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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이낙연 대선 판 뒤흔든다
입력 : 2021.07.26 16: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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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출사표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가운데 기존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양강구도로 형성된 판세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이를 추격하는 후발주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당에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선두주자를 뒤흔들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입당식에서 이준석 당대표와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7월 진행한 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이 같은 구도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껑충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선이 끝난 후 실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의뢰, 7월 12~13일)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 조사에 비해 7.2% 오른 15.6%를 기록했다.(전국 18세 이상 2036명,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또 서울신문이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도 4.5% 오른 16%를 기록했다.(만 18세 이상 남녀 1208명,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8% 포인트.)
이 전 대표의 기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거세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7월 16~17일 양일간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는 2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다. 이 기관 조사에서 3주 연속 상승이다. 여전히 전체 대선주자 후보 중 3위지만 이 전 대표는 선두권과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로 좁혀가고 있다.(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처럼 복수의 여론기간에서 동시에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그가 바닥을 치고 상승 추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예비경선을 치르면서 실시된 토론회에서 이 지사에 대한 각 후보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이 전 대표가 재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다. 이 지사의 경우 형수 욕설, 연예인과의 스캔들 등이 재부각됐고, 이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부담이 덜했다. 여기에 더해 안정감을 주는 그의 토론 태도 등이 호감을 주며 지지율을 견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작 이 전 대표 측에서 더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야권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처음으로 이긴다는 결과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대권주자 가상 양자대결에서 43.7%의 지지율을 받으며 41.2%를 기록한 윤 전 총장을 앞섰다. 여론조사는 지난 7월 10, 11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11명을 상대로 실시됐다.(오차범위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본인의 주변을 먼저 돌아보셔야 한다”면서 이 전 대표를 향한 네거티브 공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전 대표는 전남지사 시절 측근의 가짜 당원 명부 작성 의혹, 옵티머스 사태과 관련한 측근의 금품수수 의혹 등 문제 소지가 있는 사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 지사는 이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 전 대표를 향한 공세는 다른 후보들에서도 시작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총리·당대표 시절 실책을 조목조목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급상승하는 후보를 향한 문제제기나 정책·도덕성 검증은 예상했던 바”라면서 “(하지만) 하면 할수록 이낙연 후보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전 대표 측의 이 지사를 향한 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형수 욕설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캠프에서는 분위기 반전에 힘입어 이를 골든크로스까지 연결시킨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충분히 남은 시간에 이 지사를 역전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재형 다크호스 될까 야권에서는 단연 최재형 전 원장의 행보가 관심이다. 공직 퇴임 후 정치권 정식 입문까지 속전속결식 행보를 보이며 윤 전 총장에 집중됐던 시선을 돌려놓고 있다. 일단 등판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는데도 등장과 동시에 여론조사서 여야 대권주자들 중 4위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서울신문이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최 전 원장은 5.1%를 기록하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정세균 전 국무총리·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야 군소 대선 후보를 모두 제쳤다.
KSOI 조사에서도 최 원장은 5%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물론 선두권인 이재명, 윤석열, 이낙연 세 사람과의 지지율 격차는 여전히 큰 상태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등장으로 내년 대권 4강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정치신인으로 오랜 시간 적극적으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여야 대선 후보 다수를 앞선 것은 향후 그의 확장 가능성이 꽤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목포시 산정동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자들을 만나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실제 최 전 원장은 대권 도전 가능성이 제기된 후 세간의 관측을 벗어나지만 눈에 띌 수 있는 행보를 보이며 상당한 정치적 감각이 있음을 내보였다. 사퇴 후 18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직전 부친상을 당한 상중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가 이렇게나 빨리 자신의 대권 도전 행보를 공식적으로 취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더군다나 그는 현 정권의 감사원장을 지낸 인사다. 퇴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의 공직 퇴임직후부터 여권은 “그가 자신의 직책을 정치적 야욕에 이용하고 있다”는 여론전을 펼치며 깎아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선 출마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국민의힘에 전격적으로 입당을 한 것은 그만큼 정치적 의지와 상황 돌파력이 강하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최 전 원장은 입당식에서 “좋은 정치를 함으로써 국민들께 보답하겠다”며 “온 국민이 고통 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최 전 원장이 경쟁자인 윤 전 총장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그는 “저는 지금까지 다른 분들의 행동이나 선택, 이런 것에 따라서 저의 행보를 결정해오지 않았다”고 했다. 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의 거리두기 전략을 펴며 계속 장외에서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의 대체재로 여겨지는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별화 전략으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입당 후 캠프도 속전속결로 차린 것도 윤 전 총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이 광화문에 캠프를 뒀다면, 최 전 원장은 여의도 대하빌딩에 꾸렸다.
