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재건축, 강남은 안전지대…목동 여의도 재건축 시동

    입력 : 2021.03.05 11:19:44

  •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에 안 들어갈 재건축 단지 어디냐.”

    최근 정부가 2·4 부동산대책을 내놓고 공급대책 발표일 이후 개발사업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방안을 밝히자 서울·수도권 재건축 단지 투자를 염두에 두던 예비매수자들은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2월 4일 이후 재건축 대상 집을 매수할 때 공공시행 재건축 움직임이 전혀 없었더라도 매수 이후 여러 사정에 의해 재건축이 공공시행 재건축 길을 가게 되면 2월 4일 이후에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입주권을 받을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시장에서 “명백한 재산권 침해다”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헌법상 정당보상”이라며 강경한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현행 토지보상법 체계상 기존 소유자의 재산에 대한 보상은 현금보상이 원칙이다”라며 “감정평가 후 실시하는 보상은 헌법상 정당보상”이라고 못을 박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대책 발표일 이후 부동산 취득 시 우선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은 도심 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사업 초기 단기적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의 결과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공공시행 재건축 지정 이후 개발 호재로 아파트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 보상금 마련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 수익률을 올리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2년 실거주 요건 등 규제를 면제해주기로 했는데, 공공이 직접 사업자로 참여해 사업을 끌고 가기 때문에 보상금이 높아질 경우 사업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공공직접시행 재건축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곳을 골라야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을 수 있다.

    사진설명
    ▶현금청산방식, 재건축 이후 프리미엄 반영 쉽지 않아 정부는 ‘헌법상 정당보상’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지만 시장에서는 현금청산될 경우 소유주가 손해 보는 금액은 수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정평가로 진행되는 보상금은 재건축 이후 신축 프리미엄 등 호재를 폭넓게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도저히 사업성이 나오지 않던 수도권 외곽 단지 일부는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민간 주도 재건축으로는 해답을 찾기 어려운 사업장도 꽤 많다”며 “아예 재건축을 추진할 엄두도 내지 못하던 단지들은 용적률을 높여주고 규제도 없애준다고 하니 반색하며 달려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사실상 공공주도 재건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없어 2·4 대책 ‘안전지대’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은마아파트 한 조합원은 “주민 대다수가 최고급 명품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데 관심이 있지 공공에 맡겨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전반에 이 같은 심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고급 아파트의 이미지가 훼손돼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의 공공 개발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원하는 주민들의 수요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강남권 단지 조합원들은 “정부가 공공시행 재건축 때 주민들 의견을 반영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싼 가격에 물량을 내놓으려는 정부 입장을 볼 때 단지 고급화에는 한계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 열풍에 힘입어 강남권 재건축 호가만 더 올려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 역시 강남권은 아니지만 최근 주민 설문조사를 거쳐 공공시행 재건축은 배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중곡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 10~11일 토지 등 소유자 2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인 136명 모두가 공공 시행 방식의 재건축 추진을 포기하자고 답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을 위해 소유권을 공공기관에 넘기는 부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단계에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불이익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진설명
    ▶광진구 중곡아파트 압도적 의견으로 공공시행 거부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의견으로 공공시행 재건축을 거부한 광진구 중곡아파트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적어도 이 단지와 유사한 입지, 그리고 이보다 더 시세가 높다고 인식되는 재건축 단지에서는 공공시행 재건축 리스크를 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관점에서 시장에서는 중장기 재건축 호재를 볼 수 있는 단지 중에서 공공시행 재건축 리스크를 덜 수 있는 ‘알짜 재건축’ 단지에 주목하고 있다. 재건축 시동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안전진단’을 통과했는지 여부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다. 재건축이 필요할 만큼 건물이 낡았는지 가리는 절차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건물이 아직 튼튼하고 살기에 불편함이 없어 재건축을 지금 추진하는 게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주택 노후·불량 정도에 따라 구조의 안전성 여부를 주로 살핀다. 이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과 주변 여건 등을 참고해 지금 재건축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게 된다.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 순으로 진행된다. 예비안전진단은 안전진단을 위한 티켓을 끊을 수 있느냐를 가리는 절차다. 우선 구청 담당자가 주로 육안으로 노후도를 판단하게 된다. 이 단계를 넘어야 민간 업체를 통한 1차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다. 1차에서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으면 공공 기관이 주도하는 2차 안전진단으로 넘어간다.

    1차인 정밀안전진단 단계에서는 ▲구조 안전성(50%) ▲주거환경(15%) ▲비용편익(10%) ▲설비 노후도(25%) 등 항목별 기준이 들어간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부터 안전진단 절차가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재건축 사업을 위한 1~2차 정밀안전진단의 선정·관리 주체가 기존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적정성 검토 의뢰 주체 역시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뀌었다. 이는 단지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해당 시·군·구의 입김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서초구에 있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서초구청장 입장에서 표심과 인기도를 고려해 해당 재건축 단지에 웬만하면 유리하게 결과를 내주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른 구청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할 여지가 있다. 구청의 입김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외부입장에서 볼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심은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이걸 투명하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판단의 주체를 상위기관으로 올려버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안전진단을 더 까다롭게 해 재건축 속도를 늦추겠다는 정부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호재로 받아들이며 재건축 큰 문턱을 하나 넘은 단지로 대접해주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해  열린 제1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해 열린 제1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2단지와 3단지 아파트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초 목동 2단지와 3단지는 재건축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인 D등급 판정을 받았다. 두 단지의 점수는 각각 52.31점, 51.92점이었다.

