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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LUXMEN·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한국 | 부채 리스크와 미·중 기술 분쟁 높은 파고 넘어야
입력 : 2020.10.05 15: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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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잘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난 이후의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비용도 든다. 하물며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예측마저 나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한국 경제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일상적이었던 경제 활동을 다시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불편을 감수하고 극복하는 새로운 틈새시장, 신산업이 엿보일 것 같기도 하다.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기회로 승화시켜 더 밝은 미래에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해 내년도 경기 흐름과 예상되는 주요 이슈들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투자 부문은 코로나19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약하지만 개선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특이사항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21년에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부문은 보다 양호해지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설비투자 부문에서는 선행지표라고 알려진 자본재 수입액이나 기계류 수주액 등이 올해 계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건설투자 부문에서도 수주가 최근 크게 늘어 2021년 여름 이후에는 투자가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내수 경기를 볼 때 기업 섹터에서는 자금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이후를 위해 투자 계획도 세우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자금력이 약한 기업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도 서비스업종에서는 대면 활동의 제약 발생을 몸소 부딪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
부채가 짧은 기간에 많이 증가하여 이로 인한 후유증은 곳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제일 큰 문제는 악화된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부채 상환이 매우 어려워지는 점이다. 경제 위기 상황을 근근이 버텨갔던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은 휴직 및 실직 상태에서 긴 시간을 버텨왔다. 더는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이미 도달한 가계나 기업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가장 컸다고 보이는 올 2분기의 국내 기업 매출이 역대 최대로 감소한 점을 보면 올해 남은 기간 그리고 2021년에도 코로나19 재확산 강도에 따라 기업들에 미치는 악영향이 증폭될 것이다. 어쩌면 희망고문에 지쳐 도산이나 파산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겠다. 올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의 파산 신청 건수는 55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이지만,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기업들의 파산 신청과 도산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방금 전에 이야기했던 가계 부문의 고용에도 타격을 주는 스토리와 연결된다.
국가부채 문제는 가계부채나 기업부채만큼 내수 경기를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조만간 신용등급 하락의 역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과거보다 빠른 증가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 재정지출을 어느 부문에 투입할지에 대한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사항에 맞추어 지출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 고수된다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2018년 G20 당시 미·중 정상회담
관세 갈등으로 시작된 미·중 경제 갈등은 이제 교역 부문을 넘어 기술과 인권과 체제 등에까지 번지고 있다. 2021년에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좀 더 심화될까 우려스럽다.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은 경제는 물론 기술 및 군사력까지 세계 제일의 국가로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중국은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미국에 근접하는 투자를 하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경각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러한 중국의 기술패권 확보 노력에 대응하여 미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입 규제, 중국의 대미국 투자 규제 등 기술 부문을 둘러싸고 다각도의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대중국 기술 견제에 대해 중국은 미국 기업과의 거래 제한 정책 시행을 준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 분야의 제도 정비 및 기술력 제고 등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제도를 갖추고 사이버보안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트럼프보다 중국에 대해 반감을 덜 갖고 있는 민주당의 바이든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지금까지의 강경 노선이 좀 유화될까. 간단히 방향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반중국 정서는 이미 초당적인 분위기로 잡혀가고 있다. 또한 중국의 기술 개발 정책은 중국의 뿌리 깊은 세계 넘버원 국가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기술을 넘어 체제 문제, 인권 문제 등 전방위적인 범위로 확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영향이 어느 정도 걷히고 나면 드러나게 될 이슈들이다. 코로나19로 잠시 덮고 있었던 골칫거리들이다. 언젠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그 다음에는 반등을 하게 된다. 그 반등이 ‘진(眞)’한 반등인지, ‘허(虛)’한 반등인지는 경제 체질이 견실한지 허약한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견실한 경제 체질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채 리스크를 해소할 수도 있고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 방법은 성장의 바퀴를 계속 돌려 거기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신산업을 발굴하고 미래 트렌드를 개척하는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방향성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쉬운 분야가 아니라 실패 확률이 있더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제품 개발을 위한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도전적 연구 문화가 정착되어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는 분위기에서 솟아나온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용화될 수 있는 제도적인 유연성을 구비해야 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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