행보도 윤 전 총장과는 결이 다르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의 첫 정치 행보로 같은 당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의원과 함께 해운대구 하천변 일대를 돌며 쓰레기 줍기 봉사를 했는데, 두 사람은 ‘입양 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미담 중 하나를 부각시킨 전략이라는 평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어떻게 현재의 추동력을 계속 살려 가는가에 있다. 최 전 원장이 야권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흠결이 적다는 점이 한몫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자신의 검사 시절 수사 관련 의혹부터 장모와 부인 문제까지 여권의 네거티브 공격소재로 쓰일 만한 사안들을 안고 있어 ‘다소 불안한 야권 1위 후보’라는 인식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깨끗한 이미지의 최 전 원장이 대안으로 계속 거론돼 왔던 것이다. 부친이 6·25 전쟁 영웅이고, 그 자신이 미담제조기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선한’ 이미지만 가지고 정글 같은 대선판에 뛰어드는 것은 다소 무모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국정 운영은 선하다고 다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스스로 ‘윤석열의 대체재가 아니다’라고 말한 이상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면서 “국가 운영 비전 등 자신의 대권 역량을 이른 시간 안에 국민에게 전달해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 전 원장은 제헌절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첫 번째 메시지를 냈다.
그는 “헌법 정신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정착시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동안)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자신이 재직 시절 감사했던 현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사건’ 의혹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성철 교수는 “최 전 원장의 대권주자로서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최대한 빨리 지지하는 의원들을 확보해 자신의 세를 형성하지 못하면 윤 전 총장을 따라잡기는 힘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의 영입인사 1호면서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은 “주위에 최 전 원장이 입당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캠프 합류 의사를 밝힌 이들도 꽤 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쏠림현상은 일시적이라고 본다”면서 “이제 ‘대세는 최재형이다’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민주화운동 역사현장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을 찾아 오월어머니집 회원과 면담하고 있다.
먼저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7월 둘째 주(12~13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 기관 조사에서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지율이 30% 밑으로 하락했다. 지난 3월부터 30%를 넘는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정치 무대에 공식 등장한 이후에는 추세가 하락세로 바뀌었다. 주 원인으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된 것이 꼽히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의 논문 표절, 장모의 투자사기 사건 등이 부각되면서 지지율이 빠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한 불만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윤석열이 듣는다’라는 콘셉트로 진영에 관계없이 각계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그의 행보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애매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비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에 검찰총장직을 그만둔 후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쪽을 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걸 전혀 하질 못했다”면서 “(그러면서) 시간을 많이 소비해버렸고, 사람들이 ‘저 사람이 지금은 뭘 하는 것이냐’ 하는 회의를 가졌기에 지지도가 정체됐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자신만의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캠프 측 한 인사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우리의 전략은 변함이 없다”면서 “세간의 비판이 있지만 결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지지율 급락에 따른 적신호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반해 이 지사의 지지율은 리얼미터 조사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6월 넷째 주 22.8%였던 지지율이 7월 둘째 주에는 3.6%포인트 오른 26.4%를 기록했다. 물론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이 거세긴 하지만 아직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당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가 경쟁 후보들로부터 난타당하자 지지층의 결집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 후보의 지지율이 한 사람은 오르고 한 사람은 내림에 따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자신의 1호 공약으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내세웠는데, 골자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배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호 공약으로 공정을 내세운 것을 두고 집토끼들을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이 지사는 1호 공약 발표에서 “성장의 대립 개념이었던 분배 강화는 양극화 해소와 공정한 성장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라고 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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