등장이다. 제임스 딘, 말론 브랜도, 엘비스 프레슬리 등 청춘스타들의 후광에 힘입어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문화 코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미국의 유명 배우와 가수들이 잇따라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면서 청바지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전쟁과 매스미디어, 할리우드 스타를 통해 세계로 확산된 청바지는 이후 개성을 상징하는 효과적인 상징물로의 변신에 성공한다.

    청바지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1950년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청바지는 예의에 어긋나는 옷으로 여겨졌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도 이때 청바지를 입으면 ‘개화한’ 사람으로 받아들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 그 미국과 선진문물에 대한 강한 동경, 때로는 멸시가 청바지에 대해 이렇게 상반된 인식을 만들어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청바지의 진화는 더욱 파란만장하게 이어졌다. 편안한 노동자들의 옷인 청바지가 어엿한 비즈니스 룩이 된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청바지를 입고 주머니에서 아이팟을 꺼내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일터에서, 공식 석상에서 파티룩까지 청바지는 드레스 코드 그 이상이 되었다.

    편안하면서도 섹시한 청바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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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바지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프리미엄 진이 등장함으로써 청바지는 명품 아이템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고가로 팔리는 프리미엄 진은 디테일로 여성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1978년 뉴욕 한복판에서 열다섯 살의 브룩 쉴즈가 ‛나와 내 캘빈 클라인 사이엔 아무 것도 없어요’라고 말한 순간부터 청바지는 편안한 옷이 아닌 섹시한 옷으로 변했다. 여성들에게 섹시함을 드러내는 코드가 된 청바지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여성들은 청바지를 섹시하게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불사한다. 청바지를 입기 위해 배고픔을 참고, 발이 아파도 하이힐을 신는다. 청바지의 섹시미가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한 결정적 원인은 바로 ‘로 라이즈진(Low Rise Jean)’이었다. 2년 전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니퍼 로페즈, 카메론 디아즈 등 섹시한 여성 스타들이 이 청바지를 입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몰고 왔다. 청바지는 실용적이면서, 세련된 코디를 도와주는 아이템이다. 면티셔츠 한 장에 청바지만 있다면 사계절 내내 줄기차게 입을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인 청바지를 세련되게 입으려면, 자신의 체형에 가장 어울리는 것으로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가 길어 보이고 싶다면 밑단이 퍼지는 부츠컷 스타일이 좋고, 키 크고 마른 스타일이라면 기본형인 스트레이트 진으로 신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허벅지가 두꺼워서 고민이라면 허벅지 중앙부분에 세로로 워싱이 들어간 바지를 선택해 착시효과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리가 짧은 사람의 경우 상의는 엉덩이를 덮고 허리에 라인을 잡아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주기 위해 벨트를 하면 좋다. 키가 작은 사람들이 스키니처럼 달라붙는 옷을 입으면 왜소한 몸이 더욱 작아보일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얼마 전 설문조사 결과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연예인 1위로 신민아, 김남길이 각각 선정되었다. 여자 연예인의 경우 신민아에 이어 신세경, 이효리가, 남자는 장동건, 옥택연 등이 뽑혔다.

    세상에서 유독 부러운 사람이 있다면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만 입어도 멋이 나는 사람들이다. 모두에게 어울리지만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이들은 따로 있는 청바지. 청바지는 편안하게 막 입을 수 있으나 스타일을 살려 입기는 어렵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청바지는 또 다른 상징이다. 청바지는 디자인만큼이나 이미지도 계속 변모한다. 새로운 시대, 청바지는 또 어떤 이미지를 가지게 될까.

    [모은희/ 아트 기획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호(201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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