    재건축 안전진단 분류에서 A∼C등급은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공공기관 검증 필요), E등급은 재건축 확정 판정으로 나뉜다. D등급은 추후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시설안전공단)의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통해 최종 통과 여부를 가리는 구조다.

    전날에는 신시가지 4단지가 1차 안전진단 관문을 넘었다. 2단지와 3단지도 한꺼번에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목동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목동6단지가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11월에는 목동신시가지 단지 중에서 최고의 입지 중 하나로 꼽히는 7단지 아파트가 1차 안전진단 고지를 넘었다. 이 단지는 재건축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인 D등급(51.11점) 판정을 받았다. 물론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 일정이 늦어지는 단지도 종종 나오지만 1차 정밀안전진단 통과만으로도 시장에서는 상당한 호재로 받아들인다.

    2550가구 규모 목동 7단지는 이 일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목운초 배정을 받을 수 있는 학군 단지로 꼽힌다. 단지 안에서 초등학교 배정이 목운초와 서정초로 갈리는데 여기에 따라 시세 차이가 있을 정도다. 이 밖에 5단지와 11단지, 13단지도 1차 안전진단 관문을 넘은 상태다. 9단지는 1차 관문을 넘었으나 지난해 9월 말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한 역사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재건축 기대감은 살아있다.

    사진설명
    ▶상계동도 공공재건축 회피 가능성 있어 목동에 이어 서울 여의도도 재건축 시동을 본격 거는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상업지구와 주거지구가 혼재되어 있는 여의도는 서울 부촌 중 하나로 꼽혀 공공시행 재건축 가능성이 극히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4일 이후 아파트를 매수하더라도 현금청산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목화아파트가 1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것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목화아파트는 1월 말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불량)을 받았다. 목화아파트는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으면서 곧바로 재건축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후 구청장은 정비계획을 입안해 서울시에 신청하게 된다. 서울시가 이를 바탕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 공식 재건축 단지가 되는 것이다. 이후 주민들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민 동의를 얻어 조합을 만드는 구조다.

    이에 앞서 여의도 미성아파트와 은하아파트도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바 있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이 속도를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도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주목 받는 단지다. 1320가구 규모 주공9단지는 네모 반듯한 단지 모양에 더해 인근 9호선 신규개통 수혜를 볼 수 있는 단지다. 강동구 일대에는 명일동, 고덕동, 상일동에 걸쳐 9개의 주공 단지가 있었다. 8개 단지는 모두 재건축이 끝났고 남은 게 9단지 하나다. 앞서 재건축을 추진한 단지는 서울 동쪽 끝 고덕동, 상일동 일대 스카이라인을 새로 쓰며 동네를 탈바꿈시켰다.

    고덕주공1단지(고덕아이파크)를 시작으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시영)와 고덕숲아이파크(주공4), 고덕그라시움(주공2), 고덕센트럴아이파크(주공5),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주공7), 고덕아르테온(주공3), 고덕자이(주공6) 등이 재건축을 끝낸 단지다.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고덕아르테온은 1월 21일 전용면적 85㎡ 평형이 18억6500만원에 실거래됐다.

    고덕주공9단지는 1985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 30년을 오래 전 채운 상황이다. 인근 1~8단지 재건축 성공을 부러워하는 입장에 있었지만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는 각도에 따라 9단지 입지가 앞서 재건축을 끝낸 1~8단지보다 더 좋아 보이기도 하다”며 “재건축이 끝나면 시장에서 각광받는 대표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덕주공9단지 역시 공공시행 재건축 가능성이 거의 없는 단지로 꼽을 만하다. 단지 한 주민은 “1~8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가파르게 시세 상승한 것을 지켜봤는데 전망이 불확실한 공공 시행 재건축을 하자고 주장하는 소유주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구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광장극동(1344가구) 역시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황이다. 광장극동은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역세권인데다 고층에서는 한강 조망도 가능한 곳이다. 인근 광장동 학군도 각광받는다.

    양천구에서는 목동에 이어 신월시영(2256가구) 역시 1차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한 상황이다. 1988년 준공한 신월시영은 용적률과 건폐율이 낮아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마포구 성산시영은 이미 가파르게 시세 상승 랠리를 달리고 있다. 단지 규모만 3710가구에 달해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보람(3315가구)’은 지난해 11월 예비안전진단을 D등급으로 조건부 통과해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다. 상계주공1단지(2064가구), 상계주공6단지(2646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외곽인 상계동은 공공시행 재건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학렬 소장은 “상계동 일대에서도 민영 재건축으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사업성도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공공재건축 카드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